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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하지 않을 권리 - 혼자서도 완벽한 행복을 위한 선택
엘리 지음 / 카시오페아 / 2019년 1월
평점 :
연애하지 않을 권리는 모두에게 있는 거 아닌가?
-내 생각-
연애하지 않을 권리가 존재하는 곳은 내 머릿속뿐이었던 것도 같다. 실제로 나는 연애하지 않을 때 연애하고 싶다고 느꼈고, 연애하지 않는 친구들에게는 왜 안 하느냐고 질문했다. 연애를 하는 중엔 (눈치를 보며) 남자친구와의 즐거운 연애사를 공유했다. 마치 나만 가져서 미안한 듯한 멋진 아이템을 자랑하는 것처럼. 연애가 끝나고 나서 질질 짜는 그런 건 싫어해서 슬픈 얘기는 친구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연애는 좋은 것이었고 연애하지 않는 시기는 나쁘진 않아도 좋을 것도 없는 것. 그게 나와 내 친구들 사이 공공연한 생각이었다. '아, 연애하고 싶어'라는 친구들 옆에서 '너한테 소개해줄 멋진 남자가 내 주변엔 없어'라며 자연스러운 만남을 위해 여기저기 모임에 나가보라고 조언했다. 자연스러운 만남이 좋다고 생각하니까. 다 재면서 만날 정도로 아직 절박하진 않은 친구들이니까. 그 친구들에게 연애를 하는 방법, 연애를 하면서 해볼 것들에 대한건 정말 많이 추천했는데. 왜 연애하지 않는 것의 장점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을까. 왜 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아, 물론 연애하지 않을 때 자유롭다는 식의 장점을 나열했었다. 근데 그건 연애하지 못하는 자들의 자기 위로 같았달까. 정말로 연애하지 않음이 좋아서가 아니라 '야, 왜 그래~ 연애 안 할 때도 좋은 거 많아' 이런 식.
비혼에서 비연애로
그래도 요즘은 비혼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 문장을 잘 읽어야 하는 게 비혼이 유행해서 사람들이 많이 하고 있다는 건 절대 아니다. 비혼이라는 단어가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는 것뿐이니까. 모 브랜드의 비혼 선언 직원에게 결혼 휴가처럼 비혼 휴가를 제공했다든지 하는 건 신선한 해프닝 정도니까(신혼여행을 가기 위한 휴가도 아직 눈치 보고 쓴다는데 비혼 휴가는 무슨).
비혼이라는 말이 유행하는 가운데 비연애(이런 단어는 안 쓰는 것 같다. 대체할만한 단어가 있나)라는 말은 유행하지 않는다. 시원한 가사의 노래 <아모르파티>에서도 결혼은 선택해도 연애는 필수라니까. - 이 부분은 이 책과 다소 상반되긴 하지만, 어쨌든 노래 <아모르파티>도 속 시원하긴 하다.
친구들에게 무의식적으로 '근데 너 연애 안 하냐?'라고 질문을 던졌던 그날들이 미안해진다. 물론, 그 친구들도 내가 그 말을 했다고 나한테 나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진 않다. 그 대신에 '나 진짜 왜 연애 못하지'하며 슬퍼했으니까. 연애를 안 하냐고 묻는 내가 아닌 연애를 못하는 자신들에게 화살을 겨누었던 거 보면 우리 모두 연애는 해야 마땅하다고 여겼던 듯싶다.
내일은 조금 나아지겠지. 내일은 세상이 바뀌는 날이라고 달력에 써있진 않지만. 나는 내일부터 친구들에게 "야 너 왜 연애 안하냐?"라는 질문 던지기를 그만둘테니까. 내가 생각을 바꾸고 내 친구가 생각을 바꾸면 내일은 좀 나아질거다. 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하는 대신, 정말 자연스럽게 만나면 사랑하고, 안 맞으면 마음 편히 헤어지고. 누굴 만나기 위해 안절부절하지 않고.
이 책 내용이 그렇다. 내가 한 말이 공감되었거나, 아니면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동의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면 이 책도 즐겁게 읽을 것이다. 반대로 '연애는 필수지 무슨...'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내 생각과는 다르지만 궁금하면 읽는거고, 내 생각이 극혐이면 이 책도 읽기 어려울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