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이 걸어간다 달걀이 걸어 간다 : 베델과 후세 1
이영현 지음 / 하우넥스트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 찰나의 선택' 선로위에 떨어진 취객을 구하기 위해 달려 들어오는 전동차 앞으로 몸을 던질지 말지를 결정 짓는 선택의 순간.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을 내던지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관장하는 머릿속의 뇌세포 조직이 보통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야기를 티비에서 접한 기억이 있다. 즉 타인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정신이 이미 체화되고 내재되어 몸 속을 흐르며, 언제든지 실천이란 행위로 분출 될 수 있는 준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진위여부나 신기함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알의 밀알, 한 자루의 촛불, 한 개의 달걀이 지닌 숭고함.

 

 한 알의 밀알이 수십 수백 개의 이삭을 피워내고, 한 자루의 촛불이 자신을 태워 어둠을 밝히고, 한 개의 달걀이 병아리를 품어 닭으로 성장시키는 아름다운 힘. 자기로 시작하였으나 그 속에 머물지 않고 자신을 희생시킴으로써 오히혀 주변부로 확장하며 나아가는 이 고귀한 생명의 에너지를 '인류애'라 부르기로 하자.

 

 인간으로 태어나 입신양명과 부귀영화의 길을 좇으며 자신과 가족의 안락함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역사가 시작 된 이래 인간의 혈관속을 타고 흐르는 본능일 것이다.더구나 타인에게 해를 가하면서 까지 피에 젖은 손으로 탐욕의 열매를 움켜 쥐려는 자들도 많다. 하지만 그 무서운 본능의 힘을 이겨내고 자신과 가족의 테두리를 떨치고 나아가, 타인의 삶을 위해 인류애를 실천 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로 인하여 우리는 좀 더 인간다워질 수 있었고, 인간임이 고맙고 자랑스러울 수 있었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슈바이처 박사나 테레사 수녀 이외에도 자신을 거름 삼아 타인의 생명과 삶에 환한 꽃망울을 터트려준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탐욕과 폭력이 난무하는 인류역사를 지탱시켜 준 힘이며 미래를 가능하게 하는 등불이다.

 

 저자는 인류애를 실천 한 네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희망의 씨앗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과거 역사 속의 두 인물 영국인 베델과 일본인 후세, 현대의 두 인물 이태석 신부와 이수현 씨. 네 사람은 각기 다른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삶을 살았지만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인류애 정신이라는 같은 뿌리와 접점을 지닌다.

 

 처음에는 대한제국 말기에 우리나라에 와서 헌신했던 베델과 후세의 활동을 그린 역사소설인 줄 알았다 그러나 작품은 아프리카 수단에서 활동 중인 한국인 알프레드 리 신부와 영국에서 친구가 된 수단인 빌, 영국인 수전,한국인 영현의 성장과 학교생활을 전면에 내세운다. 이들을 통하여 가난과 전쟁으로 얼룩진 수단에서 일생을 바치며 봉사한 한국인 카톨릭 사제 이태석, 1900년 대  초반 무렵 영국인으로서 머나먼 타국 조선에 와 신문을 발행하며 조선인의 인권을 대변하고 일본에 저항했던 베델, 일본인이지만 오로지 인간적인 양심에 따라 일본의 잘못을 지적하며 일본때문에 희생되는 조선인과 타이완인을 위해 헌신하는 용기를 보여 준 후세, 그리고 약 10여 년 전 지하철역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목숨을 잃어 일본대륙을 감동의 눈물속으로 빠트렸던 이수현, 이 네 사람의 고귀한 희생을 일깨우고자 했다.

 

 소설은 무릇 네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재미도 의미도 있는 작품, 재미는 있으나 의미는 없는 작품, 재미는 없으나 의미는 있는 작품, 재미도 의미도 없는 작품. 이 소설은 세 번째에 해당되지 않나 싶다. 영국의 학교에서 만나 우정을 쌓아가는 빌, 수전, 영현이 모두 이태석, 베델, 후세, 이수현과 연관성을 가진 인물들이라는 설정은 너무 인위적이고 억지스러운 느낌을 주었으며 청소년들의 성장소설같은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나간 과거속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빛이 바랜 역사 속의 두 인물과 오늘 날의 두 인물을 통해 보여준, 그들의 고귀한 인류애는 시공간을 넘어 우리에게 인간의 조건이 무엇인지를 몸소 가르쳐 주는 훌륭한 지표가 될 것이다.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이 새삼 떠오르는 소설. 저자가 바란 대로 이 작품이 인류의 역사가 올바른 방향으로 진행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같이 바라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밀알과 촛불과 달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이들에게 진정으로 고마움과 존경의 마음을 가져 보는 것

 

 일상속에서 소소하게나마 타인을 위해 양보하고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마음결을 가다듬어 보는 것

 

 이 책이 내게 준 두 가지 울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