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제인
개브리얼 제빈 지음, 엄일녀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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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하건대 레이철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부터 나는 아비바에게 이미 몰입해 있었다. 가장 친한 친구는 엄마이면서도 엄마를 지긋지긋하게 여기고, 정치에 뜻을 품고 제법 똑똑한 아이였던 아비바는 내딛어서는 안될 곳에 발을 디뎠다. 어리니까 그럴 수 있지, 라는 말로 잘못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다. 분명 아비바는 잘못을 했다. 제 몸을 태워도 상관없다, 후회하지 않겠다는 대단한 사랑을 한 것도 아니고, 실수로 내딛은 발을 회수하지 못하고 계속 실수를 저지른 멍청함과 이상할만큼 대담함은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남겼고, 그건 아비바 자신도 피해가지 못했다.
루비의 말처럼 "법률은 어기지 않았으나 도덕률을 어긴" 가해자 아비바는 말 그대로 인생을 진창에 쳐박았다.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하지만 같은 선택을 한 에런은 어땠나. 10선 의원이 되었으며 여전히 자신의 그림자처럼 활동하는 그리고 자신을 여전히 열렬하게 사랑하는 아내도 곁에 있고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하원의원으로서는 훌륭하지'라는 평가를 받는다.
아비비도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능력있는 인턴이였고, 우수한 학생이였지만 그 모든 것은 평가받지 못했고, 다만 인터넷의 아비바만이 남았다. 오른발과 왼발이 같이 자갈밭을 걸었는데 한 쪽발만 단단한 가죽구두를 신은셈이다. 상처투성이가 된 왼발은 어디도 갈 수가 없게된거다. 이건 문제잖아?

이 가당찮은 이중잣대를 까발리는 과정이 무척 지난하지만은 않다. 밟으면 빵터지는 웃음지뢰를 구석구석 절묘하게 묻어두어 울화로 짓눌러진 심경을 위로한다.
세대와 상황이 다른 화자들의 이야기는 하나의 사건을 여러 각도로 풀어보게 하고, 결국 아비바의 자리에 나를 넣어 보는 것까지 하게 만들어 준다. 내가 아비바였다면 딸을 부단하게 사랑하는 엄마의 그림자 속에서 한평생 시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이 내가 아비바였던 제인 영에게 몰두하는 이유다. 상처투성이 왼발에겐 깊은 흉터가 남았다. 클릭 한 번에 나오는 아비바는 불특정다수에게 여전히 혐오와 조롱의 대상이고, 본인 역시 과거의 잘못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흉터는 흉터다. 지워지지 않을지언정 아플이유 또한 없는 것이다. 아비바는 스스로 제인이 되었다.

A를 내던지기 위해 제인 영이 된 아비바에게 부디 한 표를.

#비바제인 #개브리얼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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