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말할 진실 창비청소년문학 93
정은숙 지음 / 창비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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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말할 진실>은 '오늘 내가 본 진실'에 대한 10대 청소년의 생각을 담고 있는 7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책입니다. 

 

오늘 내가 본 진실이 내일도 모레도 여전히 유효하게 반짝일 수 있을까?(38쪽)

 

1. 내일 말할 진실: 좋아하는 선생님이 성추문에 휩쓸리면서 진실의 경계에 서게 된 세아의 이야기

2. 빛나는 흔적: 교통사고로 죽은 형으로 인해 균열이 생긴 가족이 결국 그 형으로 인해 회복되는 이야기

3. 손바닥만큼의 평화: 양심적 병역 거부에 의해 징역을 살고 있는 오빠에게 쓰는 편지

4. 버티고(Vertigo): 조종사였던 아버지가 죽은 후 아빠의 명예 회복에 집착하는 엄마와 수빈의 이야기

5. 영재는 영재다: 공부보다는 이삿짐센터의 일이 적성에 맞는 영재의 이야기

6. 경우의 사랑: 건물 엘리베이터에 갇힌 연재와 경우 남매의 이야기

7. 그날 밤에 생긴 일: 우연히 목격한 변태를 신고했지만 흡연을 했다는 이유로 오히려 추궁 당하는 묘성의 이야기

 

'내일 말할 진실'과 '그날 밤에 생긴 일'은 특히 창비 Q시리즈 중 '이제야 언니에게(최진영)'와 그 결이 닿아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아무리 사실을 말해도 선입견에 의해 피해자/목격자가 배제 당하는 상황에 처한 아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품없고 초라한 진실의 편에 서기로 결심한 아이들은 무척 대견해 보입니다.

 

<내일 말할 진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단편은 '버티고(Vertigo)'였는데요, 5000 시간 무사고 전투기 조종사였던 아버지가 실수로 추락사했다는 해군의 보도에 엄마는 '자존심'의 문제라며 아빠의 명예 회복을 위해 1인 시위를 시작합니다. 결국 3년 만에 엄마가 승리했다는 결과가 나오지만 그 이면에 숨겨져있던 진실 한 오라기가 튀어나오며 수빈은 알지 말았어야 할 진실의 초입에 서게 되죠.

 

제목인 '버티고'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아버지의 사고 원인인 'Vertigo', 즉 비행착각 현상일 수도 있고, 엄마와 수빈이 '버텨'내야 했던 3년의 시간과 앞으로 수빈이 '버티고' 견뎌내야 할 시간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난 아무 잘못 없어. 가엾은 우리 엄마도, 불쌍한 우리 아빠도 아무 죄가 없어.(145쪽)'라며 눈물이 차오르는 수빈은 그날의 진실과 함께 어떤 어른이 될지 궁금했습니다.

 

죽을 때까지 몰랐다면 좋았을 일이 있다. 끝까지 알고 싶지 않아서 버티고 버텼는데... 시간이 지난 뒤에야 생각했다. 정말 알고 싶지 않았던 게 무엇이었는가를. 그것이 진실이었는지, 두려움이었는지, 혹은 진실을 알게 되는 두려움이었는지를... (103쪽)

 

진실을 알고 싶지 않다는 것. 대부분의 진실은 진실을 원한 사람들에게 상처와 불행만을 안겨 줄 뿐이었다. 수빈은 그 어떤 진실도 원하지 않았다.(144쪽)  

 

<내일 말할 진실>을 읽으면서 문득 그 아이들의 용기가 부러워지더군요.  솔직히 십 대 시절, 그때의 저는 몰라도, 지금의 저는 이 책에 수록된 '오늘의 진실'을 마주한다면, 아마 어떡해서든 눈을 감아버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저 '귀찮은 일에 휘말리는 게 싫다'는 단순한 이유로 말이죠. 그로 인해 벌어지는 후폭풍이나 내가 입을 다물어 버림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영향이 미치리라는 걸 알겠지만, 과연 전 앞뒤 재지 않고 진실 앞에 설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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