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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과 혀 -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권정현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10월
평점 :
혼불문학상 수상작 '칼과 혀' 서평
제7회 혼불문학상 수상작인 '칼과 혀'는
패망 직전의 만주국을 배경으로
3명의 인물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야기를 번갈아 진행한다.

그 인물들로는
관동군 사령관 모리,
모리를 암살하려는 자경단 단원 중국인 요리사 첸,
조선 여인인 함경도 청진 출신의 길순이다.
아무래도 전쟁이 배경이다보니...
특히나 일제강점기시대이다보니
다소 극단적이게 한 쪽의 편을 들게 될 수 있는데,
이 책의 인물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3명이 번갈아 이야기를 진행하기 때문인지
모리에게도, 첸에게도, 길순에게도.. 모두에게 감정이입이 된다.
전쟁이 나면 멍청한 남자들일수록 으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세상의 모든 정의를 짊어지고 불속으로 뛰어들길 주저하지 않잖아?
그건 때가 되면 규칙적으로 여자들에게 찾아오는 이름 모를 일본 병정들이나,
남부식 권총 하나로 세상의 부조리를 끝낼 수 있다고 믿는 내 오빠나,
도마 하나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첸이나
모두 매한가지야.
그래서 난 사내들을 믿지 않아.
-p.92 중에서-
지금 생각해보니 나는 그것을 버리고 왔어야 했다.
피로 얼룩진 눈앞의 저 낡은 도마를.
수많은 영혼들이 칼날에 베여 안간힘을 쓰며
제 죽음을 밀어내던 저 분노의 순간들을.
대륙으로 폭풍처럼 짓쳐들어오는 제국주의자들의 총검과 피바람,
죽어가는 자들의 한숨이 압착된 저 도마를 말이다.
나는 도마 위에 엎드려 처분을 기다리다
누군가의 혀를 만족시킬 재료들이나 다름없다.
내가 과연 저 날카로운 광풍의 칼날을 비켜갈 수 있을까?
-p.20 중에서-
한.중.일 서로 다른 국적, 서로 다른 목적을 가진 이들의 심리묘사가 돋보였던 책이며,
역사물에 흥미있는 이들에게 좋을 책 '칼과 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