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섬 고양이 창비아동문고 294
김중미 지음, 이윤엽 그림 / 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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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아들이 생긴지 3달이 되어간다. 모든 모습이 다 귀엽지만, 꼬리 끝을 살랑이며 고개를 갸웃하는 모습은 특히나 인상 깊다. 그럴 때 냥이의 모든 감각은 그 하나에 열려 있다. 흔히 상대의 말을 들을 때 경청하라고 하는데, 냥이에게서 그걸 배운다. 내가 모르는 뭔가 있나 싶어 내 눈길도 거길 향한다. 늘 곁에 있어 그냥 지나치던 것들에. 냥이의 시선은 그렇게 모든 걸 특별하게 만든다. 그런 고양이가 주인공인 동화가 요즘 부쩍 많이 보인다. 그 중에서도 김중미 작가의 신작 <꽃섬 고양이>는 단연 돋보인다. 동화를 읽고 이토록 눈물을 흘린 게 언제였던가. 슬픈 이야기지만 가장 여린 생명의 단단함을 느낄 수 있어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였다.
    

<꽃섬 고양이>는 창비아동문고 시리즈로, 총 네 개의 단편이 담겨 있다. 수가 적은 만큼 네 편의 작품은 호흡이 길다. 긴 호흡에도 지루함은 없다. 네 편의 동화에 재개발, 경쟁 사회 등 자본의 공동체 파괴 이야기가 녹아 있는데, 그 속에서 버려지는 동물, 파괴되는 가족, 입양, 아기 강아지 고양이를 얻기 위한 공장식 사육 등 생각해 볼만한 우리 사회의 모습이 있다. 각 소재들은 동물과 사람의 관계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진한 슬픔을 넘어서 관계 맺음이 주는 희망을 느끼게 한다.
    
    
‘꽃섬 고양이’에는 공동체를 파괴하는 무분별한 재개발, 로드킬 이후 동물의 삶, 노숙자를 양성하는 구멍 뚫린 국가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그 속에서 사업에 실패하고 장애인이 된 최 씨 아저씨와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노랑이의 만남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고맙다, 생명의 은인. 또 보자.”
노량이는 다리를 절룩거리며 언덕을 내려가는 최 씨를 가만히 보다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괜찮아. 노랑아, 이리 와. 같이 먹자. 이제부터 너를 노랑이라고 불러야겠다.”
    
그날 최 씨는 노인에게 얻어맞고 있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노랑이와 눈이 마주쳤었다. 그 눈빛을 생각하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최 씨는 지금껏 자기 곁에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노랑이가 있었다.
    
    
최 씨 아저씨는 노랑이에게서 살아갈 이유를 얻고, 노랑이는 새끼 고양이를 키우는데 최 씨 아저씨의 배려를 얻었다. 다른 고양이의 새끼를 구하려다 사고를 당한 노랑이. 노랑이에게 도움을 청할 최 씨 아저씨가 있어 참 다행이었다. 사고로 노랑이는 다리를 하나 잃은 대신 순복이라는 딸을 얻었다.
    

노랑이가 세 발로 사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중략).. 노랑이는 근처 고양이들 사이에 악바리로 소문이 났다. 그러나 순복이에게만은 한없이 다정하고 따뜻한 어미였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최 씨 아저씨도 무료 급식소 상근 직원이 되고 이젠 딸 순복이도 새끼를 낳게 되어 그렇게 노랑이는 할머니가 되었다. 
   
 
저도 노랑이를 보면 존경스럽기까지 해요. 세 발로 저렇게 당당하게 대장 노릇을 하고, 할머니 노릇까지 해내는 걸 보면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한 최 씨 아저씨는 한 귀퉁이에 노랑이 가족이 살 집을 만들어준다. 노랑이 가족만의 공간을 만들어준 최 씨 아저씨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고만 싶은 노랑이. 과연 노랑이는 어떻게 그 고마움을 표현했을까? 그건 꼭 책에서 확인하시길. 노랑이의 사랑스런 행동을ㅎㅎ 그리고 나머지 단편들도.
    

 

노랑이는 세 발로도 언제나 당당했다. 그런 노랑이가 있어 순복이도 새끼 고양이들도 어디를 가나 자신만만했다.
    

나도 그런 노랑이를 닮고 싶다. 세 발로도 언제나 당당한 노랑이를. 그런 내 모습에 우리 아이들도 어디를 가나 자신만만하기를. 자신만이 아니라 주위의 아픔에도 마음이 열려있기를.
    

