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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아이는 말보다 그림을 먼저 배운다 - 생각하는 아이를 만드는 프랑스 교육의 비밀
신유미.시도니 벤칙 지음 / 지식너머 / 2015년 4월
평점 :
프랑스식~ 유대인식~ 블라블라.
육아서를 보다보면 참으로 다양한 무슨무슨식 교육이 존재한다는걸 알게 된다.
그 중 가장 자주, 흔하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프랑스식'인데,
프랑스식 육아를 소개한 책 몇 권을 읽고
프랑스식 육아를 전부 이해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그것이 맞는지 틀렸는지 나는 감히 속단할 수 없지만
적어도 육아에 정답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프랑스의 문화 만큼은 꼭 배우고 싶고,
또 루아에게 가르쳐 주고 싶다 생각했었는데,
그런 내게 딱 필요한 책을 만났다.
예술의 나라 프랑스,
예술의 도시 파리.
'피아노의'도 아니고, '음악의'도 아니고, '미술의'도 아닌,
'예술의'라는 수식어를 통째로 붙여도
그 누가 뭐라 할 사람 없는 나라, 프랑스.
더이상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클래식하며 고급스러운
명품 브랜드가 태어난 나라,
그러한 브랜드를 자랑스러워하지만,
우리 나라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거리에서 그러한 명품백을 찾기는,
우리나라 보다 더 어려운 나라.
그에 반해 우리 나라는 멀리 바다 건너 온 브랜드 로고가 새겨져 있는
명품백을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고,
그래서 삐까번쩍한 호텔 로비나 음악회, 결혼식장은 물론
길거리에서도, 버스 안에서도, 지하철에서도
프랑스가 고향인 브랜드들의 로고를 흔히 만날 수 있다.
그런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하는건,
의외로, 그런 브랜드같은 명품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따라서, 잘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흔히 우리나라의 물건들은 '품질이 좋다'고 한다.
무엇을 만들든, 좋은 재료로, 꼼꼼하고 튼튼하게 열심히 만드는걸 잘한다는 얘기.
물론 품질이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만들 수 있는건
엄청난 경쟁력이긴 하지만
그보다 그러한 브랜드를 만들어내고 디자인 할 수 있는 능력이 부러운건 비단 나 뿐일까.
우리 나라와 프랑스의 이러한 차이가,
어려서부터 받아 온 예술에 대한 교육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외국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인 한국의 '쏠림 현상'은
자기의 소득 수준과 일정 사회적 계층에의 소속감, 사회적 신분을 드러내려는
상징적인 모습 중 하나라고 한다.
이러한 '쏠림 현상'은 아기 때부터 시작된다.
아기들은 '국민'이라는 수식어를 단 장난감, 육아용품에서부터
TV를 통해 접하는 애니메이션까지 거의 동일한 물건과 콘텐츠를 수용하고,
비슷한 자극을 받으며 성장한다.
18p
저자의 딸, 40개월의 수리가 활동한 것을,
오감의 영역별로 나누어 체크한 것이다.
'오감발달' 하면 흔히 문화센터의 강좌 제목이 연상될 정도로,
우리 나라에서는 아이의 오감발달교육(?!) 또한 획일화 되어 있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아이의 일상생활에서 오감을 자극할 수 있는 활동들을 체크한다면
더 다양한 방법으로 오감을 발달시킬 수 있지 않을까.
까이에 드 바캉스.
일명 바캉스 노트.
아이가 보고, 만지고, 경험한 것들과 그 정보 등을 기록하는 노트.
이렇게 프랑스 아이들은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경험들을
기억하고 간직하며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나는 바인더를 쓰고 있으므로,
루아의 까이에 드 바캉스도, 바인더에 만들어줘야지 생각했다는.
책에는 프랑스식 유아 미술 교육에 대한 팁 뿐만 아니라
엄마가 직접 집에서 활용해 볼 수 있는 내용들도 들어 있었다.
우리 나라와는 사뭇 다른
프랑스 유아학교의 일과도 인상적이었다.
어른 기준으로 아이의 미술을 평가하지 않는 사람들.
덕분에 아이들은 자신의 그림이 얼마나 잘 그려진 그림인지 평가를 받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다 표현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다양한 색'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이
그림을 '잘'그리는 거라고 생각하는 우리들.
