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노후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
박형서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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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후>는 초고령 사회의 난감한 사태를 14년 뒤, 대략 2031년의 현실을 배경으로 묘사한 중편 소설입니다(140쪽, 작품 해설, 이영광). 80대 이상 노령 인구가 전체 40%에 육박한 사회에서 젊은이 3명이 7명의 노인을 부양해야 하는 사회는 지독한 세대 간 갈등에 시달리고 있었죠. 

 

주인공 장길도는 70대의 노인으로 아내인 한수련과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내가 남편 몰래 국민연금에 가입했고 노령연금 수급자가 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전직 연금공단 TF 팀이라는 비밀 기관에 근무한 장길도는 아내가 연금 수령자가 된 후 어떠한 일이 벌어질지 너무도 정확하게 알고 있었습니다. '비생산자'라는 낙인을 찍고 국가는 TF 팀을 운영하여 노인들을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죠. 이제 장길도는 자신이 처리해왔던 노인들처럼 아내가 '삭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거대 국가기관인 국민연금공단에 맞서야 합니다.

 

국가는 소속된 국민의 욕구와 목표를 효율적으로 이루어 주고 외부 압력으로부터 그들을 지켜내야 할 의무와 권리를 가진 가장 큰 제도적 장치입니다. 하지만 그 국가가 자신의 존재를 위하여 개인을 말살하려 든다면 어떠한 공포스러운 사태가 벌어지는지 우리는 많은 작품을 통해 짐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의 노후>는 이제까지 우리가 익히 봐왔던 그 어떠한 비윤리적 국가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고 공포스럽습니다. 국가를 위해 노인의 목숨을 아무렇지 않게 삭제하는 행위는 최후의 보루를 잃었다는 암울함마저 느끼게 합니다. 그것이 '내로남불'의 장길도라 해도 공포스럽긴 마찬가지 입니다.

 

세상에서 누구에게나 평등한 유일한 것, 바로 '시간'일 것입니다. 누구나 시간을 거스를 수 없고 시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죠. 전직 TF 출신인 장길도에게도, 현직 TF 직원에게도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했고, 그들도 언젠가는 노인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현실만이 실재한다.'라고 주장하는 젊은 이사의 외침은 낯설지 않습니다.

 

장길도의 현재와 처리된 노인들의 교차 편집으로 우리는 그들의 죽음과 그 죽음에 관여한 공단의 행위를 목격합니다. 그리고 그 소름 끼치는 행위에서 오는 공포는 '실현 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귀결되기에 두렵습니다. 문득 무수히 스쳐지났던, 무심코 내뱉었던 '저 노인네 왜 저래'했던...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 그분들이 생각납니다. 

 

국가가 앞장서서 개인을 말살하는 시대, 당신의 노후는 편안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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