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를 품은 섬 소안도
순이는 지금 아흔아홉 살 할머니가 되었어요지난 일들이 바닷 바람처럼 휙휙 지나가 버렸네요소안도에 노래소리가 울려퍼져요학도가, 독립군가, 애국가,옥중가, 행진곡들 모두친구들과 함께 부르던 노래예요아직도 자신있게 부르지 못하는 노래는바로 이별가랍니다
떠난다 떠나간다 나는 가노라/새원의 꽃동무를 남겨 두고서/삼추네 맺은 마음 굳고 깊건만/쇠뿔을 못 이겨서 나는 가노라/일본이 우리나라를 차지하고땅을 빼앗았어요섬사람들은'전면 토지소유권 반환청구소송'을 냈습니다13년 동안이나 일본과 싸움을 벌였지요'소안도를 돌려달라!'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해사람들이 모였어요품 속에 숨겨온 태극기를나눠들고 입을 뻐끔거리며 노래해요노랫말은 나오지 않아요나라를 빼앗기고 말도 빼앗기고노래까지도 빼앗긴 것입니다
섬사람들은 주머니를 털어 학교를 세웁니다우리 아이들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배워야 해!!일본글과 일본말을 가르치는공립학교는 텅텅 비었지만 사립소안학교는 아이들로 넘칩니다아이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요
학교가 끝나면바닷가 동굴에 아이들이 모여요창가집을 펼쳐놓고 독립군가를 부르고애국가도 부릅니다
날이 갈수록 일본순사들의 감시가 심해집니다섬사람들이 일본순사들에게 잡혀갑니다주재소로 잡혀간 순이 아버지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섬사람들은 주재소에 끌려가 힘든 고문을 받아도입을 열지 않았습니다일본 순사들은 총 칼을 차고 학교 문을 닫고섬사람들이 모이지 못하게 통행금지령까지 내렸습니다1945년 8월 15일우리나라가 해방되었어요"만세! 만세! 대한독립 만세!!!"하지만 일본과 친했던 섬사람들만 섬으로 돌아왔어요섬사람들의 입에서 노래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일본인들의 잘못이 세상에 밝혀지면서소안도는 울긋불긋 태극기 섬이 되었답니다
소안도에 노래가 울려퍼지고섬사람들의 손과 손에 태극기가 파도처럼일렁이던 그 때의 아픔이 느껴지는 책이네요일제강점기하에 우리 민족이 어떻게 저항했는지그 정신을 되새겨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