[eBook] 이번이 마지막 다음입니다
하상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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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 다음입니다>는 마지막을 향해 가는 평범한 남자 기석을 통해 그의 마지막 다음에 남을 사람들을 볼 수 있는 중편 소설이다.

 

주인공 기석은 대기업에 입사 1년 차 직원이며, 평범한 외모를 가진 30세의 직장인이다. 하기 싫어도 상사의 일을 대신하며 야근을 밥먹듯이 했고, 자신보다 잘 나가는 입사 동기에게 남모를 열등감을 느끼기도 했고, 짝사랑하던 예나에게 한 마디 말도 건네지 못했던 모태 솔로. 즉, 그는 소위 '호구'였다. 그러던 어느 날, 복부에 통증을 느끼고 찾아간 병원에서 대장암 말기 진단을 받고 2개월의 시한부 삶을 선언 받는다.

 

기석의 인생은 '자의自意'가 없었다. 배우지 못해 농사를 짓는 아버지의 권유로 명문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진학 후엔 아버지의 뜻대로 명문대에 진학하기 위해 공부했고, 대학에 입학했더니 좋은 곳에 취직하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말에 그렇게 했고, 그렇게 되었다. 어쨌거나 몸이 힘들지 않으려면 열심히 해아 한다라는 말을 들으며 기석은 그렇게 살았다. 

 

하지만 정작 시한부 삶을 눈앞에 둔 기석은 의문이 들었다. 내가 뭐 때문에 이 회사를 그토록 열심히 다녔고, 대체 왜 지금까지 이런 모습으로 살았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하고 싶은 일도 아니었고, 행복하지도 않았으며, 매일 같이 상사에게 시달리고 동기들 사이에서 존재감도 전혀 없던 삶(62쪽). 시한부 판정을 받고 기석은 그가 그토록 믿어왔던, 믿고 싶었던 '진실'에서 자유로워 진다.

 

기석은 자신의 삶을 복기하며 그제서야 깨닫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에 남은 시간은 너무 짧았고, 결국 그는 마지막에 이르지만, 그의 '마지막 다음'에 남은 자들은 또 다른 시작을 이어간다.

 

죽음을 앞둔 남자의 생각과 어쨌든 살아야 하는 나 사이엔 어쩔 수 없는 간극이 존재한다. 한 때 '유서쓰기'가 유행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죽음을 미리 경험해 보는 희안한 이벤트도 있었고. 책을 가득 메우고 있는 기석의 생각은 식상하다. 기존에 흔하게 보던 작품들과 차이점도 없다.

 

<이것이 마지막 다음입니다>는 솔직히 소설적 재미도 없는 작품이다. 평범한 한 남자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나에게 왜 이런 일이... 라며 방황하다 결국 가족을 찾아가고, 나를 돌아보는... 상상의 여지가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내가 살아 온 삶의 복기가 작가의 색깔로 표현된 것도 아니다. 내가 죽은 후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결말도 너무 도식적이다. 한마디로 <이것이 마지막 다음입니다>는 너무 뻔하다. 21세기에 이런 식의 이야기가 먹힐 거라고 생각한 작가분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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