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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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책중에서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란 책을 굉장히 좋아해
왔기에 요번에 나온 신작인 이 책에도 크게 기대가 되었다.

평상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보고 있으면
무언가를 잃게 되는 과정, 그 부재로 인한 상실, 결국에 사라져 버릴것에 관한 감정들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루는 작가라는 느낌을 받았었는데 요번에도 작가의 역량을 어김없이
발휘한 책이 아닌가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다.   

책은 각각 7편의 <드라이브 마이카>, <예스터 데이>, <독립 기관>, <셰에라자드>, <기노>,
<사랑하는 잠자>, <여자없는 남자들> 이란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들었던 단편으로는 드라이브 마이카와 독립 기관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드라이브 마이카에서는 아내의 외도이유를 끝내 알지 못하고 병으로 아내를 떠나 보낸 남자,
그는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스스로에게 뭔가 놓친부분은 없었는지 부족한게 없었는지,
아내는 그 상대와 깨가 쏟아졌을지 끝없이 생각하며 힘들게 하는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아무리 잘 안다고 생각한 사람이라도,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일지라도,
타인의 마음을 속속들이 들여다본다는 건 불가능한 얘깁니다.
그런 걸 바란다면 자기만 더 괴로워질 뿐이겠죠.(p.51)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아내를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집착이라고도 볼 수 있는 그 두터운 생각의 무게로 인해, 자기 자신만 더 괴로워지고
힘들뿐이라는 걸 책을 보며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독립 기관에서는 독신이고 유능한 의사인 남자, 그는 임자 있는 여자와 부담없는 관계를
가져오다 만나던 유부녀를 난생 처음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녀가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애타는 상실감과 끓어오르는 깊은 슬픔을 느끼며 자신을 점차 제어하지 못하게 되고 마는데..

사랑한다는 것은 원래 그런 것이다. 자기 마음을 컨트롤할 수 없고,
그래서 불합리한 힘에 휘둘리는 기분이 든다.(p.146)

위 글을 읽고 있자니 니체가 한 말이 떠올랐다. 사랑은 우매할 만큼 아낌없이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것이라고.

그렇게 그는 그녀에게 완전히 사로잡히게 된다.이성을 잃기 전 그는 그녀에게 난 무엇인가?에
관해 생각 해보게 되며, 자기 자신으로 크게 확대되어 난 대체 무엇인가? 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점차 그는 무력감에 시달리게 되고 좋지 않은 방향으로
치닫게 되는걸 알 수 있었다.

어느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p.327)

여자를 잃거나 잃게 될까 두렵고 슬퍼하는, 곧 여자없는 남자들이 될 주인공들의 다양한
감정들을 함께 나누게 되어 굉장히 흥미롭고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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