    
누군가를 만난다는 것은 그 존재에 깃든 상처와 슬픔을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알 수 없는 미래까지 받아들이는 선택입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서로 도우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깨달으면 좋겠습니다.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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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은 어디에나 있어! - 제21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기획 부문 수상작 사회와 친해지는 책
이남석.이규리.이규린 지음, 김정윤 그림 / 창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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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창비 좋은 어린이책 수상작> 에서 좋은 작품들을 많이 만났다. 디자인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생활을 좀 더 편리하게 하는 아이디어라는 걸 공감하던 터라 이 책은 어떨까 궁금해하며 책을 펼쳤다.

 

제일 아쉬운 건 그림이었다. 80년대 애니메이션스타일의 촌스런 그림이라니... 디자인을 이야기하는 책이라 더더욱 책 내용을 잘 받아들일 수 있도록 그림이 구성되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디자이너는 사람의 생각과 행동에 관심이 많아요. 어떤 때 편안함을 느끼는지, 자기도 모르게 하는 행동은 무엇인지 세상하게 관찰하지요.” 32

 

디자인은 단지 예쁜 것이 아니라 디자인철학의 관점에서 나왔다는 큰 시각이 여러 실제 디자인제품이나 작품에서 반복 강조되어 좋았다. 삶을 편리하고 아름답게 하는 디자인이 다양하게 소개된 점도 신선했다. 이 책 덕분에 토머스 헤더윅을 알게 되었고 테드강연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

 

스펀 의자를 만든 토머스 헤더윅은 혁신적인 디자인의 비결이 관찰, 조사, 끈질긴 질문, 토론이라고 했어요.” 32

 

 

디자인에 대한 책인 것 같지만 디자인의 목적지는 편리한 삶이고 그 속에서 창의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추구하자는 삶의 자세에 대한 책이기도 했다. 디자인은 일상에서 바로 실천할 수 있는 활동이었다. 내 삶에서 고치고 싶고 불편한 것은 뭘까? 있다면, 나와 가족의 시선에서, 그렇지만 그동안과는 다른 시각으로 그 문제를 바라보기.

    

 

디자인의 출발점은 언제나 사람입니다. 디자이너는 삶을 어떻게 하면 더 편리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지요. 그러다 보면 문제점이 드러나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떠올라요. 세상의 다양한 변화를 예민하게 알아채는 감각도 중요하지요.” 79

 

 

난 창의력 꽝인데...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런 사람들에게 저자는 말한다. 좋은 디자인을 알아보는 것도 능력이라고. 그 능력부터 키워보자. 먼저 많은 디자인을 접하는 게 그 시작이겠다~

 

 

창의력은 남들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볼 때 나오는 거예요.”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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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을 덮기 전에 토닥토닥 잠자리 그림책
김유진 지음, 서현 그림 / 창비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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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튀는 작가 서현이 그림을 그렸다. 서현 작가라면 믿고 보는 그림 작가다. 그런데 글 작가와의 콤비에 따라 작품에 차이가 있다. 이번 책은 어린 아이들이 잠자리에서 읽기 좋을 책이라는 정도? 기획 의도에 맞춘 밋밋한 전개가 아쉽다. 서현 작가가 글 그림을 다 작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앞표지를 보면 아이, 엄마, 별김밥, 칫솔, 치약, 이불, 로켓, 커튼, 슬리퍼 등과 함께 텐트 모양으로 만든 요가 보인다. 아이가 잠자리에 들기전 해야 하는 것들이 보인다. 엄마와 아이 사이에 벌어질 대화들도 들린다. 내년이면 중3이 되는 우리 아들에게도 자기 전에 하는 말, "앙아 이빨 닦아라~~" ㅎㅎ

앞면지를 펼치니, 달도 하아암 하품을 하고, 별도 하아암 하품을 한다.


아이도 하아아암 하품을 한다. 하품만큼 전염 잘 되는 것도 없다~^^


그렇게 하품이 나다가도 엄마가 자라고 하면 잠이 달아난다. 어른이 되도 그렇다. 아이가 자면 잠이 달아난다. 나만의 시간, 나만의 여유, 밤이 주는 선물. 엄마는 아이를 재우고 싶다 ㅎㅎ

잘 준비를 할 때마다 아이에겐 안 자야할 이유가 생긴다. 누가 부르는 것 같고, 친구가 대장놀이를 하자 하고, 고양이가 숨바꼭질을 하자 하고, 요에서 우주로 날아오르고 싶고, 친구가 베개싸움을 걸고. 절대 내가 먼저 한 것이 아니다.

