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블랙펜시리즈 클럽 여섯번째 이야기, 봉루입니다.
김수지님이라는 다소 낯선 작가분이 중학교시절에 썼다는 로맨스소설. 여기까지가 이 책의 초이스 정보였어요.
과연 이정도 소개만 갖고 세권이나 되는 대장정의 길을 오를 분이 몇분이 되실까싶습니다.
이 바닥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블랙펜시리즈라고는 하지만,
유명한 작가님이 아닌 이상 세권짜리 로설을 사십시오!! ...라기엔,
디앤씨미디어님들.. 무리수를 던진게 아닐까 하는 우려도 솔직히 있었다지요.
그러나 이 블랙펜시리즈의 그간 행보를 보다보면 웹사이트 조회수하나 밀어부치며 신인들을 발굴하고
계신 분위기라.... 으음... 중학교 시절에 쓴... 이 홍보글에 이걸 과연 봐야되나... 아리송한 심정을
일단 블랙펜 네임벨류믿고 긴가민가 시작하게 합니다. 다 읽고 난 다음에 오... 이런걸 중학생 소녀가?! 언빌리버블!!!!
이러고 앉아있지만, 그냥 홍보글에 쓰기엔 진짜 무리수 같거든요. 이런 가격에 세권이나 되는 책을 사라고?!
(디앤씨님들, 자제좀... ㅋ)
게다가 이 시리즈.... 제가 마지막에 읽은게 황XXX이거든요?
거기 홍보 문구는 어땠더라.. 배꼽을 찾을 수 없다고 했던가... 기억이 가물..;
아무튼 엄청 웃기다고 했는데, 웃기기는.... 웃긴거 찾다가 웃을 포인트를 못찾아서
분노성 리뷰를 올린게 얼마전 같은데.... 물론 사랑이야기 빼면 재미있을지도 모르지만,
로맨스 믿고 초이스한 책이 그게 아닐때 오는 반발심은 예상에 없으셨던건가요.
거기서 보았던 꼬꼬마의 애정행각은 도무지 로맨스 클럽에서는
용납할 수 없는(!) 분위기였거든요?
(디앤씨님들 중 누가 홍보글을 정하는지 모르지만, 완전 시니컬 쩌리짱이십니다!!!)
나 또 이 책 샀다가 뒷통수 맞는건 아냐...? 뭔지 모를 저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홍보문구 스멜에 벌벌 떨며 책잡었다는...-_-
일단 이번책은 서평단 입장으로 임하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추석연휴가 껴서 늦게 배송되어진 탓에 한질 구매하게 된 연유로다가
소비자의 입장에 입각해서 쓰겠습니다! (...라지만 임무상 서평단헤드를 달았다지요. ;)
그러나 결단코 서평단이라고 좋게만 쓰지는 않겠어요.
둔녀지만, 매의 눈으로 이 책을 해부해보겠어요.
기합 팍팍 넣고, 두권씩이나 되는 사진도 한장 찍어서 떡!! 하니 리뷰글을 쓰기 시작해보지요.
허나 현실은..... 추석대란에 늦게 도착한 서평용 증정책은 비닐조차 안뜯고...;
연휴때 읽기위해 돈주고 산 책은 책장에 꽂아넣지도 않은 게으른녀 인증샷일뿐....
대체 리뷰용 소설이라고 늦게 보낸건가요? 돈주고 산게 더 빨리와~ 돈만 있으면 다 되는 세상이구나...이런 교훈을 주는
기다림의 시간이었어요.... ㅜ_ㅜ
책 느낌은 지금까지 나온 블랙펜시리즈 책 치고는 단순한 디자인이었습니다.
무덤의 정원이나 달사괴처럼 뭔가 있어보임직한 디자인이었으면 좋았겠지만,
책의 가치는 일단 내용이다.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그냥 그러려니 넘어가겠습니다.
게다가 재밌게도 이번 세트에는 책이 어떻게 발간되는지에 대한 짤막한 과정설명도 첨부되어있어서
출판업계와는 거리가 먼 독자군으로써 흥미롭게 보았어요.
1,2,3권 구성에 외전 소책자, 출판까지과정이 담긴 설명문과 노트, 금장책갈피가 묶음세트 구성이었어요.
나름 알차죠?
