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의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상길 옮김 / 책만드는집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촌철살인. 역사 속 수많은 현자들이 자신의 깨달음을 함축시킨 한 마디 말로 어리석은 인간들의 앞길을 밝혀주려 애썼다. 눈 앞의 안개를 걷어내 주고, 머릿속 어둠을 쫓아 내고, 가슴속 회오리 바람을 잠 재우며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등불을 밝혀 주었다. 그 속에 세계적인 대 문호 레프 톨스토이가 있다.

 

 눈 내리는 러시아의 추운 겨울 밤을 떠올려 본다. 어둠마저 얼어 붙어 끝내 아침이 올 것같지 않은 동토의 긴긴 밤. 창문에는 성에가 끼고 벽난로의 온기로도 데워지지 않는 한기속에서 오로지 문학을 향한 열정을 불사르며 세계적인 명작을 탄생시킨 톨스토이.

 

 대학 중퇴 후 고향에서의 농지 경영, 군대 생활의 경험을 거쳐 창작활동에 전념하면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부활>등의 걸작을 썼다. 문학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톨스토이라는 이름과 작품명 정도는 한두 번쯤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의 작품은 긴 세월을 건너 온 지금도 영화로 소설로,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소설가로만 알고 있던 톨스토이가 인생의 방향을 알려주는 책을 썼다는 것을 알고 깊은 사유가 담긴 철학서인 줄 알고 책장을 넘겼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책은 인생전반에 대한 톨스토이의 사색을 담은 짧은 아포리즘들을 엮은 금언집으로 그의 철학관, 윤리관, 종교관등을 확인할 수 있다.

 

 총 12장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처세, 행복, 시간, 사색, 교양, 정신, 일, 욕망, 사회, 시련, 이웃, 죽음에 대한 사유가 빛을 발한다. 소지하고 다니며 언제든 펼쳐볼 수 있도록 자그마한 판형과 책 전체를 채우고 있는 아름답고 다양한 사진들이 자칫 무겁고 지루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산뜻하고 현대적으로 바꿔놓고 있다. 출판사의 새로운 시도와 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절대로 한 번에 죽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니다. 금언 하나를 읽고 나면 추억도 떠오르고 반성도 되고 회한도 느껴지고 다짐도 생기기에, 힘들 때마다 어깨를 빌려주는 다정한 벗처럼 생각하며, 필요할 때마다 들춰보고 생각하고 깨달아야 되는 책이다.

 

 '불행은 누구의 잘못인가, 인간은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만일 불행하다면 그것도 그 사람 자신의 잘못이다.'

 '사람들은 참으로 가엾은 존재다. 도덕이나 지혜의 순수함, 좋은 습관을 잃는 것은 잃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에 재산 , 가족, 아름다움, 건강, 세속적 명예를 잃을 때 귀한 것을 잃는 것으로 생각한다.'

 '모르는 것을 두려워 하지말라. 오히려 거짓된 지식을 두려워 하라. 이 세상의 모든 악은 그것에서 시작되느니.'

 '죽음에 대하여 두려워 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죽음보다 두려워 해야 할 것은 자신의 행위와 처신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인생을 살아가면서 행복과 불행의 근원이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진정 소중한 것은 무엇인지, 참된 지식의 중요성과 죽음을 향해 가는 삶에서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등등 읽을수록 탄성이 나오고 눈 앞이 밝아지는 주옥같은 글들이 깨달음의 공간으로 우리를 인도해 준다.

 

 그러나 이처럼 인생에 대해 깊은 통찰을 한 그마저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왜 사느냐고 물으면 그에 대한 대답은 다양하다. 그러나 정답은 없다. 인간으로서 알아야 할 것은 바로 인생의 의미다. 스스로 학문이 높다고 자처하는 사람일수록 인생의 참된 의미를 알지 못하고 산다. 그들의 주장은 신도 삶도 하등의 의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 자신의 어깨와 등을 짓누르는 짐을 짊어지고 뚜벅뚜벅 걸어갈 때, 이 책이 시원한 그늘과 차가운 샘물과 반짝이는 북극성의 역할을 해 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19세기에 쓰여진 글이 세월의 더께속에서도 빛이 바래지 않고 21세기의 오늘, 우리의 가슴을 두드린다. 그것이 바로 글의 힘이다.

 

 그 속에서 각자 자기 인생의 참된 의미를 탐색해 보자.

 

 정답은 없지만 의미는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