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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배우는 아이 ㅣ 웅진 우리그림책 141
김민우 지음 / 웅진주니어 / 2025년 9월
평점 :
풀잎이 스치는 소리,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그리고 그 사이로 들려오는 아이의 심장소리.
『자전거 배우는 아이』는 단순히 두 바퀴를 배우는 이야기가 아니라, ‘아빠의 손을 의지하며 세상을 배우는 이야기’입니다.
어릴 적 저는 롤러스케이트를 타다 큰 사고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그날 이후 우리 집에서는 바퀴가 달린 것은 모두 사라졌고,
자전거는 물론 운전도 두려웠습니다.
‘혹시 내가 누군가를 다치게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마음을 오래 붙잡았습니다.
그런 제가 처음 자전거를 탄 건 타국에서 지내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숙집 아주머니가 외딴 섬에 데려다 주며 말했습니다.
“저기까지 자전거 타고 오면 피자 사줄게.”
낯선 하늘과 낯선 길 위에서 처음으로 페달을 밟았고,
겁보다 자유가 먼저 밀려왔습니다.
그날, 저는 ‘스스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확신을 처음 느꼈습니다.
이 그림책 속 소년도 아빠의 손을 꼭 잡고 말합니다.
“아빠, 아직 놓지 마.”
그 한마디에는 두려움과 믿음, 그리고 사랑이 담겨 있습니다.
아빠는 그 손을 놓을까 말까 망설이며, 아이는 그 손끝에서 세상을 배웁니다.
책을 덮고 나면 내 곁의 아이들이 떠오릅니다.
한때 아빠만 바라보던 아이들.
이제는 사춘기의 문턱에서 말이 줄고 눈길을 피하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이 언젠가 자신만의 바람을 맞으며
스스로의 길을 달려가길 바라게 됩니다.
『자전거 배우는 아이』는 오감으로 읽히는 그림책입니다.
냄새와 바람, 그리고 ‘해냈다’는 뿌듯함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두려움 속에서도 믿음을 잃지 않고, 스스로 나아가는 용기를 알려주는 이야기.
아이에게는 ‘스스로 해냈다는 기쁨’을,
부모에게는 ‘기다려주는 마음’을 남겨주는 그림책입니다.
웅진주니어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