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서평단에 참여해 『세상 따위 멸망해도』를 읽었습니다.이 책에는 「숨은 머리 찾기」, 「사랑 따위 멸망해도」, 「비 오는 날」 세 편이 실려 있습니다. 죽은 사람이 가장 소중한 사람을 찾아오고, 세상에 둘만 남은 듯한 순간이 찾아오고, 비 오는 날의 익숙한 풍경이 낯설게 변합니다. 설정은 서로 다르지만, 세 작품 모두 가까운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에 오래 시선을 두게 했어요.가장 마음에 남은 작품은 「숨은 머리 찾기」였습니다. 바이올렛이 마지막으로 찾아간 사람이 가족도 남자친구도 아닌 친구 엠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누군가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라는 건 어떤 의미일지 생각하게 됐습니다.「사랑 따위 멸망해도」는 세상이 멸망한 것 같은 상황에서도 재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생각보다 즐겁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반면 「비 오는 날」은 아직 다 이해했다고 말하기 어려워요. 엄마와 아들의 관계, ‘복제품’이라는 이미지가 계속 마음에 걸려서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세 편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의 ‘멸망’보다 그 안에 남아 있는 관계들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