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편의 겨울 여행과 한 편의 봄 여행 - 나를 떠나 나를 만나는 시간
이희인 지음 / 나는북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여행. 이제는 너무나 흔한 코드, 해쉬태그가 되어버렸다. 텔레비전 속의 유명 여행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쉽게 잘 가지 않는 곳을 목적지로 정하곤 하지만, 그러한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은 그곳을 쉽게 목적지로 정하고, 쉽게 떠나고, 쉽게 여행한다. OECD 국가들 중 근무시간 랭킹에서 상위권을 벗어난 적 없는 국가인만큼 사람들은 1년에 한 번 떠나는 휴가도 마음 놓고 갈 수 없으며, 따라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여행 시기는 주로 여름에 몰려 있다. 여행지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아서 휴가기간에, 휴가지로 가는 혹은 돌아오는 비행기는 분명 외국 국적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열아홉 편의 겨울 여행과 한 편의 봄 여행>. 이 책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겨울 혹은 겨울의 문턱에서 다녀온 여행의 이야기이다. 총 스무편의 여행기를 둘러보면 강원 동강, 충남 서산, 당진, 지리산 등 우리나라에서 시작해 오사카, 나라, 홋카이도, 등 가까운 일본을 거쳐 만주, 몽골, 바이칼 호수, 블라디보스토크 등의 러시아를 포함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파타고니아를 거쳐 다시 대한민국과 일본으로 돌아온다. 휴가지로 인기가 많은 휴양지나 여행의 로망이라 하는 서유럽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더 반가운 여행기였다.

 

강원 동강에서 영화 '선생 김봉두'에 나왔던 할머니를 만나고, 우연히 만나 알게 된 아이들이 그 할머니의 증손주였음을 알게 되고 그 후로 동강을 여러번 찾아 아이들과 함께 축구를 하고 눈 위를 뒹구는 이야기, 시리도록 추운 몽고에서, 게르의 따뜻함을 알게 되었던 시간들의 이야기, 영하 38도까지 내려갔던 밤 바이칼 호숫가에서 별똥별을 봤던 순간의 이야기 등 이 책 속의 여행은 돈과 시간이 넉넉하다고 해서 떠날 수 있는 여행이 아니었다.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지만 이제 혼자가 아니라, 남편과 단둘이 아니라, 어린 루아와 함께 하는 여행을 준비해야 하다보니 용기를 내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 속의 여행을 따라가며 다시 한 번 여행의 본질을 되새겨보게 되었다. 누구나 떠날 수 있는 여행이 아니라 나만 떠날 수 있는 여행, 우리만 할 수 있는 여행을 하자고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었다. 또한 그러한 다짐은 비단 여행 뿐만 아니라 우리 삶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기에, 그저 소비하는 삶이 아니라 배우고 경험하고 누리고 나누며 더 풍성한 삶을 살자고 다짐했다.

올 봄이 오기 전, 우리는 두 번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 모두들 여행이 아니라 극기훈련이 될거라 얘기하듯, 루아와 함께하는 여행이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 부부에게는 잠깐의 휴식이 되어주고 또 앞으로 루아와 함께할 진짜 여행을 준비하는 '여행연습'의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책의 저자처럼, 나도 진짜 여행을 하고, 진짜 내 삶을 살아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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