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르 VS. 베르메르
우광훈 지음 / 민음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나는 베르메르라는 화가를 <진주 귀고리 소녀>라는 트레이시 슈발리에작가의 소설로 처음 접했고 그 생동감이 넘치고 입체적이며 사진같은 그림에 푹 빠져버렸었다. 그 후로 베르메르라는 화가의 그림을 몇 번이나 보면서 감탄을 했었다.

이번에 베르메르 화가의 이름이 들어간 책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꼭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작가는 외국인일 줄 알았는데 한국인이었다. 이런 외국 화가를 한국작가가 쓴 소설은 처음 봐서 그런지 신기하기도 했고 어떤 맛이 날 지 궁금하기도 했다.

 

내가 <진주 귀고리 소녀>를 보기 전에는 그저 잘 그려진 그림에 불과했지만 소설을 읽고 연관시켜 보니 더 관심이 가고 그림을 더 주의 깊게 살펴보게 되었었다. 이 책을 읽고 난 뒤에도 베르메르의 그림을 보면 그 소설이 떠오를 지, 기대를 하며 읽었다.

 

베르메르에 대한 관심은 크지만 미술사에 해해 잘 아는 것도 아니라서 이 책을 잘 이해할 수 있을 지 조금 걱정했지만 책을 읽다보니 저점 빠지게 되어서 그런건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p49["가브리엘,인생은 말이야. 결국 끝없는 외로움일 뿐일세. 내가 그토록 원하던 명성은 나를 더욱 외롭게 만들었어."]

 


'과연 그럴까?'하면서도 뒷부분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큰 명성이 외롭게 만드는 경우는 많이 들어 보았지만 인생이 끝없는 외로음이라는 건 아직 잘 모르겠다. 나이를 더 먹어야 알 수 있는걸까? ^^;;

 


p106[~가브리엘은 망설이지 않았다,"전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여기서 가브리엘이 한 말로 그가 아직까진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가브리엘 이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가브리엘은 가난했고 후원자가 필요했지만 그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있다. 돈을 위해 그림을 그릴 지 가난해도 그림을 그리는 순수한 열정을 선택할 지 그건 참 힘든 고민이다.

그리고 이 책의 앞에서 가브리엘은 화상으로 활동하는 걸로 보아 그가 열정과 돈 중에 돈을 선택하지 않았느냐는 추측도 할 수 있었다. 결국 그는 열정을 버린 것이다.

 



가브리엘에게는 멘토가 필요했을 지도 모른다. 모든 이가 가브리엘의 대학시절에 그의 실력 은 어느 정도 인정을 했지만 시대의 흐름을 타지 못한 다는 평을 했다.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에게 만약 그를 진심으로 응원해주는 멘토가 일찍부터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화랑의 후원자와는 다르다. 요한나로도 부족하다. 그랬더라면 그는 그의 방식대로 그림을 그려나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113["인생은 선택의 연속이야. 현명하게 선택하길 바라"]

이 문장의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것은 공감한다. 시험에 치루고 인생의 갈림길에서 어느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때론 인생 전체의 흐름이 바뀌기도 하니깐 말이다. 그런데 뒷 문장이 조금 어색하고 이상하게 들린다. '색이 바래다'할 때의 바래다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지만 그냥 '바라'라는 것도 이상하다. '현명하게 선택하길 바랄게'라던가 '현명하게 선택해 바라'로 바꾸는 게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순전히 나의 생각 ㅠㅠ;;)

 


247[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참 철학적인 문장이다;; 단순하면서도 뭔가 깊이 있는 말. 나는 이런 말을 좋아한다. 수학처럼 정확한 답이 있는 것이 아니면서도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게 된다는 것! 그게 매력이다.

이건 역사의 흐름을 이야기 하는 것일 수도 있고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자문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책 내용으로 봐서는 아무래도 역사의 흐름 쪽에 가깝지 않나 싶다.

 

 



오랜만에 책에 깊이 빠져 들어 재밌게 읽은 것 같다. 베르메르 화가에 대해 다시 검색을 했을 때는 뉴스에 떠 있는 기사도 볼 수 있었는데 '반 메헤렌'과 함께 이 책이 실려져 있었다. 우광훈 작가가 이 반 메헤렌을 가브리엘이라는 인물로 만들어 소설을 만든 것이다. 솔직히 읽으면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허구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는데 그런 위작을 만들어냈던 실존 인물이 있었다는 걸 알고 나니 반 메헤렌의 삶도 소설 속 가브리엘의 삶과 비슷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 책에서 초콜릿맛을 느꼈다.

갈색과 검정 사이의 오묘한 색상과 달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질 것만 같은 ...

가브리엘이라는 인물에서 느껴지는 초콜릿 인생. 달콤하기도 했지만 씁쓸한 맛도 느낄 수 있었던 그의 인생. 그렇게 녹아버린 그의 인생. 잠시 스포트라이트를 받더라도 그 빛이 너무 강해 녹아버렸다가 시간이 지나면 다시 굳어서 또 재조명 받기도 하는 역사 속의 인물들 처럼 가브리엘은 19세기의 반 메헤렌으로서 2008년 소설로 다시 재조명을 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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