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후 2시의 박물관
성혜영 지음, 한영희 사진 / 샘터사 / 2009년 12월
평점 :
박물관...내게는 박물관이라는 곳이 특별하다. 어릴 때부터 박물관이라면 너무나도 좋아했고 항상 가고 싶어하는 곳이었다. 이제 미래의 진로를 결정을 해야하는 시기에 다다른 예비고3인 지금...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걸쳐서 난 뭘하면 가장 잘 할 수 있고 뭘 해야 내가 즐기면서 돈을 벌 수 있을까하는 생각에 고민도 많이 했고 후보에 오른게 심리와 관련된 일과 박물관 큐레이터였다. 그 둘 중에서 확실하게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가 기말고사가 끝난 날 직업관련 책을 보고 있다가 큐레이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에는 내가 원하는 것, 내가 잘 할 수 있는 것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에서 이 책을 만나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고 덕분에 박물관을 좀 더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대학에 가면 방학 때 꼭 하고 싶은 일이 국내 박물관 섭렵하기이다. 지금도 지은이가 소개하고 있는 이 박물관들을 모두 찾아가고 싶을 정도로 몸이 간질간질하다. 이미 갔는 박물관이 제주도에 있는 해녀박물관 등 몇 군데가 더 있기는 하지만 처음 보는 생소한 박물관도 많아서 직접 가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오후 2시 박물관... 이름부터 내게는 정답고 포근하고 나른한 오후에 참 잘 어울리는 박물관 여행이 내게는 읽는 내내 즐거운 행복이었다. 박물관과 함께 인생을 함께 하고 싶은 나에게 이 책은 커다란 선물이 되었다.
규모가 큰 박물관, 그러니까 국립 중앙 박물관 같은 곳이 아니라 그 보다는 규모가 작으면서 한 부분을, 분야를 빛내고 있는 그런 박물관을 소개하고 있어서 더욱 다양한 박물관을 이 책을 통해 구경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박물관을 소개하면 그 뒤에는 그 박물관의 이용시간과 휴관일 그리고 관람료와 가는 길과 비슷한 테마의 다른 박물관도 함께 소개되어 있다. 또한 언뜻 보기에도 시와 책을 많이 읽었을 것 같은 지은이의 글솜씨 또한 재치있으면서 공감이 되서 지루하지 않고 정말 지친 일상을 다독여 주는 마음 여행을 한껏 즐길 수 있었다. 기억의 정원에서 세상의 기억과 나의 기억이 만날 때 유물은 비로소 이름을 얻는다는 지은이의 글처럼 34곳의 박물관에 대해서만 소개하는 게 아니라 그 테마에 맞는 지은이의 일상과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더욱 정겹게 읽을 수 있었다.
 |
|
|
| |
p15~16 그 골목에 두고 온 것들 -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편
우리의 마음을 적시는 것은 고상하고 화려한 박물관의 쇼 케이스 속에 방부 처리된 '예술'과 '전통'이 아니라, 만져질 듯 다가오는 구석구석의 인생이야기이다. 그 골목에 두고 온 그 시간의 그늘을 찾아 우리는 오늘도 과거를 기웃거리는 것이리라.
p22 희망의 심지여, 안녕 - 등잔 박물관
때로 깜박이고 때로 일렁이면서 우리의 삶을 밝히는 것, 등잔의 진정한 의미는 바로 그것이 아니었을까.
추억을 부탁해-한국 카메라 박물관
사진이란 되돌아갈 수 없는 풍경, 그 그리움에 관한 것이 아닐가. 머무를 수 없는 공간, 붙잡을 수 없는 시간. 그 사라지는 모든 것에 대한 연민의 기록을 위해 열려 있는 카메라의 눈은 어제도 오늘도 바쁘다.
번뇌의 파도를 타고 흐르는 종소리-진천 종 박물관
그러나 타음 뒤에 남는 것, 끊어질 듯 이어지는 맥놀이의 여운은 그 열정과 추억에 밫는 격려이자 찬사인 듯도 싶다. 그렇다면 가만히 귀 기울여 볼 일이다. 내 열정과 추억이 만들어 낸 그 떨림이 얼마나 간절하고 또 아름다운지를.
파랑새 찾아 삼만리-한국 이민사 박물관
중요한 것은 '어디'가 아니라 어디에 있든 자신의 안과 밖의 낯선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이는 가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끊임없이 다른 곳, 다른 삶을 꿈꾸는 오늘. 우리가 직시해야 할 것은 각자의 마음속에서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이 아닐까.
자화상 그리기-얼굴 박물관
그 한마디처럼, 아름다운 자화상은 사랑이라는 물감으로 그려 가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 있는 한 세월도 상처도 얼굴 위의 빛나는 훈장이다.
강 깊은 당신 편지-아리랑학교 추억의 박물관
과거는 추억하는 자의 몫이라던가. 누군가 그것을 간직하고 기억하는 한 과거는 살아있다. 잊고 싶은, 잊어서는 안되는, 혹은 잊을 수 없는 세월을 껴안고 강물은 흐르고, 그 사랑과 상처 속에서 아리랑도 흘러갈 것이다.
|
|
| |
|
 |
에필로그...
텅 빈 폐허 속에서 가득 찬 생명을 상상 할 수 있는 곳, 비루한 역사의 한 귀퉁이에서 빛나는 생의 한 조각을 불현듯 발견하는 곳, 그래서 버려야 할 삶이란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곳, 생의 매순간이 생의 전무임을 깨닫게 되는 곳, 그곳이 박물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