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피쉬
대니얼 월리스 지음, 장영희 옮김 / 동아시아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아버지를 위한 세레나데

 

<빅 피쉬>는 ​죽음을 앞둔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을 향한 아들 윌리엄의 세레나데이며, 결국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이별의 과정이기도 한 소설입니다. 팀 버튼 감독/이완 맥그리거 주연의 판타지 영화로 더 유명할 텐데요, 이번엔 국내에서 뮤지컬로 공연된다고 하니 원 소스 멀티 유즈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하겠습니다. 

 

주변인, 특히 부모의 죽음은 참 묘합니다. 우리 부모님도 사람인 이상 언젠가 죽음을 맞이하는 게 순리인데, 그 죽음이란 게 말이죠, 이상하게도 우리 부모님은 피해 갈 것 같은 그런... 음, 아예 죽음의 개념이 없는, 그런 감정이 느껴진단 말이죠. 그냥 우리 부모님과 죽음은 전혀 별개인 것 같은 그런 기분 말입니다.

 

피할 수 없기에 부재를 다스리기 위해, 또는 부재를 받아들이기 위해 우린 각자의 방법으로 그 상황을 맞이하게 되죠. <빅 피쉬>의 에드워드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세일즈맨입니다. 하지만 가정으로 돌아오면 늘 자기의 자리를 찾지 못해 안절부절하고, 가족을 사랑하지만 표현은 모자란 그런 평범한 남자였죠.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의 부재에 익숙한 윌리엄은 집으로 돌아온 아버지가 이야기해주던,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되돌아보며 비로소 '아버지'라는 존재를 이해하게 됩니다.

 

어린 시절 우리에게 아버지는 그 어떤 존재보다 영웅적 면모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뭐든지 다 해 줄 것만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위험에서 우리를 보호하고, 갖고 싶다는 말 한마디에 마법처럼 내 앞에 그것을 갖다 주던 아버지. 하지만 그 때의 아버지 나이쯤이 되어 보는 그분은, 어린 시절이 있었고, 꿈꾸는 청년 시절도 있었지만 그저 아버지로 살아야 했던 세월이 우리의 시간과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빅 피쉬>에서도 아버지가 해줬던 그 많은 이야기 속에 아버지의 꿈이 숨어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윌리엄은 아버지가 이야기해 준 판타지 속에서 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꿈, 욕망, 희망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에드워드에게서 윌리엄에게로, 윌리엄에게서 그의 자녀에게로 계속 될 것입니다.

 

<빅 피쉬>는 판타지가 아닙니다. 윌리엄이 반복해서 말하듯 '이것은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우리가 아버지를 기억하는 한, 우리가 '한 사람의 이야기를 잊지 않는 한' 그는 우리의 추억 안에서, 기억 안에서 영원히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인생에 대한 가장 아름다운 세레나데, <빅 피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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