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87년생 초등교사입니다 - 열정과 타협 사이에서 흔들리는 밀레니얼 교사들의 이야기
송은주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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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꿈이 선생님이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선생님은 영웅이었다. 못하는 게 없으신 것처럼 보였고 모든 걸 다 알고 있는 척척박사처럼 보였다. 그래서 엄마아빠에게 말했다. 나는 커서 선생님이 되겠다고. 부모님도 좋아하셨다. 아 그렇다고 해서 우리 부모님께서 나에게 교사라는 직업을 강요하진 않으셨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마침 좋은 직업이라서 응원해주셨다.

결국 꿈은 바뀌었고 선생님은 나와는 상관없는 직업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 책 목록을 봤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게 이 책이었다. 완전히 잊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름 처음 꿈이 선생님이라서 읽어보고 싶었다. 이 책은 내가 가지고 있던 초등학교 선생님에 대한 생각을 완전히 깨트렸다.

책에는 밀레니얼 세대에 탄생한 교사들이 어떻게 교사가 됐는지, 어떤 절차를 걸쳐왔는지, 어떤 교사상을 생각하면서 준비해왔는지 알 수 있다. 시대가 많이 변한 만큼 선생님이 되고자하는 마음가짐과 선생님이 된 후 워라밸에 대한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정년 퇴직 때까지 실직할 걱정 없이 살 거 같은 그들은 최근 추락하고 있는 교권추락, 빠른 세상의 흐름으로 인한 AI 교육에 대한 적응, 그리고 퇴근 후에도 끝나지 않는 학부모의 연락, 아직까지 지속되고 있는 보수적인 작업 환경까지. 좋은 점에만 불을 키고 바라보는 사람들에 의해 그들은 힘든 것조차 드러낼 수 없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꿈이 점점 희미해지면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선망은 점점 높아져갔다. 그렇게 되면서 나도 모르게 선생님에 대해서 너무 좋게만, 너무 쉽게만 생각한 것 같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깨달았다. 저자는 직업으로서 선생님에 대해 좋은 면도 담담하게 저술하고 힘든 점도 호소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적어내려고 한 것 같다. 교사에 대한 선망이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겠지만 학부모들이 읽어보면 참 좋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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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도키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89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문승준 옮김 / 비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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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 아들이야. 당신을 만나러 미래에서 왔어.”


 히가시노 게이고. 이름만으로도 신뢰를 주는 작가들이 몇 명이나 될까.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 중에서도 특히 팬들이 많은 일본 소설 작가이다. 일본에서는 2002년에 첫 출간되었고 이후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며 그의 팬이라면 꼭 읽어야 하는 작품 중 하나로 일컬어진다. 한국에는 2008년에 출간 되었고 2020년 김영사, 비채에서 예쁜 표지와 함께 재출간되었다.

 책의 줄거리는 미래의 아들이 갑자기 나타나 주인공 삶의 방향을 바꾸는 내용이다. 처음에 한 부부가 불치병을 앓고 있는 아들을 떠나보낼 준비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족이 생성된 과정을 설명하고 아들인 도키오가 삶의 끈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쯤 주인공인 다쿠미는 과거 자신이 20대일 때 아들인 도키오를 만난 적이 있다고 아내인 레이코에게 털어놓는다. 이 뒤에 과거로 돌아가 다쿠미와 도키오가 아사쿠사 하나야시키 놀이공원에서 만나는 장면으로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다쿠미는 한마디로 ‘노답’이었다. 인생 한 방을 노리며 부지런하게 일하기보다는 로또같은 대박을 기다렸다. 철이 없어도 이렇게 철이 없을 수가 없었던 그의 행동을 보고 도키오는 실망하게 된다. (물론 다쿠미는 도키오가 자신의 아들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다쿠미가 아들 앞에서 철없는 행동을 할 때 도키오가 아버지에 대해서 큰 실망을 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 계속 읽었다. 막무가내인데다가 기분대로 행동하고 주위 사람들의 걱정은 수가 틀리는 순간 무시해버리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앞에서 나온 프롤로그의 인물과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그는 개과천선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를 훨씬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 사람이 도키오였다.

