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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평점 :
<일생일대의 거래>는
'오베라는 남자'로 유명한 프레드릭 배크만의 단편 소설입니다. 성공한 사업가이지만, 아버지와 가장으로써의 삶은 실패한 한 남자의 독백을 통해
후회, 희생, 선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건
한 생명을 구하려면 어떤 희생을 치를 준비가 되어야 하는지를 다룬 짧은 이야기다. 미래뿐 아니라 과거까지 걸린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당신이 앞으로 가게 될 길이 아니라 뒤에 남긴 발자취가 걸린 문제라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게 전부라면, 그게 당신의 전부라면 누굴 위해
당신을 내어 줄 수 있을까?(5쪽)
수치화된 성공에 집착한 '나'는 그것에
몰입한 나머지 가족을 돌보지 않았고, 희귀성 암 진단을 받은 후 주변엔 이미 아무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알게 된 같은 병동의 5세 소녀는
자신과는 달리 암에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하고, 엄마의 슬픔을 이해하는 아이였죠.
나는
곧 죽을 거야. 사람은 누구나 죽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도 십만 년 뒤에 죽을 테지만 나는 내일 바라 죽을지 모른다는 것만 다를 뿐이지.
내일은 아니었으면 좋겠어.(16쪽)
언젠가부터 종종 보이던 사신의 모습을 그
소녀의 주변에서 발견한 '나'는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에 들린 폴더를 들고 도망치다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죠. '다른
사람을 줄 테니 그 사람을 죽여요!' 하지만 사신은 그녀를 살리고 싶다면 나의 죽음뿐 아니라 나의 삶 자체를 온전히 바쳐야 한다고
답합니다.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목숨음
목숨으로... 네가 죽는 걸로는 부족해. 그 여자아이의 온 생애가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을 만들려면 다른 생명이 존재를 멈추어야 하거든. 그
생명 안의 내용을 삭제해야 해. 그러니까 네가 네 목숨을 내주면 네 존재는 사라질 거야. 애당초 존재한 적 없는
사람처럼...(85쪽)
<일생일대의 거래>는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이 2016년 크리스마스에 썼다고 밝힌 단편소설답게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캐럴'이 생각나는 단편입니다. 스크루지처럼 이 책에서
'나'도 삶의 마지막에 내가 놓친 것에 대해 순례를 시작하며,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들과 마주하게 되죠.
나는
자식 농사에 실패했다. 너를 강하게 키우려고 했는데 너는 다정한 아이로 자랐으니(64쪽)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왜 이런
선택을...?' 이해할 수 없었죠. 두 번째 읽었을 때는 마음이 묵직했고, 세 번째 읽었을 땐 그냥 눈물이 났습니다. 왠진 모르겠어요. 그냥
조용히,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와 내가 스며드는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스며들다'... 네, 그 말이 딱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일생일대의 거래>는 스며드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조금 시간이 흘러 제가 5살쯤 더 나이가 들고, 사신과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을 땐
또 어떤 감정으로 스며들게 될지 자못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