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단을 포기한 사람들 - AI 시대, 무엇이 옳은지 스스로 생각한다는 것
메리 미즐리 지음, 여인옥 옮김 / 헤이북스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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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판단을 포기한 사람들』을 권합니다

나는 남을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물론 함부로 판단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왜 저 모양인가 싶다. 이 정도의 모순은 다들 품고 살테니 나를 나무라지는 말기 바란다.

누군가의 잘잘못을 가려야 할 때 내가 즐겨 쓰는 말이 있다.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지. 사람마다 사정이 있겠지. 내가 뭐라고. 제법 신중하고 너그러운 사람처럼 보이는 말들이다. 무엇보다 편리하다. 말을 보태지 않았으니 책임질 말도 없다. 그렇게 나는 여러 번 좋은 사람으로 남았다.

메리 미즐리의 『판단을 포기한 사람들』을 읽고 보니 이런 처세를 다시 돌아보게 된다. 남을 성급하게 단정하지 말자는 데까지는 걸림이 없지만, 사실상 나는 어떤 판단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싶어서. 잘못 판단할 수 있다는 이유로 판단 자체를 그만두기도 했고, 내게는 잘못인 일이 누군가에게는 그럴 만한 일일 수 있다고 생각에 판단할 수 없다 여기기도 했다. 사정이 저마다 다르다는데, 잘잘못을 대체 무슨 수로 가린단 말인가 싶었다.

미즐리는 판단을 피할 때 꺼내 드는 생각들을 살피게 만들었다. 문화마다 다르다는 말, 개인의 생각이라는 말, 확실히 알 수 없다는 말. 저마다 새겨들을 대목이 있는 말들이다. 문제는 그 말 한마디로 모든 검토를 끝내버릴 때 생긴다. 사정이 다르다면 무엇이 다른지 더 알아보아야 하고, 내 생각이 틀릴 수 있다면 그 이유를 들어보아야 한다. 나는 여지껏 생각을 시작해야 할 지점에서 생각을 잘 마친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던 셈이다.

이 책을 읽고 매사에 판결문을 들고 다닐 필요는 없겠다. 저자가 설명하는 판단은 주어진 선택지에 동그라미를 치는 것보다 훨씬 수고로운 일이다. 내가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그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도 설명될 수 있는지 살피는 일이기 때문이다. 목소리 큰 사람이 유리한 종목이 아니라니 일단 다행이다. 대신 짱구를 부지런히 돌리는 수고로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제는 AI에게 물으면 어떤 주장과 이유를 반듯하게 정리해 준다. 어쩔 땐 나보다 말을 잘해서 내 생각이었던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설명이 그럴듯하단 이유만으로 옳다고 여긴다면, 나는 판단을 한 것일까, 잘 정돈된 문장을 마음에 들어 한 것일까. 도움을 받는 일과 책임을 넘기는 일 사이에도 살펴야 할 사정이 있다.

이 책을 평소 확신에 찬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자기 판단을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늘 판단을 유보하는 사람들에게도 권하고 싶다. 유보한 뒤에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사안에 따라 두 부류를 부지런히 오가기에 두 번 이상 읽어야 할 것이다.

좋은 책은 널리 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나와 논쟁할 사람에게까지 권하는 것이 현명한지는 더 판단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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