 도키오는 사라진 다쿠미의 여자친구, 지즈루를 찾는데 도움을 주고 그 댓가로 다쿠미 인생을 바꿀만한 만남들을 계속해서 요구한다. 이 만남이 바로 다쿠미를 버린 친 어머니를 만나는 것이었는데 자신이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다쿠미는 쉽게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물론 그의 행동은 너무 이해됐다. 하지만 윽박지르면서 싫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아들로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었지 않았을까한다.



(아주 중요한 스포가 담겨 있습니다. 책을 읽고 싶은 분이시라면 여기서 멈춰주세요!)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은 다쿠미의 친어머니인 도조씨가 다쿠미에게 남긴 편지를 읽고 다쿠미와 도키오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편지에서 도조는 다쿠미의 친아버지이자 만화가인, 그녀가 사랑했던 가키자와 다쿠미에 대해서 말해줬다. 가키자와 다쿠미는 다리를 쓸 수 없었고 유명하지 않아서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우연히 그의 팬이 된 도조가 계속 가키자와를 찾아갔고 그 둘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어느 날 가키자와의 동네에 큰 불이 나게 되고 그를 걱정해서 도조는 가키자와의 집으로 뛰어 들어가게 되지만 이미 불길은 거셌고 도조는 가키자와를 데리고 나갈 만큼 힘이 세지도 않았다. 도조의 얼굴에 절망이 드리워질 때, 이윽고 그와 함께 죽음을 택했을 때, 가키자와는 도조에게 이렇게 말한다.


 “부탁이니 지금 바로 도망쳐 줘. 너를 데리고 갈 수는 없어. 그리고 내 몫까지 살아줘. 네가 살아남으려 한다면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미래를 느낄 수 있어.”


 결국 가키자와를 버리고 도망쳐 나온 도조는 괴로움에 견딜 수 없이 힘들었지만 곧 다쿠미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삶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하지만 그녀는 가난했고 이랬다가는 다쿠미 마저 잃을 수 있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입양을 보낸 것이다.

 이 모든 편지 내용을 읽었지만 다쿠미는 여전히 그럴싸한 아름다운 말로 포장해낸 핑계일 뿐이라고 생각하며 편지 내용을 저버리려고 했지만 도키오는 그런 그의 모습에 화를 내며 이렇게 말한다.


 “죽음을 앞둔 인간의 마음을 알기나 해? 헛소리 좀 작작 해. 불길이 코앞까지 닥쳤다고. 그런 때에 당신은 미래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 같아? 미래를 느낄 수 있다는 말이 그냥 나올 것 같으냐고. 좋아하는 사람이 살아 있다고 확신할 수 있으면 죽음 직전까지도 꿈을 꿀 수 있다는 말이라고. 당신 아버지에게 어머니는 미래였어. 인간은 어떤 때라도 미래를 느낄 수 있어. 아무리 짧은 인생이어도, 설령 한순간이라고 해도 살아 있다는 실감만 있으면 미래는 있어. 잘 들어. 내일만이 미래가 아냐. 그건 마음속에 있어. 그것만 있으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어. 그걸 알았기에 당신 어머니는 당신을 낳은 거야.”


 내일만이 미래가 아냐. 작가는 어떻게 이런 말을 적어낼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미래를 보며 자신의 미래가 행복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에는 미래라는 단어가 한 번씩 사람 마음을 때린다. 미래에서 온 아들 도키오. 그리고 계속해서 내일만이 미래가 아니라고 인지하게 되는 다쿠미. 행복한 미래가 어떤 것인지 알려준 가키자와와 그의 말을 듣고 그가 행복한 미래를 꿈꾸게 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간 도조까지. 이 부분을 읽고 얼마나 마음이 울렸는지 모른다.

