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구판절판


나도 모르게 개입해버린, 그녀의 죽음이 내게 남긴 상처는 나를 한없이 멍하게 했다. 아직까지도 내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그녀의 흔적들. 나는 그녀 이후에 관계맺기에 엄청난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쉽게 친해지나 더 깊이 친해지지 못하게 가로막는 그녀는 내 마음의 폐허였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면 그 방문을 내가 잠갔노라고 말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그 관계는 나에게 뭘 선택할 여지도 없이 나도 이해 못 할 역할을 내게 시킬것만 같았다. 그때 생각했다. 내가 간직한 비밀이 내가 죽은 후에 알려질 때를. 알려지는 건 괜찮은데 왜곡되는 것은 두려웠다. 비밀이 왜곡되지 않으려면 발설하는 자의 삶보다 내 삶이 더 두껍거나 아니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는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후자를 택했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 것. 그러려면 아무하고도 관계를 맺지 않을 것, 원망과 사무침과 그림움에 시달리느라 십 년 동안 입을 다물었다.십 년 후에 사람에게가 아니라 글 속에다 그 방문의 열쇠를 내가 채웠노라고 써보았다.이제 그 위로 세월이 더 쌓여갔다. 오랫동안 말을 안하고 속으로만 궁글리다 보니 이제는 꿈결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2011.11.7)-4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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