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소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6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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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하라 료는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를 통해 사와자키 탐정 시리즈를 탄생시켰다. 그 이후 발표한 내가 죽인 소녀는 나오키상 수상으로 사와자키 탐정을 대중적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다. 책이 출간된지 13년이 지나 개정판으로 다시 찾아오면서 또 한번 사와자키 탐정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처음 제목을 보면서 마치 그 모든 일들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고백하는 것처럼 들려서 작가가 제목을 정한 이유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말에 이르러서야 그 모든 사실을 이해하게 되고 제목에 담긴 의미를 되새겨 보게 되었다.
사와자키 탐정을 기억할때 과거의 동료 와타나베를 떠올리게 된다. 와타나베 탐정사무소 간판과 쓸쓸해 보이는 사무실 풍경은 변하지 않았고 그 모든 것들이 사와자키 팀정에 대한 이미지를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가 되었다. 사와자키를 이끌어 가게 될 충격적인 이야기가 마음을 아프게 하고 이 사건이 가져오게 될 파장이 앞으로의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을만큼 강렬하게 기억될 것이다.
의뢰받은 일에서는 언제나 열심히 일하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는 내향적인 사와자키 탐정은 과거의 동료 와타나베와의 관계가 배신자라는 아픔도 있지만 그가 떠난 이유에 대한 궁금증과 안타까움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각성제 강탈로 사라진 와타나베를 쫓는 경찰 니시고리 경부와 폭련단 세이와카이 사이에서 끊임없이 곤란을 겪고 있는 것도 여전하지만 새로운 사건이 그에게 또 다른 상처로 다가오고 있었다.
사와자키는 사무실로 전화해서 가족문제로 상담하고 싶다는 의뢰를 받는다. 남자처럼 낮은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여자처럼 들리는 목소리로 사건을 의뢰한 사람은 작가인 마카베 오사무의 집으로 찾아오라고 한다. 사와자키가 마카베의 집을 찾아갔을때 그 집에 있던 남자는 딸 사야카가 무사한지를 물으면서 돈을 줄테니 딸을 돌려달라고 하지만 사와자키는 그 모든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자신은 분명 누군가의 의뢰를 받아서 이곳으로 왔는데 그것이 함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타난 경찰은 사와자키가 사야카 유괴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찰서에서 사와자키는 혐의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되지만 범인은 처음에는 와타나베 탐정사무소에서 나온 사람에게 돈을 전달하라고 했다가 다음에는 계획이 취소되었다고 말해서 유괴사건은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사와자키는 사야카를 납치한 범인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자신의 시무실에 전화한 사람과 동일인이라는 사실을 알수 있었다. 사야카는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외삼촌인 음악교수 가이 마사요시에게 레슨을 받고 있었는데 그날 레슨을 받으러 갔던 사야카는 레슨 시간에 오지 않았다. 마카베가 경찰에 신고한 사실을 사와자키 존재를 통해 알게 된 범인은 사야카도 안전하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몸값을 넘겨주는 역할을 맡게 된 사와자키는 돈을 건네주고 사야카를 무사히 데려오기 위해 나서게 된다. 마카베에게 딸을 납치할만한 사람이 있는지 묻지만 작가인 자신에게는 그럴만한 라이벌도 없다면서 부인 교코는 결혼하지전에 음악을 했는데 장인은 처남과 아내를 음악으로 출세시키기 위해서 교육했지만 손을 다친 교코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될수 없었기에 딸 사야카에게 더 큰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사와자키는 자신이 마카베 집에 들어갈때 집 옆에 있었던 '야마토' 택배 차가 마음에 걸렸고 니시고리 경부에게 조사를 부탁한다.
사와자키가 몸값을 가지고 나가지만 일격을 당해 의식을 잃으면서 경찰은 유괴범과 접촉 이후에 폭행을 당했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사와자키는 돈을 빼앗아간 오토바이를 탄 사람이 유괴범이 아닐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다시 유괴범과 교섭할려고 하지만 교섭은 중단되었다. 유괴범과 교섭이 중단된 이후 일주일이 지나가고 있을때 사야카의 외삼촌 가이가 사와자키를 찾아와서 조카 유괴사건에 관한 조사를 의뢰하지만 자신과 경찰과의 관계 때문에 망설이는데 가이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와자키의 집요한 물음에 가이는 사야카의 오빠 요시히코가 자신의 아들이고 동생의 집에 양자로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리고 네 명의 이름과 주소와 근무처가 적혀 있는 쪽지를 보여주면서 네 사람이 유괴사건과 관련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다고 말한다. 가이의 세 아들은 기타리스트, 레스토랑 경영, 권투를 하고 있지만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음악을 통해 출세하기를 바랬던 아버지는 가이와 교코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 않았고 스스로 성공한 가이는 자신이 한 것처럼 아들들이 그렇게 일어서기를 바라고 있었다.
사와자키는 평범해보였던 마카베 가족에게 보이지 않았던 문제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몸값을 제대로 전달했더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마음은 이 사건이 사와자키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왔고 동생의 유괴가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요시히코의 마음도 안타까웠다.
유괴시건이 일어나고 범인이 몸값을 요구하면서 범인에 대한 단서를 찾아 인질을 구출하고 유괴범을 잡는 탐정의 활약을 지켜보기를 바랬지만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처음부터 잘못된 방향에서 사건을 쫓고 있었지만 사실 단서는 곳곳에 숨겨져 있었고 사와자키는 경찰이 찾지 못한 단서를 통해 이 사건의 핵심을 보게 된다. 보고 싶지 않았던 결말은 마음을 아프게 하고 너무 멀리 돌아와서 어떻게 할수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 사실이 슬프게 다가온다.
사와자키 탐정을 보면 하드보일드 탐정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처럼 내향적이면서 우울해보이고 그가 사건을 맡아서 의뢰인을 만나고 단서를 추적할때의 빛나는 이면에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을때면 상처받은 내면을 고스란히 보게된다. 와타나베에 대한 그리움이 미움보다 강하고 그래서 더 쓸쓸해 보이는 사와자키에게 이 사건은 더 깊은 울림으로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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