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에게 길을 묻다 2
송정림 지음, 유재형 그림 / 갤리온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볼거리 읽을 거리가 넘쳐나서 보고 싶은 책만 찜해 두려 해도 그 양이 적지 않은 요즘이다. 관심이 가는 작가는 어찌나 많고, 재미있어 보이는 소재도 얼마나 많은지 책 시장이 불황이라는 말도 믿기 어려울 만큼인데, 요즘의 볼거리가 아닌 과거의 볼거리에 시선을 둔 책이 나왔다. 바로 <명작에게 길을 묻다>이다. 물론, 과거의 볼거리에 시선을 두었다는 말이 명작은 그저 과거의 책일 뿐 현 시대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과거부터 있어왔던 책이 아닌 새로 발간된 책만도 그 양이 엄청난데, 여기 다시 과거에 쓰여진 책에 관심을 둔 서적이 나왔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이 책은 수많은 고전들 중에서 작가가 엄선한 것들을 골라 짧게 줄거리를 제시하고, 인상적인 글귀를 함께 실어 얕게나마 고전의 맛을 볼 수 있게 한 책이다. 그 두께에 엄두가 나지 않고, 신간들에 밀려 자꾸만 손을 움츠리게 되던 고전들을 짧게 줄여 다가가기 쉽게 하고 또한 그 고전이 현재의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과거의 작품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현재의 시각으로 재해석도 해보고, 자칫하면 줄거리 파악만 하고 덮기에도 어려운 명작들에 조금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노력하는 작가의 의도가 엿보인다. 읽는 동안 내내 작가는 아마도 명작을 매우 좋아하는 사람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자신이 이렇게 엄선한 명작들을 사람들이 한명이라도 더 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런 책까지 내게 된 것같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 몇가지 있었다.

많게는 400페이지도 더되는 작품들을 이렇게 단 몇장으로, 작가의 느낀점을 제외하면 정말 한두장 정도로 요약한다는 것이 가능할 까 하는 점이었다. 명작보다 재미있는 줄거리를 가진 소설들은 지금도 엄청나게 많은데 이 책처럼 주인공들의 대사 몇마디와 함께 전체적인 줄거리를 단숨에 꿰어버리고 나면, 과연 독자들은 글쓴이가 느낀 것과 같은 감동을 명작에게서 느낄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렇지 못했다. 그저 누군가의 짧은 독후감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감동은 커녕 마음의 동요마저 일지 못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사람들이 명작에 좀 더 친근하게 다가가게 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갔지만, 이렇게라도 짧게 줄여서 사람들에게 명작이 주는 교훈을 일깨워주고 싶었겠지만, 그것은 인생을 다 산 아버지가 자식에게 한마디로 인생의 교훈을 말해줄 수 없는 것처럼 아쉬워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사는게 그게 아니다, 하고 말해도 자식은 알아듣지 못한다. 결국은 자식도 몇십년을 살며 몸으로 느끼고 교훈을 얻어가는 수밖에 없다. 명작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한다. 두께도 만만치 않고, 고전을 들여다보기에는 요즘 나오는 재미있는 책도 많고, 가끔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같은 고리타분한 이야기인 것만 같은 느낌도 받을 수 있지만, 명작은 그런 것들을 감안하고서라도 손을 내밀어 읽으려는 사람에게만 자신이 가진 진가를 보여준다. 읽는 나이에 따라 느끼는 것이 매번 다른 책, 과거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현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도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책, 그것이 바로 고전인데 작가의 몇장 압축으로는 그것을 배우기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작가가 작품의 줄거리 요약 뒤에 몇마디 덧붙여 쓴 소감이다. 한마디로 작가는 정말 명작에게 길만 묻는다. 답은 없고 묻기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과장일까. 그렇다고 작가의 설명이 자세한 것도 아니고 한페이지 정도로만 요약된 그의 생각을 되짚기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한두작품 정도의 설명에만 그치더라도, 작가가 느낀 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었더라면, 작가의 감흥이라든지 명작에 대한 해석을 좀 더 꼼꼼히 해주었더라면 느끼는 것이 좀 더 많았을 텐데, 명작의 줄거리와 작가의 짧은 감상을 읽으며 페이지가 너무 쉽게 넘어갔다는 것은 칭찬이 아니다.

다만, 이 책은 명작이 너무 많아 그 중에 어떤 것을 읽어야 좋을지 제목만으로는 감이 잘 오지 않는 독자들에게 읽고 싶은 명작을 고를 수 있는 기회는 될 것 같다. 사실 명작은 줄거리도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 제목을 보고 마음에 드는 것부터 읽는다든가, 이름이 친숙한 작가의 것부터 읽기가 쉬운데 이 책을 읽고 대강의 줄거리를 통해 좀 더 흥미가 가는 책들 위주로 손을 뻗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에 드는 명작을 누군가에게 조언을 구해 추천을 받는 것보다 좀 더 쉽게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 정도로 이 책을 읽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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