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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 - 류시화의 하이쿠 읽기
류시화 지음 / 연금술사 / 2014년 6월
평점 :
이 책을 접하기 전까지는 하이쿠를 일본 전통시라는 것 정도로만 알았고, 막상 다가가기에
망설임이 있었는데 요번 기회에 류시화시인이 해설해주는 하이쿠를 만날 수 있게 되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보게 된것 같다.
5.7.5의 17자로 된, 이 세상에서 제일 짧은 시라는 하이쿠.
평상시 접하던 시들과 확연히 달랐다. 굉장히 짧고 간결하기에 처음에 낯설게도 느껴졌었다.
그랬던 것도 잠시뿐.
시 밑에 쓰인 해설로 시를 쓴 시인의 생애 전반, 이 시를 썼을때에 상황 등을 알 수 있었고,
좀 더 깊게 공감 할 수 있어 점점 더 집중하게 되었다.
이름 몰라도
모든 풀마다 꽃들
애틋하여라
-산푸 (p.142)
위에 하이쿠가 통째로 정말 가슴 깊이 와닿는 느낌을 받았다. 왜일까. 평상시 인정받고
싶어하는 나, 남들만큼 잘하지 못할때 좌절해 내 존재를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며
낭떠러지로 내 몰던 내 자신이 떠올랐기 때문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변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말해주고 싶은 좋은 시를 만난 것 같다.
각자가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거. 그렇게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싶어지는 마음이
들게 해주는 멋스러운 시라고 생각이 든다.
국화 키우는
그대는 국화의
노예여라
-부손 (p.158)
국화를 아름답게 가꾸려면 끊임없는 관리를 필요로 한다. 그렇기에 책에서는 말한다.
행위가 존재를 노예화할 때 불행은 시작되며, 순수한 기쁨은 저멀리 사라지게 된다고.
위 하이쿠를 보고있으니 예전에 읽었던 법정스님의 <무소유> 책이 생각나게 되었다.
가꾸던 난초를 다른이에게 선물로 주었을때 해방감을 느끼셨던 그 문장이 내게 정말
인상이 깊었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쳐다보며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하기에 어느새 국화에 얽매이고
집착하게 되는 것. 국화뿐만이 아니고 그 어떤것에도 집착하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고
다시금 마음먹어보게 된다.
읽어내려갈수록 하이쿠, 그 함축되고 절제된 멋을 매력있게 느끼는 나를 발견하게
되어 즐거웠고, 하이쿠를 다양하고 깊이있게 만날 수 있는 책이었다고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