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
보리스 비앙 지음, 이재형 옮김 / 뿔(웅진) / 2008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마음이 강한 편이 못되어 한 번도 작정하고 느와르 소설을 읽어보겠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늘 내 마음을 얼러주고 달래주는 편안한 책들 위주로 읽어 왔다고 해야 할 내 독서 생활에 무언가 자극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이 책을 보고 처음 들었다. 제목부터도 <너희들 무덤에 침을 뱉으마>인데다가 표지도 붉은 머리에 하얀 피부를 가진 여자가 도도하면서도 강한 표정으로 응시를 하고 있어서 내가 과연 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하고 주저하게 됬었지만 역시, 이런 기회에 읽어보지 않으면 평생 느와르 류는 가까이 하지도 못하겠다 싶어 덤비게 되었다.

소감부터 말하자면, 확실히 내가 평소 읽던 에세이나 소설 등과는 확실히 구분되는 강렬함이 있는 소설이었다는 것이고, 또 고전이라 불리는 책답게 굉장히 빠른 전개와 호흡으로 읽는 사람을 몰입하게 만들어 책을 손에 쥔 날 나는 결국 끝까지 다 읽게 되었다는 것이다.

복수라는 이름아래 살인을 하는 심리가 이럴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던 주인공의 행동을 보며 그 치밀함에 놀라고 잔인함에 한번 더 놀랐다. 사실 개미 한 마리도 아무 생각없이 죽이지 못하는 내 경우에는 그저 주인공의 심리를 상상하는 것보다는 조금 아주 조금 더 이해할만했다는 것이지 공감이 간다거나 하는 건 아니었는데 그건 워낙 이야기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인 것 같다. 주인공의 행동에 공감하면 그건 뭔가 내 인성에 그렇게 잔인한 부분이 있다는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고..

미국에는 가본적도 없다는 프랑스인이 미국을 배경으로 쓴 소설인데다가, 인종 차별의 문제를 건드리고 있어서 사실 미국에서는 문제가 되었을 책이 아닐까 싶은데, 게다가 이 책의 작가인 보리스 비앙은 설리반이라는 필명을 만들어 마치 무명의 미국 작가가 쓴 소설을 자신이 프랑스어로 번역해 출간하는 듯한 서문까지 만들었으니, 작가도 이 책이 세상에 미칠 파장을 모르고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실 이렇게 했다는 사실이 더 두고두고 놀라운 일로 남게 됐지만 말이다. 
 

1946년에 출판된 책이라는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는 책.
진정 지금부터 60년이나 전에 이런 감성을 이런 야수성을 책에 담아낼 수 있는 작가가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무섭도록 냉기가 흐르는 주인공의 정신 세계와 오로지 복수, 살인 그것만을 향한 집착, 그리고 그 시대에 존재했던 인종 차별적 모습들을 보여주어 주인공과 같은 사람이 현재에도 존재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을 남았다. 지금 우리의 인종 차별은 어느정도 위치에 와있는지도 한번쯤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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