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금성의 신화 - 남자와 여자의 언어는 정말 다를까?
데보라 카메론 지음, 황은주 옮김 / 스핑크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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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여성이 서로 다른 언어로 말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진 통념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이러한 신화에 일조한 연구 사례들을 반박하고 있다.

책 제목에서의 신화는 잘못된 믿음을 칭한다. 흔히 우리는 여성이 남성보다 말이 많다거나, 여성의 말은 협동적인 반면 남성의 말은 경쟁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오해를 가져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연구들을 반박하면서 남성과 여성은 여러 면에서 비슷하고, 양성 간의 차이보다는 동일한 젠더 집단 내부에서의 차이가 더 심하다고 말한다. 특히 말하기는 어떤 맥락이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맥락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이러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을까? 여성과 남성의 언어를 다루는 대중서들은 대부분 모집단이 편향되어 있거나, 지나치게 작은 집단만을 조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문적 신뢰도를 부여하기 위해 저자의 구미에 맞는 연구들을 인용할 뿐, 연구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세부사항을 설명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남성과 여성의 의사소통에 관한 일반화를 불러오고, 사람들이 잘못된 믿음을 갖게 하였다.

한 가지 사례로는 굼베르츠의 연구에서 타인의 말에 반응할 때 ’,‘그래’,‘과 같이 짧은 대답을 여성은 듣고 있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남성은 동의한다는 의미로 사용한다고 하였다. 하지만 동일한 짧은 대답을 다르게 해석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체계적인 검증은 없었다. 후에 실제 실험을 통해 어떤 대답이 어떤 의미인지는 남성, 여성에 상관없이 맥락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하나의 잘못된 사례로는 여성은 하루에 2만 단어를 말하는 반면 남성은 하루 7천 단어를 말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는 여성은 남성보다 말이 많다는 믿음을 같게 했다. 하지만 저자는 만일 어떤 성별이 더 많이 말하는지 일반화하고자 한다면, 동일한 맥락이라는 조건 아래에서 비교해야 한다고 말한다. 양성이 단일한 상호작용 내에서 대화하는 것을 관찰하고, 그들이 상호간에 대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등을 측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믿음이 생겨난 까닭이 여성의 말에 대한 반감, 이상적인 여성이라면 말을 많이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담겨있다고 말한다.

위와 같은 연구들은 엄밀한 방식으로 검증되지 않은 사변이나 일화적인 증거에 기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남성과 여성이 서로 오해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격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언어 사용과 젠더의 관계 안에는 맡은 역할, 상대적 지위, 기대, 의무 등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동일한 성별을 가졌다고 해서 동일한 말하기 방식을 찾는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의사소통 스타일은 혈액형별 특징을 찾는 것처럼 본질을 형성하는 요소로 잘못 간주해서는 안 된다.

특히 맥락 안으로 들어가 언어 행위를 이해해야 한다는 말이 공감이 갔는데, 예를 들어 말을 끊는 것은 무례하거나 지배하려 드는 행위일수도 있는 반면 상대의 말에 열정적인 관심을 나타내는 지지의 행동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은 상대의 말을 많이 끊고 남성은 그렇지 않다.’라고 해석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나 또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때 남자이기 때문에혹은 여자이기 때문에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저 사람 간의 차이일 뿐인데 젠더의 차이로 일반화하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되었다. 앞으로는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때뿐만 아니라 널리 알려진 신념을 받아들일 때에도 정말 그러한지, 일반화의 오류는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p.69 '여성은 이렇고 남성은 이렇다'는 형식을 띤 진술은 남성과 여성 사이의 유사성을 축소할 뿐만 아니라 각 젠더 집단 내에 존재하는 광범위한 차이를 숨기는 역할을 한다. 언어학적 변수의 경우 각 성별 집단 내부의 차이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각 성별 집단 사이의 차이보다 크기 때문이다. 남성과 여성 사이의 차이에는 주목하면서 각 집단 내부의 차이는 보지 못하는 것은 문제를 호도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이런 일은 너무 흔히 일어난다.

 

p.113 소년들과 성인 남성들의 말이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것인데 반해 소녀들과 성인 여성들의 말은 관계 지향적이라는 주장, 남성의 말은 경쟁적이지만 여성의 말은 협동적이라는 주장 등은 모두 언어적 행위의 실제 현실을 과잉 단순화하는 면이 있으며, 특정한 젠더와 연관된 특정한 경향성이 나타나는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p.193 여러 증거들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개인의 의사소통 스타일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공유하는 것이 너무 많으며, 각 집단 내에서도 너무 많은 변이형들이 존재한다. 일반화된 명제에 부합하는 여성이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부합하지 않는 여성 또한 아주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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