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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
정재영 지음 / Lik-it(라이킷) / 2021년 5월
평점 :
『오늘부터 공구로운 생활』은 공구 유통의 생태에 대한 간략한 소개, 공구상이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 공구의 종류와 고르는 방법 등을 담은 책이다. 나에겐 굉장히 생소한 주제를 다룬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더 관심이 간 것도 있고 저자가 말하는 '나밖에 할 수 없는 일'이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져서 이 책을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브랜드를 기획하고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하는 일을 했던 저자 정재영은 갑작스레 아버지가 운영하던 공구상사를 물려받게 되면서 공구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공구상'하면 온갖 도구가 벽과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린 어두운 공간 안쪽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중년 아저씨가 떠오르는데, 힐끗 봐도 내 머릿속 이미지와는 딴판이다. 예기치 못한 계기로 갖게 된 직업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공구상의 세계에 빠져든 저자는 산업용품, 공구를 자신만의 감각으로 해석하고 (마케팅, 판매, 영업을 대신 하는) 중개상으로서의 역할을 어떻게 잘해낼 수 있을지 큐레이션의 방법을 고민하며 스스로의 일에 가치를 더한다.
사실 '산업용품 큐레이션'이라는 말을 처음 봤을 때 그다지 긍정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다. 우선 낯설다. 그리고 최근 들어 큐레이션이라는 단어와 행위의 쓰임새를 조금은 회의적으로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근거와 기준을 알 수 없는 큐레이션은 무수히 늘어나고, 또 그렇게 큐레이션된 것들이 우리의 경험과 취향을 제한하는 경우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저자가 말하는 큐레이션은 다양한 산업용품의 사용 목적과 방법, 브랜드별 제품 차이 등을 소개하고 사용자에게 가장 적절한 용품을 선별해 제공하는 것으로 그 의미와 존재 이유가 분명히 와 닿았다.
내가 책을 읽는 이유 중 하나는 직접 경험해보지 못한 삶의 형태를 간접적으로 만나기 위함이다. 아무래도 '일'에 관해서 고정된 가치관이나 목표가 없는 상태라 새로운 직업 세계를 알게 된 이번 독서는 꽤 의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