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정 - 흔들리지 않고 고요히 나를 지키다
정민 지음 / 김영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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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정>은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지식경영에서 한국학 속의 그림까지 고전과 관련된 전방위적 분야를 탐사하고 있는 작가 정민이 <일침>, <조심>, <석복>,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에 이어 다섯 번째로 출간한 책이다. 제목의 뜻은 '고요함을 익힌다'는 뜻이다. 저자는 정신없이 세상에 흔들리는 요즘 같은 때, 고요히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책의 목차는 크게 1) 마음의 소식, 2) 공부의 자세, 3) 세간의 시비, 4) 성쇠와 흥망 네 가지로 나뉘어져있으며 한자 네 글자로 이루어져 잇는 이야기가 총 100편 모인 책이다. 학과 특성 상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 읽어 보았다. 그래서 그런지 중간 중간 한자로 이루어진 책들이 어색하지 않았고 원래 알고 있던 배경지식으로 이해하기도 더 쉬웠다. 하지만 이 책은 굳이 나 같은 지식 조건이 갖춰지지 않아도 충분히 쉽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거년차일(去年此日) : 이학규가 3월 말일에 쓴 시 <춘진일언회(春盡日言懷)>이다. 평상시 같으면 별로 눈에 들어오지 않은 문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 19 때문에 밖에 마음껏 나가지 못하다보니 특히 마지막 줄이 내 심경과 같았다. 꽃 피는 봄. 원래 같으면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수업을 마친 뒤 겨울을 이겨내고 자태를 뽐내는 꽃들을 보며 이리저리 사진을 찍었을 텐데 지금은 사진은 커녕 봄의 냄새도 제대로 맡지 못하고 있다. 내년의 이 날에 날리는 꽃 구경할가?

 목차를 읽다가 내 눈을 사로잡은 하나의 네 글자! 원래 순서대로 책을 읽는 걸 좋아하지만 제일 먼저 그 페이지로 갔다. 문유십의(文有十宜) : 글을 잘 쓰고 싶어하는 사람으로서 꼼꼼히 숙지하겠다 마음먹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이렇게 해야한다. 하지만 또 너무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식의 선을 잘 지켜야 한다는 내용이 대다수였다...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을 수 있겠지만 그만큼 글이란 게 쓰기 어려워서 그런거겠..지..?

 사실 이 책은 조금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공자왈 맹자왈처럼 옛날 선인들의 말을 가져와서 이미 알고 있는 말을 당연하게 해주고 있으니까. 그래서 색다른 재미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앞에서 말했다시피 고요함을 익히는 것. 다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바쁜 세상 속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단 1분도 부족한 시점에 일부로라도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읽으며 자신을 마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목적이라면 네 글자로 이루어진 글을 하나씩 볼 때마다 자신의 내면에 빠져들 수 있게 만드는 데는 어느 정도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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