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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감동시킬 여행지 50 - 낭만과 스타일이 가득한 수도권 데이트코스
홍민기.조지은 지음 / 명진출판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책을 받고 얼핏 뒤적거려 봤을 때부터, 아, 이 책 정말 괜찮겠구나, 하는 느낌이 왔다.
책을 쓴 작가가 사진 찍는 데에도 취미가 많은지 소개하는 까페나 전시관의 내부 사진이 굉장히 아기 자기하고 예쁘게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작가가 소개하는 곳 자체가 이미 예쁜 곳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 공간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기지 않고서는 그렇게 예쁘게 표현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실어준 예쁜 사진들 덕에, 말로만 좋은 곳의 소개를 듣는 것보다 그곳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 훨씬 많이 들었고, 그저 좋다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어떤 분위기 때문에 좋은 것인지 더 잘 느낄 수 있었다.
추천 장소를 제공하는 이 역시, 그저 예쁜 곳을 골라다니는 개인이 아니라 이미 결혼에 성공한 연애 베테랑 커플이었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커플의 마음 -커플들이 어떤 곳에 가고 싶어 하는지, 어떤 분위기를 좋아하는지- 을 훤히 알고 있는 것 같았고, 그 덕분에 나는 마치 연애 고수에게 연애하기 좋은 장소를 일대일 개인지도로 추천받는 것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게다가, 그저 좋은 장소를 덮어놓고 주루륵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고, 나름 줄기를 크게 나누어 전시관, 카페, 레스토랑, 펜션 등으로 나누어 각각을 십여개 정도씩 소개해 준 덕분에, 가고 싶은 곳을 먼저 고르고 그 세부를 살펴 볼 수 있어 가보고 싶은 곳을 고르기가 한결 수월했다. 만약 그저 좋다는 장소를 그대로 나열해버렸다면, 읽기는 다 읽어도 다 읽은 후에 어디를 가보고 싶다가 아니라, 그저 머리 속이 핑핑 돌아 결국 다 좋아보이지만 어딜 가야할지는 모르겠다는 결론이 나버렸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저 자신들이 마음에 들었던 카페만 모두 나열하는데 그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연애를 오래 하고 여기저기 많이 다녀본 커플이 마음에 드는 카페가 정말 열곳이 넘을까? 정말 정말 자신들 마음에 드는 곳은 서너군데 정도밖에 안될 것이다. 본인들의 취향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의 취향에 맞는 장소를 여러군데 소개하기 보다는, 되도록이면 특징이 두드러지고 각각의 개성이 살아있으면서도 괜찮은 곳을 되도록 다양하게 보여주고 싶어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소개만 해도 잘 살펴보면, 서재가 있는 카페라던가, 여행을 가고 싶게 만드는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카페라던가, 볼만한 서양화가 전시되어 있는 카페라던가, 커피가 맛있는 카페라던가, 아기자기한 인테리어가 되어있는 카페라던가 하는 식으로 특징이 확실한 것들 위주로 소개를 해주고 있었다. 덕분에 나는 작가의 취향을 넘어서 내 취향까지 책에 투영시키며 나라면 여길 한번 가보고 싶다는 구체적인 결론을 낼 수 있었던 거이다.
일례로, 예쁜 카페를 찾자면 정자동에서만도 몇군데를 찾을 수 있겠지만, 큰 줄기로 보자면, 유럽 어느 노천 카페들을 보는 것같은 인상을 준다는 데에서는 결국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는 그곳을, 어느 한군데만 골라서 소개하기보다는 "정자동 카페거리"라는 이름으로 묶어서 소개해주는 것이 참 고마웠다. 예쁜 카페들이 모여있는 곳을 한두장으로만 압축해서 소개해 주는 책이라면, 여기서 꼽는 십여개의 장소는 모두 가볼만 하겠구나 하는 믿음이 갔다.
또한 전시관같은 경우는 서울에 있는 곳만을 소개하지 않고, 차를 가진 사람들이 가까운 야외로 바람쐬러 갈 겸 들를 수있는 거리, 경기도 정도의 거리 내에서 괜찮은 곳들을 소개해 주고 있어, 겸사 겸사 드라이브겸 들러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쁜 곳을 소개하는 데 그 범위가 서울에만 머무르지 않은 것도 고맙고, 또 너무 지방까지 가지 않은 것도 서울에 사는 나로서는 참 고마웠다. 만약 전국에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었다면, 결국은 한군데도 못가보지 않았을까 싶다. 직장을 다니는 입장에서는 휴일에 지방까지 맛집이나 예쁜 카페 하나만 찾아서 여행을 하기는 결국 무리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참 마음에 드는 책이다. 꽤 오래 사귄 연인이 있어 이제는 어딜 가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든가, 좀 더 새로운 분위기를 내는 곳을 찾아가보고 싶다든가 이제 막 사귀기 시작한 연인의 사랑스런 분위기를 내는 데 있어서도 더할 바 없이 좋은 추천지가 될 것 같다.
한권쯤 가지고 가보고 싶은 곳을 골라보면 참 좋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