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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순이 언니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의 마지막 구절에서 난 기분이 멍해졌다.
그건 아마 나 뿐만이 아니었으리라. 이 책에 빠져 본 독자라면 누구나 그랬을 것이다, 미경이 언니처럼.
미경이 언니가 동생들을 떠올려 멍해지는 그런 기분이었을까 나도.. 봉순이언니때문에, 짱이의 유년시절과 성인이 된 글쓴이가 들려주는 그녀의 '추락'기를 머릿속에 그려낸 때문일까 아무튼 그랬다.
우선 난 읽는 내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왜 대한민국이 공지영에 열광하는 지를 조금이나마 알게되었다. 나는 공지영의 소설은 처음 읽는다.
5살의 짱이의 시선에서 그려내는 글을 읽으며 거반 이 소설을 쓸 때면 중반의 여인이 다 됬을 법한데, 어린 아이의 시각에서 글맛나게 써내려간 그녀의 글에 웃음이 났다. 짱아의 귀여운 시선에 웃음이 났다.
그리고 조숙(?)했던 짱이의 성장에 발맞춰 글을 써내려가는 시선도 알맞게 자라나고 있었던 것이다.
모르겠다, 그리 머리가 좋지 않은 나라서 다 알지는 못하겠지만 끝 구절 때문에 와, 이래서 공지영 이구나 라고 생각한 것도 없자나 있는 것 같다.그리고 공감이 되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많았다는 것. 이를테면 삶덩어리가 사소한 결정을 좌우한다는 이야기 같은 것. 이건 덤으로 얻는 교훈이라 해야 맞을텐가..
이제 겨우 19살인 나는 봉순이언니의 이야기에 다른 나이의 독자들보다 더 안타까웠을지도. 내 또래의 친구가, 아니 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동네 건달에게 모질게 얻어맞고 애까지 얻어오고 그러고도 또 병든 남편에게 시집을 가고 그랬다면 난.... 짱이에게 사탕 반쪽을 건네는 그런 몹쓸 여유까지 내보이진 못했을거다.
하지만 봉순이 언니는 그랬다.
그녀는 착했기 때문이다. 착했던 것 바보같기 때문이다. 사람을 또 믿고, 인연을 믿고 속임을 당하고.. 어쩜 그녀는 나보다 더 고생하고 남자와 깊게 만났으면서 나보다도 남자의 속내를 더 몰랐다. 어쩜 메리처럼 웃는 그녀에게 희망을 가지게 한것도 모질게 그녀가 바보같기 때문에, 순진하기 때문일 것이다.
5살의 나이에 세상은 동화와 엄청이나 거리가 멀다는 걸, 아니 그냥 관계가 없다는 걸 알게 된 짱이와 달리 그녀는 왜 그의 10배인 50줄이 다되어도 몹쓸 동화속 희망에 젖이있는 것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울지 않았다. 가슴을 찡하게 만들어놓고 웃음을 짓게 만들긴 했지만 날 울리진 못했었다. 그치만 난, 이 책을 다 덮은 후에야 펑펑 울었다.
어쩜 우리 주변에 많은 봉순이 언니가 있을지 모른다.
봉순이언니가 참 말귀도 못 알아먹고, 답답하고, 바보같긴 하지만 연민을 느끼고 크게 보았을 때 걱정이 되는 것은 어쩜 우리가 가지지 못한, 세상을 너무 많이 알기에 가지지못한 그것을 그녀가 지켜주고 있기 때문은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