돌돌 김밥 말아 밤나들이 가자는 아이 말에 요로 아이를 돌돌 말아주는 엄마가 있다. 아이의 모든 말에 웃는 얼굴로 답하는 엄마가 있다. 엄마는 분명 자신만의 스트레스 관리법이 있는 사람일거다.


그런 엄마 덕에 웃는 얼굴로 잠이 드는 아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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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게 어때서 황상민의 성격상담소 4
황상민 지음 / 심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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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황심소를 즐겨듣는다. 재밌기 때문이다. 뭐가 재밌냐면, 같은 문제를 갖고 있다 해도 사연자 성향에 따라 사연을 적는 방식이 다르고, 진짜 문제가 다르고, 해결 방법이 다르다는 게 재밌다. 사연자가 적은 내용 뿐만 아니라 언급하지 않은 것에도 사연자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도 흥미롭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는 황심소를 이끄는 셜록 황의 새 책이다. <황상민의 성격상담소>라는 부제를 단 이 시리즈는 5가지 자기 평가 유형에 따라 각각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독특한 게 어때서> 는 아이디얼리스트의 이야기로 "남다른 자기 찾기"가 핵심이다. 5가지 유형이 각각 한권의 책이 되었다는 기획만으로도 사람은 모두 다 다르고, 에너지를 얻는 곳도 다 다르다는 메세지가 느껴진다.

딸도, 아들도, 나도 아이디얼이 높다. 5권 중 이 책을 먼저 보는 이유다. 물론 조금씩 차이는 있다. 딸은 로맨티스트가, 아들은  에이전트가, 나는 휴머니스트가 같이 있어 실제 나타나는 행동특성은 달라 항상 공부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게 된다.

고등학생, 20, 30, 40대 등 연령별, 학생, 주부, 직장인, 프리랜서 등 직업별로 다양한 사연 내용이라 아이디얼리스트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전형적인 아이디얼리스트 사연이 많아 다른 성향이 섞여 있는 나 같은 사람의 입장에서는 사연이 한정적인 것 같아 아쉬웠다.

이 분은 '자기만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익혀야 삶의 진가를 찾을 수 있는 운명입니다. 남과 같은 방식이 아니라 자기만의 방식을 꾸준한 시도와 습득을 통해 찾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을 유의미한 일상의 반복으로 바꾸면 '셀프'는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입니다. 변화는 생각이 아니라 몸에서 시작됩니다. 24p

아이디얼리스트는 스스로 원하면서도 잘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합니다. 원하지 않는 일은 바로 거절하는 것이 기본원칙이예요. 이제,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이런 다짐을 해야 합니다.

'앞으로 적어도 5년은 누가 뭐라 하든 내 갈 길만 가겠다. 탁월해질 때까지 치열하게 살겠다.'

목표를 생활의 달인에 두어야 합니다. 이 분은 자기 분야의 장인이 되어야 합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그 길이 가시밭이더라도 내 길이 확실하다면 꿋꿋하게 가야 합니다. 54p


다른 성향이 섞여 있는 사연자였다면 이것과는 다른 솔루션이 나왔을 수 있다. 그래서 해결책은 '문제가 무엇인가'가 아니라, '내가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답함으로써 나오게 된다.

우리가 정말 고려해야 하는 것은 나의 소망과 나란 인간의 특성입니다. 핵심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63~65p

전망은 자신이 개척하는 것이지, 전공이 설계해주는 게 아니죠. 애석하게도 대한민국 학생들은 분명한 특기와 취향이 없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 잘하는지 못하는지 시도조차 해볼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방황하는 아이디얼리스트 학생에게 셜록황의 솔루션!!


그 솔루션은 책에서 확인하세요~~ ^^



정말 좋은 공부, 나를 아는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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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게 어때서 황상민의 성격상담소 4
황상민 지음 / 심심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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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게 어때서> 는 아이디얼리스트의 이야기로 ˝남다른 자기 찾기˝가 핵심이었다. 전형적인 아이디얼 사연이 많아 다른 성향이 섞여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사연이 한정적인 것 같아 아쉬웠으나 아이디얼을 알기엔 굿! 아이디얼리스트 학생들에 대한 셜록황의 솔루션은 꼭 놓치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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