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분 엄마의 인문학 습관 - 엄마의 생각의 깊이만큼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
한귀은 지음 / 예담Friend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인문학. 영어로는 'Humanities'.
'인간의 본성'이란 뜻의 라틴어 후마니타스(Humanitas)에서 유래된 단어.
한마디로 인문학이란, 인간이나 인간성에 대한 모든 것을 다루는 학문.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와있는 인문학에 대한 정의이다.

처음에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엄마가 알아야 할 인문학에 대한 내용이 실려 있는,
조금은 어려운 책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한 꼭지 한 꼭지 천천히 꼭꼭 씹으며 읽어봐야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책은 국어교육과 교수인 저자가,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얘기였다.
그래서 마치 선배엄마가 함께 커피를 마시며 하는
아이 키우는 얘길 듣듯, 편안하게 술술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물론, 저자는 국어를, 문학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를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사람이기에
저자가 아이에게 '논리'를 가르쳐주려는 아니,
논리적으로 사고하고 표현해야 한다는걸 은근슬쩍 알려주는 방법은
평범한 엄마들의 방식과는 당연히 차이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임신했을 때 논문을 열 편을 썼지만
아이는 인내심이 없고 오랜 시간을 들여 노력해야 하는 일엔 일절 관심이 없다는 부분을 읽으며
임신을 하고 논문은 커녕 제대로 된 글 한 편 쓰지 못한 보통 엄마는 다행이라고 안심했을 정도로,
평범한 엄마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엄마들의 안절부절함을 잘 이해하지 못했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요, 내가 잘 하고 있는건지 자괴감이 들어요' 등의
엄마들의 하소연에 대한 글을 읽을 때면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왜들 그리 어렵게 생각할까 싶어 의아스럽기도 했다.

그런데 내가 엄마가 되어보니,
이 문장이 절로 이해가 되었다.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건 단지 역할 하나를 더 부여받는 일이 아니다.
존재의 본질 자체가 변하는 일이다.

 

 

 

존재의 본질 자체가 변하는 일.

내가 아는 예시로 예를 들자면,
포도가 포도주가 되는 것이 아니라, 물이 포도주가 되는 것만큼이나
전혀 다른 형질의 존재가 되는 것.

엄마란 그런 존재였다.
엄마가 아니고서야 감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

그래서 그런가, 엄마가 되고나니 전혀 다른 내가 된 것 같은 느낌을 여러번,
아니 하루에도 수십번 받는다.

회사에 다닐 땐 나름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 생각했고,
아이들을 가르칠 땐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엄마들로부터
너무너무 감사하다는 감사 인사를 수도 없이 받았던 사람이 나인데.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고 걷지도 못하는 이 어린 생명체의
낮잠 시간 하나에 이렇게 목숨을 걸고,
아직 '엄마' 소리도 제대로 한 번 못들어 봤으면서
엄마 노릇 제대로 하려고 밤잠을 설치고,
그러다가도 아이가 아프면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내가 대신 아플테니 이 아이만은 건강하게 해달라고
울며 기도를 하다 못해 아이가 자고 있는 머리맡에 물이라도 떠다 놓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는걸 알고 있다.
아이가 커갈수록,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이 하나 둘 늘어날수록
엄마의 고민은 훨씬 더 다양해질 것이며,
아이는 훨씬 더 다양한 방식으로 엄마를 힘들게 할 것이다.

아이가 누워있기만 할 때에는, 아이가 얼른 기어다녔으면 싶었다.
아무것도 표현할 줄 모르고, 그저 누워만 있는 아이와 하루종일 있으려니
아이 앞에서 내내 원맨쇼를 하다가도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고
그래서 멀뚱멀뚱 누워있는 아이를 옆에 두고 내 할일을 하자니 무심한 엄마가 된 것 같았다.

그런데 아이가 기어다니기 시작하니 빨리 아이가 걸어다녔으면 싶다.
기어다니며 이곳저곳 못가는 곳이 없고 못만지는 곳이 없지만
그러다보니 집안은 어찌보면 늘 변함 없는 심심한 곳이 되어버렸기에
바깥 구경을 시켜주고 싶은데, 그러자니 늘 아기띠를 하거나 유모차에 태워 가야 해서
또다시 아이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내가 원하는 곳으로 데려가고
내가 원하는 것만 보여주게 되어 또 이게 제대로 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이가 걷고 뛰기 시작하면 또다른 고민에 머리가 지끈거리겠지 싶다.

이 책은 아까 언급했듯, '중학생 아들'을 키우는 엄마의 글이라
이제 돌쟁이 아이를 키우는 내게는 조금 먼 이야기이긴 했다.

'아이가 공부할 때 방해할 줄 아는 엄마' 라거나,
'논술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은?' 등등의 꼭지는 특히나.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엄마로서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아직 초초초초초보 엄마인 내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모유수유에 정답이 없듯,
육아에도, 교육에도 정답은 없을 것이기에
이 책에서의 저자와 아이의 이야기를
나와 루아에게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까 하는 부분에서는 더 고민해 봐야 하겠지.

내가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맘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던 시절인 것 같다.

환경적으로 그만큼 뒷받침이 되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유혹하는 것들이 지금만큼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고기에 비유하자면,
내가 어린 시절에 살던 곳은 물이 잔잔한 냇가여서
원하는 곳에 가서 친구들과 놀고, 원하는 놀이를 하고,
또 원하면(?!) 공부를 하기도 했지만,
지금의 아이들은 물살이 거센 계곡에 살고 있는 것 같다.
무언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기 전에
주변의 물살로 인해 이곳 저곳으로 떠밀려 가기 쉬운 현실.

그런 현실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무엇을 지켜야 할지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그래서 스스로 홀로 서서 자신의 힘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지켜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 나부터가 먼저,
스스로 생각하고 올바르게 결정하고,
마음껏 사랑받고 사랑하면서 그렇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루 10분 엄마의 인문학 습관>이 제목인 이 책에는,
'엄마의 생각의 깊이만큼 스스로 성장하는 아이' 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그럭저럭 그냥저냥 때로는 전쟁같이 흘러가는 엄마의 하루.

거친 물살 속에서 중심을 지키고 원하는 곳으로 헤엄쳐 가는 법을 가르쳐 주기 위해,
아니 스스로 보여주기 위해,
나부터 먼저, 깊이 생각하고 표현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 이 책에는 중간중간 엄마와 아이에 대한 그림이 실려 있고,
저자의 짤막한 말이 보태어져 있다.
머리를 식히고 공감하며, 또 배우며 읽기 너무 좋은 책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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