그럼 대충 외관과 이 책을 접하게 된 배경설명따위는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내용을 읽은 소감을 적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뭘 쓴걸까요..;)
봉루. 얼핏 봉황의 눈물? 쯤 생각했는데, 그렇습니다. 그 봉황의 눈물은 맞는데
여기선 여주를 설명하는 한단어에 해당합니다. 여주는 봉루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은 총단채의 수장을 맡고 있는
이지적이고 냉철한 여성입니다. 초반에 뜬금없이 여주가 처형되는 장면부터 시작되는데
사실 이런 부분이 소설적으로 흥미를 도발할만한 장치였을테지만,
그간 보아온 회귀물의 대부분이 이런 극적인 상황에서 과거로 돌아가거나 차원이동같은걸 하는 전개로
진행되는게 다수라 오히려 지루한감이 있었습니다. 또 이때쯤 읽었던 책 대부분이 그런 부류들이었고요.
시작부터 처형되는 여주라니, 문득 이정운님의 경국지색도 연상되어서 '아. 지루해!' 를 연발하긴했지만
다행히 그냥 프롤로그였어요. 그리고 본편의 시작은 죽을뻔하지만 안죽고 다른 세계로 차원이동이 된 여주의
이야기가 시작되죠.
뭔가 그럴듯한 동양풍 분위기의 프롤로그에서 본편 분위기는 '사막의남자' '이집트의왕자' '용문객잔(!)' 같은
사막배경에 만화 '바사라'스런 냄새를 폴폴 날려줍니다. 이 사막풍 배경에서 작가님이 콕 찍어 정해준 남주는
젊은나이에 정복길에 올라 악마같고 잔인무도하며 애정결핍은 서비스로 무장하신 츤데레 남자에요...
미친놈(;;)이지만, 온리여주에게만 달달해지는 꽃미남이랍니다~ (앗흥!)
여담이지만, 바사라로 치면 적왕슈리 타입보다는 아사기 같은 남주랄까요!
왠지 구도상 김경미님의 청애도 떠오를락말락했어요.
거기도 동양에서 차갑고 이성적인 여주가 중세판타지풍 세계에 떨어져 전쟁 폴폴 날리는 남주를 만나 사랑을 했고,
결과적으로 잘먹고 잘살았다라고 끝나잖아요? 그건 봉루보다 얇고, 두권으로 끝나는 여검객의 사랑이야기였는데요.
같은 맥락이니까 이미 청애나 기타 다른 차원이동물, 사막배경 차원이동물로 '연의바다'도 유명하죠.
이건 현대여성이 사막나라에 이동, 거기 남주를 만나서 사랑하고 잘살았대요~로 끝났고 봉루만큼 두꺼운
세권짜리 책이지만... 결론적으로 봉루가 셋 중 제일 좋아요! (...청애나 연의바다는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이분이 중학생 시절에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출판전에 대대적인 수정을 하셨다더군요.
한참 아이돌에 열광하는 십대소녀시절을 봉루속 세계관과 함께 보냈을 작가님을 돌이켜보니,
공들여 만든 배경이나 등장인물들, 전개방식과 그 결말, 따숩게 마무리짓는 마지막 외전들까지....
얼마나 작품속 세계에 애착을 갖고 썼을까요. 그녀의 소설속에선 시녀캐릭마저 깨알 재미가있었거든요.
(쌍둥이 시녀들에게도 훈남을!!)
이번에 정식으로 책이 되어 나오면서 추가된 본편속 외전이나 별도 소책외전등을 봤을때
작가의 네임벨류 하나 믿고 양판소처럼 찍어내는 실망스런 로설들 보다는
읽을만한 가치가 있었습니다. 구석구석 작가분의 숨결이 느껴졌다고 할까요. 여주를 짝사랑하던
남조시점의 외전 마무리까지 봤을땐 진짜 이분이... 작품 봉루에 많은 애정을 갖고 출간했구나 싶었어요.
작품 전체적인 느낌은 그랬습니다.
수정전 본편을 봐야 '중학교시절 쓴 작가의 처녀작!'이라는 선전에 혹한 바에 대해서 "얼마나 대단하면?"
그점을 홍보글로 정했을까? 궁금증을 해소했겠지만... 여느 작가나 처녀작을 백프로 자랑스럽게 여길 분이 있을지..