 마지막 에필로그에서 도키오와 있었던 일을 레이코에게 말하고, 레이코 역시 도키오를 만난 적이 있었음을 떠올린다. 그렇게 서로의 인연을 확인한 두 사람은 마지막 숨을 겨우 내쉬고 있는 도키오에게 작별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다쿠미는 크게 소리질렀다.


 “도키오, 들리니. 도키오! 도키오, 아사쿠사 하나야시키에서 기다릴게!”


 이 마지막 문장을 읽고 책을 덮었을 때 놀라서 벌어진 입과 먹먹해서 울렁거리는 마음이 책의 소감을 대신해주었다. 내가 이때까지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모두 범죄 미스터리 관련 소설들 뿐이었다. 특히 최근에 읽었던 ‘탐정 클럽’이란 책이 상당한 실망감을 안겨주어서 큰 기대 안하고 읽었는데 왜 그가 그의 이름 하나만으로 하나의 소설 장르를 개척할 수 있었는지 단번에 이해가 되는 작품이었다. 그의 특기인 미스터리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감동까지 담겨 있는 이 책은 다른 친구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다.

 다시 그의 책에 빠져 다른 책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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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과 기분
김봉곤 지음 / 창비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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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곤 작가의 소설은 처음 만났다. 요즘 들어 인문학과 에세이, 산문집을 읽게 되고 소설을 읽은 지는 꽤 오래 되었는데 창비 소개 덕에 알게 되었다. 


처음 제목을 보고 느낀 건 영화 제작사 마블의 영화 ‘어벤져스’가 떠올랐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어벤져스의 최근 제목이 바로 ‘엔드게임’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작가가 이를 생각하고 제목을 설정한 건가 궁금했다. 작가는 전혀 아닐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책을 다 읽고 연관 지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소중한 걸 잃고 가장 바라는 걸 얻었어.’


소설의 첫 문장은 작품의 장르를 분명하게 해주었다. 물론 화자가 말하는 가장 소중한 것과 가장 바라는 것 중 어느 것이 사랑인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질 수 없다는 것만으로도 애써 담담하려는 화자의 기분이 충분히 느껴졌다.


 ‘나는 그를 잃은 척하지만, 완전히 잃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나는 화자가 여자임을 확신했다. 그렇게 감정이입해서 보려고 하는데 뭔가 안 맞는 듯 탁탁 튀었다. 마치 입 안에 음식을 가득 넣었는데 작은 모래가 돌아다니는 느낌이랄까. 남녀가 키, 몸무게, 체형, 발사이즈, 심지어 반지 호수까지 다 맞을 수가 있나. 물론 충분히 있을 일이다. 이것보다 더 이해가 가지 않았던 건 헤어진 남녀가 이렇게까지 아무렇지 않게 연락할 수 있나. 그래서 나는 아마 어쩔 수 없는 일이 그들을 갈라놓은 게 아닐까 생각했고 아직 서로 사랑하는 그들이 그 일이 해결된다면 다시 만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긍정적인 결말을 상상했다.

 이런 내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걸 곧 알 수 있었다. 사실 나름 짐작하고 있었다. 설마. 설마 진짜? 내가 놓친 부분이 있나?


 화자는 남성이었다. 화자가 사랑했던 대상도 남성이었다. 나름 책도 많이 읽고 많은 수업을 들으면서 ‘편견 없는 사람이 되겠다.’ 다짐했지만 당연히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그녀’라고 생각했다. 또 한 번 아직 깨어지지 않은 나의 편견에 반성했고 여자로 오해받은 화자에게 미안했다.


 잔잔하다.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그만큼 극적인 기승전결이 있는 게 아니다. 특별한 사건도 없고 이별한 연인이지만 아직까지 잊지 못한 채 일상을 살아가는 작가의 느낀 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다. 그래서 이 소설은 대화체가 많이 등장하는 편이다. 많..이.. 쓰인다. 물론 이 대화를 통해서 인물의 성격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두 인물의 말하기 습관을 알 수 있는 ‘컁컁’과 ‘효효’, ‘키옹’ 같은 의성어가 현실감을 제공하면서 글의 몰입은 살짝 방해했다.

