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의 책 읽기의 쓸모 공부의 시대
김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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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책이나 독서에 대한 책이 좋아서 도서관에 가면 책과 관련된 코너를 찾게 된다. 대출할 서재를 고르다가 내가 좋아하는 보라색으로 된 작고 귀여운 책을 발견했다. 제목은 책 읽기의 쓸모, 김영란 재판관님의 강연내용을 정리해서 만든 책이다.

 

김영란 재판관님하면 김영란법으로 유명하신 그 분 아니신가?그 법률이 완벽하진 않지만, 법률을 만든 의도에 무척 공감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이 법률이 시행된 이후로 악의적으로(또는 은근슬쩍) 이 법을 까면서 아직까지도 불평하는 기사를 쓰는 기자들의 모습은 정말 추잡하다. 물론 비싼 밥 대접 하면서 기사 좀 잘 부탁드린다고 은근슬쩍 기자에게 부담을 주는 취재원들이 더 문제이긴 하지만.

   

  이 책은 공부를 아래와 같이 두 가지로 나눈다.

1. 자신의 직업 또는 하고 있는 일(하고자 하는 일)에 직접 도움이 되는 공부 (쓸 모 있는 공부)

2. 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무관하지만 자신의 삶을 성숙시켜주는 공부 (쓸 모 없는 공부)

 

쓸 모가 없다고 표현하셨지만, 쓸 모 없는 공부가 처음에는 현실을 잠깐이나마 잊게 해주는 장점이 있었다고 하시는 말씀에 공감했다. 나 역시 책을 덮는 순간 뭘 읽었는지 기억 안 나는 느낌이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비록 잊어버려도 책을 읽는 동안 공감했던 부분들이 내 무의식에 남아있다고 자위하기도 했지만, 허무한 기분을 피할 수 없어 요즘은 적당히 필기하면서 읽거나 같은 책을 두 번씩 읽어보려고 하고 있다. 요즘 출판계에서 밀고 있는 서평쓰기 운동도 내용을 기억하는 좋은 방법이라 게으른 내가 블로그를 시작하기도 했다. (이래도 기억 안나면 필기한 것을 요약해서 달달달달 외우는 방법 밖에 없지 않을까? 난 한국 표준 암기교육을 엄청 잘 이수한 학생이니까 하하하하 이래서 수능 망했지만)

 

  가장 인상적인 내용은 사춘기 시절 김영란 재판관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토마스 만의 토니오 크뢰거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나 역시 처음 접한 이야기였는데 상당히 흥미로웠다.

 

간단히 설명하면, 화자인 토니오 크뢰거는 세상과 잘 적응하지 못했던 예술가로 자신과 정 반대인 세상과 시민으로서 잘 적응하는 한스 한젠을 멸시하고 부러워했지만, 이후 세상을 사는시민보다는 세상을 보는예술가로서 자신을 작가로 만들어 주었던 것은 시민적 양심시민적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고, 앞으로도 창작활동을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하는 이야기이다.

 

김영란 작가님은 청소년기에 토니오 크뢰거의 생각에 큰 공감을 했고, 자신 역시 세상을 보는사람이 되자는 결심을 하고, 더 뚜렷이 잘 보기 위해 공부가 필요해서 공부를 하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난 수업은 들어야 해서 들었고, 공부는 해야된다니까 했던 것 같은데..

돌이켜보면 이 공부가 왜 나한테 왜 필요한건지, 이걸 잘해서 결국 뭘 하려는건지 동기가 없었다. 어린 10대 때 필요한 것은 학원 뺑뺑이 돌리는 것이 아니라 저런 확고하고 굵직한 동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한 것 아닐까? 나는 다 늙은 지금도 허당끼가 있어서 어떤 일을 할 때, 왜 해야되는지 설명을 어리숙하게 표현할 때가 많다. 이러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최근에 하게 되어서 늦은 감도 있고,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것들도 많지만.. 조금 더 큰 목표와 동기, 가치를 만들고 거기에 맞게 인생을 결정해야 겠다는 생각을 요즘 많이 했다. .. 나는 왜 그렇게 살지 못했을까.. 아니야, 이제부터 그렇게 살면 된다. (그래도 젊었을 때 알았다면 참 좋았을텐데.)

​  이 외에도 주옥 같은 부분이 많아 모두 다 발췌해서 소개해주고 싶은 부분이 많은데, 블로그 글이 너무 길어지는 것 같아 나머지는 아래에 남긴다. 특히 이분법으로 나눠서 설명한 부분이 많아 이해하기가 쉽고, 나는 어디에 해당하는 사람인지 생각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책은 쓸 모 없어 보이지만, 내 삶을 성숙하게 해주는 문학 공부가 결국은 자신의 쓸 모 있는 공부에 쓸 모가 되는 측면이 있었다라고 하면서, ‘이야기책을 많이 읽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 습관을 후회 하지 않고, 앞으로도 나는 이 삶의 습관을 소중히 간직하며 살 것이다. 이 책을 읽으신 분들도 이런 삶의 습관을 실천해 보셨으면 좋겠다.’는 저자의 메시지가 담긴 책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갈수록 독서인구가 줄어드는 이 시점에서 꼭 필요한 메시지이라 생각했고, 문학을 읽는 내 습관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점이 있다면, 책의 마지막 부분에 담긴 청중의 질문에 대한 답변까지 이야기를 예로 설명하셔서 답변 분량이 너무 길어져 집중력이 좀 떨어졌다. 차라리 질문에 대한 답변을 이야기로 비유하여 설명하기 보다 직접적이고 간결하게 답변해주셨으면 빠르게 책 페이지를 넘기며 가볍게 마무리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어서 평점 반 개를 뺐다.

 

나머지 반개는 김영란 작가님도 미리 알려주신 부분이지만, 강연의 목차()가 좀 난잡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출판사에서도 목차를 공통점이 있는 부분끼리 나눠주셨다면 이해가 쉽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강연이라는 것이 이런 말 했다가 저런 말 하기도 하는 것이고, 시간상의 문제도 있으니, 강연을 책으로 옮긴 책의 한계가 이런 것일까 싶다.

  

  이 책은 평소에 책을 읽는 습관이 있었지만, 독서 후 허무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분들이 가볍게 읽으면 좋을 것 같다. 평소에 책을 안 읽으시는 분들이 읽기엔 좀 가독성은 떨어진다.^^; 그래도 부담없는 분량에 표지도 깜찍해서 친구에게 선물로 주기에 부담 없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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