하지만 프랑스 아이들은,
한 가지 색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표현하기를 제안 받는다.
'한 가지 색에 집중함으로써 색의 강도를 느낄 수 있다.' 는 한 줄 설명.
이제 우리의 미술 교육도 조금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순수 회화와 미술사를 가르치는 필립은,
선생님이자 아빠이자 화가이다.
그는 집에 있는 벽난로가 아이에게 위험할 것 같아
자신의 작품 '늑대'로 가려놓았는데
그의 아들 가스파가 그림 앞으로 걸어가더니
눈 깜짝할 새에 형형색색의 크레용으로 낙서를 했다고 한다.
벽난로를 막기 위해 맞췄던 캔버스에 그림을 그렸고,
그 그림을 라세큐에서 전시 했고,
전시가 끝난 후 그림을 다시 벽난로 앞에 가져다 놓았는데
순식간에 아들의 낙서로 엉망이 되어 버린 것.
하지만 아빠 필립은 보통의 부모처럼 반응하지 않았다.
두 살배기 가스파와 함께 공동작업을 하기 시작한 것.
가스파가 낙서를 하면 필립은 그 위에 그림을 그리며,
아들과의 공동작업을 즐겼고,
관련 논문도 발표했으며,
새로운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영감도 얻었다고 한다.
아들이 자라고, 점점 그림을 잘 그리게 되면서
현재는 공동작업을 더는 하고 있지 않다고 하지만,
내겐 그의 이러한 태도가 충격스러우리만큼 신선하게 다가왔다.
전시까지 한 작품은 커녕
책이나 벽에 낙서라도 하면 아이를 혼내고
낙서를 지우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우리네가 아닌가.
하지만 그런 우리더라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엄마 아빠가 아이의 의견을 들어주고,
그 의견을 존중하듯,
아이도 엄마아빠의 의견을 들어주고,
그 의견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것.
그러면 이 책 속의 아이들처럼,
엄마아빠가 오붓하게 브런치를 즐길 동안,
루아는 조용히 앉아서 그림을 그릴 수 있겠지?
상상만 해도 행복한 장면.
보통은 싸인펜의 얇은 부분으로 밑줄을 긋는데,
형광펜으로 주욱 그어둔 부분.
'아이들에게 자유로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하는 것'과,
'다른 사람의 평가에 대한 걱정 없이 창조적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우리 나라 교육이 하고 있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생각하고,
생각한 것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러면서도 어른을,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아이로 크는 것.
부모라면 누구나 바라는 것이 아닐까?
이 책에서는 미술 교육에 대한 팁 뿐만 아니라
이렇게 아이와 함께하는 순간순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도 정리되어 있었다.
'애착인형'이라는 제목이 붙은 인형들이 판매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 아이들은 서양 아이들만큼 애착인형에 애착이 크지 않다.
나도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이 책에는 그 이유까지 설명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한국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 가정,
프랑스에 살고 있는 프랑스인 가정,
프랑스에 살고 있는 한국인 엄마 + 프랑스인 아빠가 있는 가정 등
다양한 케이스의 가정을 방문해
아이들의 생활패턴과 가족의 활동 등을 관찰하고 인터뷰한 내용도 실려 있다.
가정마다 생활환경이 다르므로,
당연히 제각각의 특징이 있었지만,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고,
엄마아빠가 창의성을 높인다는 목적 하에
미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미술 활동이 온 가족의 생활의 일부가 되어
각자의 생각을 표현하고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며
유대감을 돈독하게 하는 수단으로 톡톡히 활용되고 있다는 것만은
이 책 속의 모든 가정에게서 볼 수 있는 공통점이었다.
또한 아이들과 해볼 수 있는 미술놀이들도 수록되어 있어서,
나도 루아가 조금만 더 크면 이런 활동들을 같이 해 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하나하나 자세히 보며 눈에, 머리에, 담아 두었다.
서두에 말했듯,
육아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미술 활동을 잘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생각을 다양하게 표현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그러면서도 다른 사람의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하며 배려 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엄마아빠인 우리 부부가 먼저,
틀을 깨고, 다양하게 생각하고 다양하게 표현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미술을 접하고 활용해 봐야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그리고,
뜬금 없을지 모르지만,
크지 않더라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작은 텃밭이나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우리 부부가 먼저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미술활동이 무엇일지,
조금 더 진지하게, 오랫동안 고민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