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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내게로 왔다 - 이주향의 열정과 배반, 매혹의 명작 산책
이주향 지음 / 시작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연인이 사랑하고 있는 모습을 담은 표지, 흔들리는 모습, 검은 표지에 눈이 갔다.
게다가 글을 쓴 사람은 법학을 공부한 철학 교수라고 했다.
<사랑이, 내게로 왔다>는 제목을 보니 분명 사랑에 관한 이야기 일텐데, 과연 철학적 사고가 몸에 밴 사람은 사랑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있을지 호기심이 생겼다.
사랑이 허무하다, 부질없다 부터 시작해서 어딘가에 분명 내 짝은 있을 거라는 소소한 믿음까지, 사랑에 대한 의견은 정말 사람마다 다른데 이 작가라면 그저 진부한 그런 의견만을 말하는 데서 벗어나 사랑을 좀 더 철학적인 시선으로 설명해 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작가가 고른 33권의 명작들을 통해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제시하고, 각각의 사랑에 대하는 작가의 시선을 보여준다.
명작의 내용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는 가정 하에 이야기는 전개되는데, 중간 중간 작품의 글 자체를 싣기도 하고, 줄거리를 짧게 이야기해주기도 하여 명작의 내용을 모르고 읽어도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명작의 내용에 작가의 코멘트를 덧붙이는 책은 이것말고도 꽤 되는데, 그런 책들과의 차별성이라면 작가의 직업적 특성상 철학적인 질문도 많고, 사랑의 본질에 접근해 그 근본적인 바탕까지도 혼자 생각해보게끔 한다는 데에 있다. 또한 글의 끝마다 작품에 등장한 주인공 중 한명을 인터뷰 하는 형식으로 짧게 대화체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정말 그 주인공과 만나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하고, 더 나아가 주인공의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듣고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작가의 입장에서 해석한 주인공의 기분이고 감정이기 때문에 주관적일 수 있고, 따라서 내가 해석했던 주인공의 모습과 작가가 해석한 주인공의 모습이 조금 다를 경우에는 작가의 질문에 내 나름의 대답을 해보는 기회도 되었다.
마치 작가와 만나고 작품의 주인공과 만나 차 한잔 마시며 사랑이 무엇인지, 산다는게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듯 한 기분이 들었달까.
꽤 많은 작품의 이야기가 실린 덕분에 한 이야기의 길이가 2장, 인터뷰가 1장 정도로 짧은 편이고, 작품의 줄거리에 대한 설명이 거의 없어 모르는 이야기라면 작가의 이야기에 바로 몰입하기가 조금 어렵다는 것이었다. 작가는 본론부터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는데 나는 바로 그 이야기를 들을 준비는 안되어 있는 상태랄까. 한편으로는 그 덕에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져 작가의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도 떨어지는 경우가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보완해주려는 작가의 세심한 배려로 책의 뒷부분에는 작품의 줄거리와 작가의 정보가 실려있어 이 부분을 미리 읽어보고 이야기에 들어가 보는 것도 꽤 좋을 것 같다. (사실 책을 3분의 1정도 읽고서야 뒷부분에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다양한 모습의 사랑 이야기를 담아 세상에 얼마나 많은 종류의 사랑이 있는지도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고 어떤 모습의 사랑만이 옳다고 할 수 도 없으며 그저 내가 하기를 원하는 사랑의 모습이 있을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와 같은 모습의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사랑을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사랑이 무엇인지, 어째서 이렇게 다양한 기분이 순식간에 나타나고 사라질 수 있는지, 어떤 사랑이 내가 하고 싶은 사랑인지, 새상에는 얼마나 다양한 사랑이 존재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을 때 한번 쯤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