 

 ‘나는 이 글의 근사한 끝을 미리 계획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화자의 생각 변화를 담백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연인과 헤어져서 그 연인을 소설에 등장시켜 그와의 추억을 회상하는 방식, 이 방식을 사용하면서 이별을 대하는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맞이해야 하는 모습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화자는 연인, 즉 형섭과 함께 한 시간을 잊지 못하고 있다. 잊지 않으려고 한다. 화자의 입장에서 형섭은 절대 줄임말일리 없는 ‘야’라는 호칭을 쓰고 소설 상에서 연인의 이름을 단 한 번도 다정하게 불러준 적이 없다. 이별 후의 삶은 이토록 다르고 화자는 이별 속에서 방황한다.


‘아직은 삶의 시간에 질 수 없다. 내 부끄러움에 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까 마지막. 마지막으로 딱 한번만 더.’


 그러던 도중 화자는 ‘엔드게임’을 선언했다. 글을 쓰는 화자가 무엇을 쓰고 싶어하는지, 사랑하는 동안 화자가 느낀 감정의 형태와 눈물의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화자의 사랑이 향했던 그의 모습은 무엇이었는지. 충분히 힘든 이별의 시간 속에서 무서워서 감히 도전하지 못했던 이별의 내면을 바라보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엔드게임’은 결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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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강빵과 진저브레드 - 소설과 음식 그리고 번역 이야기
김지현 지음, 최연호 감수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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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이 예쁘다. 진짜 예쁘다! 손수 그려진 듯한 삽화와 정갈한 글씨체를 담고 있는 양장본은 독자로부터 독서 욕구를 이끌어 내었다.

목차는 식당의 메뉴판처럼 꾸며져 있었다. 첫 번째 목차는 흔히 에피타이져라고도 볼 수 있는 빵과 수프에 관해, 두 번째 목차는 주 요리’. 세 번째 목차는 디저트와 그 밖의 음식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마치 유럽의 오래된 코스 요리 전문 식당을 찾은 듯 했다.

나는 그 중에서도 에피타이져로는 건포도빵와 수프를, 주 요리로는 바닷가재 샐러드와 햄과 그레이비를, 디저트와 음료는 생강빵과 버터밀크를 맛보기로 했다.

건포도빵은 <소공녀>에서 나온 빵이다. 소공녀의 세라가 자신보다 더 배고픈 거지 소녀에계 양보하는 선행을 베풀었던 빵인데 그녀는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진 삶에서 자존감을 잃지 않고 수많은 조롱에도 스스로 고귀함을 유지한다. 타인의 평가에 많이 신경을 쓰는 나인데 그녀의 마인드를 본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법의 수프>에 나오는 마녀의 냄비와 국제 세트로 만들어진 수프는 온 백성들의 굶주림을 해결해 주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마녀는 인간의 욕심으로 인해 파멸을 바라고 만든 물건이지만 선한 마음의 공주와 왕자 덕에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알고보니 내가 생각하던 수프와 조금 달랐는데 양송이나 크림 수프가 아닌 우리나라로 치면 국밥에 가까운 요리였다고 한다.

<작은 아씨들>의 자매 중 막내이자 다재다능하고 성격도 활발한 에이미가 자신의 친구들에게 대접한 요리인 바닷가재 샐러드는 지금은 매우 고급진 요리라고 볼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아니었다고 한다. 그녀의 집안에 맞게 준비했지만 허투루 준비하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는 음식이다. 바닷가재를 사고 이리저리 정신없는 도중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 에이미가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녀는 오히려 당차게 그에게 말을 건넸다. 이 책에는 내가 본받아야 할 여성이 참 많다고 생각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나오는 햄과 그레이비는 영리하고 강단 있으며 자기 주관이 뚜렷한, 다소 당시 여성상에는 맞지 않았던 스칼렛이 좋아했던 음식이다. 모진 그녀의 삶이 그녀를 더 행복하게 만드는데 걸림돌이 됐지만 누구보다 능동적이고 하고 싶은 일을 다 하면서 살고 싶었던 그녀는 지금 시대에 살아가는 여성에게 큰 귀감이 된다고 생각한다.

