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 - 인공지능과 인간이 창조한 인류
서석찬 지음 / 델피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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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입문서로는 괜찮아요★​

 

<에덴>은 죽음과 질병에서 해방되고픈 마음을 담아 영생을 꿈꾸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입니다. 이러한 소재는 주로 1990-2000년대 초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많이 다뤘는데요, 그때나 지금이나 인류가 존속되는 한 '죽음'으로부터의 해방은 인류가 끊임없이 도전하는 영역이 되는 것 같습니다.

 

21세기 지구, 200여 개의 국가가 산재한 미래, NE8(과거의 한국) 지역에 사는 천재 소년이었던 캐빈 박은 친구를 대신하여 인공지능 '나비'를 개발합니다. 하지만 존경하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를 당해 전두엽에 치명적 손상을 입고 파괴되어 가는 모습을 목격한 후 인간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끝없이 던지며 고뇌에 빠집니다.

 

이를 계기로 뇌 신경 사이의 전기신호 연구에 몰두하게 되고, 자동 통역 능력을 가진 '언어 임플란트'를 개발, 친구인 앤디와 '스파익스'를 창립하여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거기다 인공지능 '라비(나비)'는 케빈의 모든 것을 따라 하며 자가 학습을 통해 '인격'을 가지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되죠. 

 

<에덴>은 신의 영역, 즉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은 케빈이 제안한 인간의 뇌를 인공뇌와 신체에 전이(트랜스미션) 시키는 '에덴 프로젝트'를 주요 사건으로 다루는데요, 21세기 케빈과 앤디의 프로젝트 당시 이야기는 'Part.1 창조하려는 자'로, 22세기 에덴 프로젝트로 전 지구 인구의 50% 이상이 트랜스미션 된 신인류의 시대를 살아가는 신우(정통주의자-反 트랜스미션)의 이야기를 'Part.2 파괴하려는 자'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신우는 '죽음은 인간의 권리이자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언젠가 죽을 거라는 운명을 받아들였을 때 사람들은 삶의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 트랜스미션이 사람들에게 영원한 삶을 허락함으로써 시간의 소중함을 빼앗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트랜스미션이 인간이 인류에게 선사한 최고의 축복이라고 이야기했지만, 신우가 생각하는 트랜스미션은 인류를 파괴하는 재앙이었다.(17쪽) 

 

하지만 아쉽게도 트랜스미션이란 흥미로운 소재에도 불구하고 <에덴>은 당황스러운 전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너무 흐름에만 집중하느라 그 상황에 놓인 인간에 대한 배려가 보이질 않고, 벌어지는 상황마저도 집중 포인트가 없어 결국 이것도 저것도 아닌 뜬구름 같은 이야기가 돼버렸거든요.

 

그리고 <에덴>의 Part.2 파괴하려는 자에서는 22세기 에덴 프로젝트에 반기를 든 크루세이더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단체와 신우가 연결되는 과정도, 행동방식도 너무 두루뭉술하게 진행되는 바람에 이 책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그의 선택에 대한 당위성이 퇴색되는 악수를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에덴>은 SF 장르 입문서로는 제법 읽을만하다는 생각이고요, 작가의 차기작은 좀 더 집중할 만한 초점을 잡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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