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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
라미 현 지음 / 마음의숲 / 2021년 6월
평점 :
유퀴즈를 보다가 감동 받아서 나도 어떻게 도움을 드릴 수 없을까 생각했는데 책이 나온다고 해서 얼른 예약판매 주문을 했다. 책이 왔다. 사진과 함께 총 355페이지에 이르는 각각의 참전용사들의 생생한 구술들이 한 편 한 편의 전쟁영화 같다. 너무 참혹하고 모두 아프고 안타까운...
<69년 전에 이미 지불하셨습니다> 책은 70년 전 한국전에 참전한 윌리엄 빌 베버 대령의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당시 전투에서 느꼈던 아픔과 상황을 듣고 싶다고 했더니 씩 웃으면서 “나 그때 오른팔이 없어졌는데, 아프지 않았어”라고 하셨다. 눈이 커지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물었더니, “사실 오줌도 누는 도중에 얼어버리는 강추위였기 때문에 팔이 절단됐을 때 그 절단면이 바로 얼어버렸고, 그 바람에 혈액의 손실이 거의 없었어”라고 했다.-p21
까마득하게 잊은 것 같은 70년 전, 자기가 싸웠던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온 젊은이를 보고 참전용사들은 감동을 받고 부둥켜 껴안다가 당시를 회상하며 눈물을 흘렸다. 자기 나라도 아닌 남의 나라에 와서 싸웠던 전쟁의 상흔들을 털어놓는 이제는 노병이 된 그들의 이야기를 한국의 젊은 사진가는 듣는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그가 대견하다. 액자를 전해줄 때 참전용사들은 묻는다. 액자값은 얼마냐고. 그때마다 저자가 늘 대답하는 말.
“선생님께서 이미 69년 전에 다 지불하셨습니다. 저는 다만 그 빚을 조금 갚는 것뿐입니다.”
자신을 팔아서 우리들 빚을 대신 갚아주는 사람, 기특한 젊은 사진가! 라미 현.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찾아서 프로젝트를 시작한 후 22개국 1500여 명의 참전용사들을 기록했다. 사비를 터는 것은 물론 장비를 싣고 다니던 자동차까지 팔아서 세계 곳곳 참전용사들을 찾아다녔다고 한다. 어떤 신념이 그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 책이 말해주고 있다. 벅차오르는 감동과 함께... 저자의 선량한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