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봄이가 무단결석을 한지 나흘째 되던 날,
담임선생님 책상위엔 출처를 알 수 없는 종이 묶음이 놓여있었다.
반 번호를 제목으로 달고 각기 다른 말을 하는 이야기들은
모두 사라진 '봄이'와 얽힌 것들이다.
잘생긴 대학생 남자친구, 프라하의 추억, 첫키스의 고백
뚱뚱한 몸집을 가진 봄이를 바라보는 반 아이들의 시선 그리고 선생님의 시선
아이들의 감정과 속내를 숨김없이 드러내는 그 글들을 읽으며
작은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사람에 대한 편견, 우월감, 혐오, 고정관념..
공부와 경쟁에 치인 아이들은 봄이의 이야기를 통해
본인이 하지 못하는 일들에 대한 대리만족과 해방감을 느끼지만
그런 와중에도
뚱뚱한 봄이의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믿지 않는다.
앞에서는 흥미있는 듯, 재미있는 듯 물어보고 이야기하라 재촉하지만
뒤에서는 각자의 방법으로 봄이를 그리고 봄이의 이야기를 부정하는 아이들
글을 읽는 내내 마음이 안좋았다.
예전에 왕따를 당했던 경험이 있던 아이마저도
그 대상이 내가아닐 수 있다면 그 상황에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자신이 겪었던 아픔이 다른이에게 옮겨지는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현실..
혹시나
나 역시도 군중심리에 끌려 학창시절 누군가에게 상처를 준건 아니었을까?..
아이들의 그런 이기적이고 어두운 면들이
그저 놀라운게 아니라 너무 낯익은 것이어서..
그래서 더 몰입하며 보게 된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아이에게 책을 본 후 느낀점을 물어봤다.
'봄이가 불쌍해'
구체적으로 알진 못해도
8살 아이의 눈에도 이야기 속 봄이가 안쓰럽게 보였나 보다.
아직은 너무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사람을 판단할때는 외모나 겉으로 보이는 것들로만 판단하면 안된다고..
사람은 누구나 다르고,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라고..
일반적인 이야기만 해주었다.
학업에서도 외모에서도 꿈에서도
무한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상황때문일까?
우리아이가 자라는 환경도 저런 모습일까?
봄이를 마치 화풀이 대상 보듯 대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그런 아이들에게 상처받는 봄이도
그 안에서 역시 갇혀있는 선생님도
안쓰럽게 느껴지면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 대해,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비단 소설 속 아이들이 아닌..
우리 모두의 마음 한켠에 있는 숨기고 싶은 진실에 대한 이야기
'마리오네트의 춤'
청소년이 읽기에도, 어른이 읽기에도 좋은 책으로 추천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