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선의 영역
최민우 지음 / 창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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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으로 '불길한'예언을 하는 조부의 마지막 예언은 화자에게 내려졌다. "만나서는 안될 사람을 만나서 소중한 것을 잃게된다.' 만나서는 안 될 사람을 피하라고 미리 알려주는 것이 아니다. 분명 만날 사람은 만나고 반드시 소중한 것을 잃게된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조부는 다시 말한다. 힘들 것이지만 용기를 내라고 도망쳐선 안된다고.

그리고 그는 그녀를 만났다.

그들은 사랑을 하고, 때때로 행복하지만 다들 아다시피 사는 것이 사는 것이 아니고 살아내는 것이라 지치고 맞고 부서지고 또 분노하고 좌절한다. 무력한 분노에 차 무언가를 잃어 버리고, 잃은 것이 사실은 내 짐덩어리였다는 것을 깨닫고 찾지 않지만 그것이 없다면 또한 나도 없는 것이란걸 온몸으로 알려주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사는게 할아버지의 마지막 예언과 다른게 뭐지?

살다보면 간혹 소중한 것을 잃고 예상치못한 일이 여기저기서 툭툭 튀어나와 일을 망치기도 하고, 전혀 다른 국면을 만들어 내기도하고, 그러나 또 살아야되고. 아무런 접점도 없는 점선들이 이어져 인연이 되고 또 그 인연은 삶이 된다.

이쯤되니 할아버지의 불길한 예언은 강퍅한 삶을 살아갈 자식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처럼 느껴졌다. 불안함이 목을 태울때 세상 다시 없을 다정한 손길로 권하는 물처럼 다정하고 상냥한 응원말이다.


이 책은 재미있다.
재미의 가치를 낮잡아 보는 사람들을 종종 만나기도 하지만 난 재미야 말로 훌륭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를 올바르고 명쾌하게 전달하면서 심지어 재밌기까지 하다면 칭찬받아 마땅하다.
점선의 영역은 장하다. 최민우는 칭찬받아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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