작품 하나하나마다 독자분들 앞에 세울땐 한결같이 부끄럽고 두근거리는 심정... 장르계 소설을 쓰는 작가분들이
갖고 있는 공통점이 아닐까 합니다.
이 정도 수준이면 굳이 십대소녀가 썼다는 홍보글 없이도 재미난 글이었어요.
속된말로 중이병같은 설정이 가능할만도 했던 남주였다면 역시.. 제 소설에 한껏 심취한 사춘기 소녀의
우상화 소설 내지 정신적 피폐함을 작품속 여주 코스프레 해서 이야기의 흐름은 잡지도 못하고
한껏 제 소설에 도취된 망작이라 읽다 포기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일단 어린분이 쓴 글들 많은 부분이
그래서 작품이 산으로 가는 것들도 많거든요.
작가님은 컷하신건지 잘 피해가신건지 캐릭파고들기가 담백해서 몰입하는데 방해요소는 없었어요.
남주의 탄생비화나 걸어온 패도의 길 같은건 과하다싶기도 했지만, 장르소설이니까 그냥 그러려니 하면 되는거고,
여주가 감정이 배제되어온 성장과정이 있어서 몇번이고 남주를 걷어차지만.. 그때마다 용케도 일편단심인 남주가
기특하기도 했고, 결국 온전히 여주를 품게되니 기다리는 자에게 복이 있다는 옛 사람들의 말이 틀린말 하나 없다는
교훈(응?;)도 주는 훌륭한 사랑이야기가 아니었나합니다.
뒷내용이 궁금해서 밤을 꼴딱 새고 읽긴했습니다. 세권짜리라는게 독이었지만 세권이라서 행복했어요.
읽어도 읽어도 끝나지 않을 것 같은데, 작가님은 저에게 외전 소책자라는 성물까지 던져주셨죠.
옛다 먹고 떨어져라싶은 남주여주의 2세이야기나 언제나 여주에게 까이는 역할인 남조까지
훈남으로 버무려서는 남조캐릭 하나까지도 이미지 관리를 확실히 해주시더라구요.
(이런 친절한 작가님같으니...;)
신나라 다 읽었을땐 이미 날이 새버려서 미치고 팔짝 뛸 지경이었다지요. 평일이었거든요. 하루만 더 참으면 명절연휴라
느긋했을텐데, 명절전에 배송받고 날밤크리!!
개인적인 감상이 다 좋았던 것만은 아니었어요.
워낙 다작을 하다가 생긴 트집잡기 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여주 시각만 쭉 읊어주거나 남주여주 크로스로 이야기를 전개해도
세권까지 안갔을지도 모를텐데 중간중간 개입되는 조연들의 이야기, 꼭 넣었어야했나싶기도 하고. 나중에야 저 조연중 하나가
여조급이었군... 게다가 후반부에 들어서 나오는 허걱씬도 뺏으면 좋았을껄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죠. 그래도 명색이 로설인데
달달하게 마무리 하셨기 망정이지 남주한테 욕나올뻔했습니다. 여주도 설정상이라지만 매번 남주한테 하이킥을 날리고 튀는
상황의 반복을 볼 때마다 그 하이킥 한번에 한권씩 분량이 늘어나는구나 ... 어여 다 읽고 자고 싶은데 분량 늘어나겠군...한숨...
뭐 이런 기분도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
중간중간 나오는 여주의 배경이야기는 진산님의 '가스라기'풍이거나 오노 후유미의 '십이국기'같은 배경이라죠.
문득 십이국기가 보고 싶어집니다....뜬금없는;;
장황했긴 했지만, 중요한건 결론이죠? 별만 보고 리뷰를 닫는 분도 계시겠구요.
돈주고 사 보기에 아깝지 않은 책이었구요. 재미도 있습니다. 일편단심 남주가 나와주니, 로맨스라는 장르를 선택하실
분들도 흐뭇하게 바라보실 수 있을 것 같고, 전체적인 배경이 사막풍이니 바사라나 이집트의 왕자같은 배경이 취향인
분들도 초이스 하실만하겠고. 캔디녀스런 여주 싫어하는 분. 잘난 여주라는 키워드를 원하는 분들도 좋아하겠고요.
잘 읽었습니다. 김수지 작가님.
PS. 이 리뷰는 서평단 모집 이벤트로 주어진 도서를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제돈주고 산 책으로 읽었습니다만.. 의무상 달아요. 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