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개입해버린, 그녀의 죽음이 내게 남긴 상처는 나를 한없이 멍하게 했다. 아직까지도 내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그녀의 흔적들. 나는 그녀 이후에 관계맺기에 엄청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쉽게 친해지나 더 깊이 친해지지 못하게 가로막는 그녀는 내 마음의 폐허였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 그 방문을 내가 잠갔노라고 말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그 관계는 나에게 뭘 선택할 여지도 없이 나도 이해 못 할 역할을 내게 시킬것만 같았다. 그때 생각했다. 내가 간직한 비밀이 내가 죽은 후에 알려질 때를. 알려지는 건 괜찮은데 왜곡되는 것은 두려웠다. 비밀이 왜곡되지 않으려면 발설하는 자의 삶보다 내 삶이 더 두껍거나 아니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 그러려면 아무하고도 관계를 맺지 않을 것, 원망과 사무침과 그림움에 시달리느라 십 년 동안 입을 다물었다.십 년 후에 사람에게가 아니라 글 속에다 그 방문의 열쇠를 내가 채웠노라고 써보았다.이제 그 위로 세월이 더 쌓여갔다. 오랫동안 말을 안하고 속으로만 궁글리다 보니 이제는 꿈결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2011.11.7)-40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