<우산 타고 날아온 메리 포핀스>에 나오는 뱅크스 가의 두 아이, 제인과 마이클은 이 생강빵을 좋아했다. 이 생강빵에는 비밀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생강빵에 있는 종이별이 나중에 밤하늘의 별이 되어 반짝반짝 빛나게 된다는 것이다. 나도 어린이들의 상상력을 자극시켜주는 이 이야기는 어른이 되어서도 잠시 잊고 있었던 옛날 엉뚱한 상상들을 불러일으킨다.

마지막으로 음료 버터밀크는 <비밀의 화원>에 나오는 음료이다. 다른 아이들보다 심술궂었던 메리는 몸 속에 피 대신 버터밀크가 흐른다고 묘사되었다. 톡 쏘는 냄새와 시큼한 맛이 특징인 버터밀크로 비유된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심술궂게 될 수 밖에 없었던 가정적 배경과 환경을 이해하고 봤을 때 메리는 너무 잘 자라주었고 버터밀크의 맛은 더 시게 느껴진다.

이 외에도 더 맛있는 음식들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내 후각과 미각을 자극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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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
말콤 글래드웰 지음, 유강은 옮김, 김경일 감수 / 김영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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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받고 처음 든 생각은 , 두껍다.’였고 그 다음 든 생각은 표지 촉감(?)이 너무 좋다였다. 작년 학교 수업 때 나와 타자들이란 책을 읽었었는데 여태 태어나서 읽은 책 중에 가장 어려웠다. 사실 제목을 보고 흠칫하긴 했다. 이번에는 또 얼마나 어려울까? 심지어 나와 타자들은 책이 작았는데 이건 너무 두껍잖아,,

 

 뭔가 신기하게도 우연인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와 타자들도 표지가 초록색이었는데 이 책도 표지가 초록색이여서 타인, 타자들을 다룰 때 가장 적합한 색이 초록색인건가 하는 생각도 했다. (잘 생각해보면 나와 타자들책 표지에도 눈 그림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는 말콤 글래드웰이다. 사실 말콤 글래드웰은 이번 기회에 알게 됐는데 알고보니 매우 유명한 작가였다. 여기저기서 드디어 말콤 글래드웰의 신작이 나왔다는 글들을 볼 때, 뭔가 나만 모르는 것 같아서 괜히 부끄러웠다. 그래서 더 열심히 이 책을 읽어보기로 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타인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들과 함께 설명하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 재밌고 흥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나와 타자들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기 위해서 한 페이지당 5번씩은 읽은 것 같다) 읽을 때 마다 저자가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콕콕 찝어서 말하고 있어서 뜨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여기서 저자는 세 가지 수수께끼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를 서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타인에 대한 판단 오류를 일으키는 실수의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진실 기본값 이론. 기본적으로 우리는 타인이 정직할 것이라는 기본값이 설정되어있다. 두 번째는 투명성 가정의 실패. 타인의 겉모습과 내면이 같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결합의 파괴. 대화 맥락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듯 이 책에선 우리가 타인을 만나서 나름대로 그 사람을 어떻게 해석하고 그 해석에 대한 오류를 설명하고 있다. 뭔가 제목을 봤을 때는 타인을 해석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려줄 줄알았는데 그 예상을 빗나갔다. 하지만 그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야 말로 이 책의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는 함부로 타인을 해석할 수 없다. 생각해보면 우리도 타인을 대할 때 내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인 것이다. 이번에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되었다.

 

 이제서야 왜 사람들이 말콤 글래드웰의 책을 좋아하고 신간을 기다리는지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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