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깜냥이라는 이름의 고양이가 한 아파트의 경비실 문을 두드린다. 소나기를 피해 하룻밤 묵어가기 위함인데, 마침 경비 할아버지 저녁 메뉴에 참치가 있다.
"괜찮다면 조금만 맛볼 수 있을까요? 원래 아무거나 안 먹는데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요." 9
깜냥의 저 말은 깜냥의 시그니처로 작품 내내 반복된다. 저 시그니처가 나올 때마다 므흣해진다. 아니라고 말하지만 좋아하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말이다.
"원래 일 같은 건 안 하는데 참치도 나눠주시고 해서 고마워서요." 11
"원래 부스러기는 안 먹는데, 이런 걸 남겨 두면 개미가 꼬인단 말이야." 22
"원래 무거운 건 잘 못 드는데 한번 해볼게요." 39
"원래 아침은 잘 안 먹는데 냄새가 좋아서요." 49
깜냥의 방문으로 독자들은 지금 이 시각 함께 살고 있는 이웃들의 일상을 보게 된다. 민원을 해결하느라 불어터진 라면을 저녁으로 먹는 경비 할아버지, 엄마 아빠 없이 무서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린 형제, 혼자 집에서 오디션을 준비하며 아랫집에 피해를 주고 있는 여자아이, 많은 물품을 배달하고 있는 택배기사 아저씨. 깜냥은 그들에게 가보았고, 그들에게 필요한 걸 함께 해주었다. 원래 자신은 그렇지 않은데 해본다는 귀여운 말을 덧붙이면서.
할아버지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깜냥을 바라보았어. "네 덕분에 참 오랫만에 따뜻한 아침을 먹는구나." 49
"생각해 보니 조수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구나. 내가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함께 지내지 않을래?" 50
처음 우한폐렴으로 불리던 코로나19바이러스가 우리나라에 온 지도 2개월이 되어간다. 우리나라, 일본, 이탈리아, 미국 등 전파 소식이 들리더니 이틀 전엔 who가 코로나19바이러스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감기의 15%를 차지하는 코로나바이러스, 그 변종인 코로나19바이러스. 코로나19바이러스는 이제 더이상 사람이 방역하고 퇴치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사람과 공존해야 할 대상이 되어버렸다.
그런 측면에서 <고양이 해결사 깜냥>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코로나19바이러스의 어린이 버전처럼 느껴졌다. 각각의 생명을 기생이 아니라 공생으로 바라보는 그 시각이 바로 평화의 시작이라고 말하는 듯하다. 다만 차가운 날 급격히 전파된 코로나19바이러스와 달리 따듯한 이야기 <고양이 해결사 깜냥>의 밋밋한 전개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