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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2년 2월
평점 :
‘반짝반짝 빛나는’은 호모 남편과 알코올 중독 부인 그리고 그 남편의 애인이라는 평범하지 않은 세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축을 이룬다. 남편 무츠키는 의사라는 번듯한 직업이 있지만 곤이라는 남자 애인이 있다. 부인 쇼코는 알코올 중독과 조울증을 앓고 있다. 중매로 만나 결혼까지 했지만, 결혼 후에도 남편은 여전히 애인을 만나고 아내의 병은 나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성적 소수자의 문제를 물 밖으로 끌어내고 부부관계라는 사회적 규범에 의문을 제시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작품은 남들과 다르기 때문에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이도 하다. 쇼코는 누구에게도 자신을 이해받지 못한다며, 시간과 사람과 현실은 변할 수밖에 없다며 울음을 터트린다. 무츠키는 이성애자로 위장하고 사회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힘겹게 노력한다. 가장 자유분방해 보이던 곤은 정상인들의 시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세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먼저 떠나려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절대 다수와 ‘다르다’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 개성이라고 표현하는 낙관적인 경우를 제외한다면 ‘다르다’는 도태로, 차별로, 낙오로 이어진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을 타인과 나를 맞추려고 애쓴다. 남들보다 뛰어난 사람이 되고자 해도 달라서 이질적인 존재를 목표하지는 않는다. ‘다르다’는 곧 ‘틀리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쇼코처럼 알코올 중독에 허덕이진 않는다. 또, 누구나 무츠키처럼 자신의 커리어 뒤에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있진 않다. 하지만 남들에게 말 할 수 없는 비밀 하나 품고 있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타인과 발맞춰서 같은 속도로 살아가지 못했을 때 초조하지 않았던 사람은 과연 있을까? 남들과 다른 점에 불안해하고 보다 많은 사람들 이른바 ‘정상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고 애쓴다. 다르다는 것은 곧 약점으로 생각한다.
쇼코는 남들과 다른 자신 그리고 무츠키와 곤을 ‘은사자’에 비유하며 이렇게 얘기한다. “하지만, 그들은 마법의 사자래. 무리를 떠나서 어디선가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하는 거지. 그리고 그들은 초식성이야. 그래서, 물론 증명된 것은 아니지만, 단명한다는 거야. 원래 생명력이 약한 데다 별로 먹지도 않으니까, 다들 금방 죽어버린다나 봐. 추위나 더위, 그런 요인들 때문에. 사자들은 바위 위에 있는데, 바람에 휘날리는 갈기는 하얗다기보다는 마치 은색처럼 아름답다는 거야.” 결국 무리를 떠나는 은사자는 현대 사회에 섞이지 못한 개인의 모습을 나타낸다.
이 작품은 마지막에 작은 희망을 제시한다. 그 희망의 형태는, 지금까지의 자신을 부정하고 사회의 다수에 편입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의 벽에 부딪쳐 깨고 부수고 돌파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사람들끼리 서로를 이해하려는 모양으로 나타난다. 무츠키는 쇼코를 보듬고, 쇼코는 곤을 용납한다. 서로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손을 잡아준다.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방법을 보여준다.
이렇게, 단절은 소통으로 이어지고 고립된 개인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게 된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 ‘반짝반짝 빛나는’이란 책의 제목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마무리다. ‘다르다’는 결코 틀린 것도 아니고 나쁜 일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