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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에서 백수로 살기 - ‘청년 연암’에게 배우는 잉여 시대를 사는 법
고미숙 지음 / 프런티어 / 2018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책 겉표지의 “백수는 인류의 미래다!”란 문구가 유독 눈에 띄었다. 백수란 단어가 보통은 긍정적인 의미보단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는데 이런 백수가 인류의 미래라니...? 어떤 내용일지 몹시 궁금했다.
이 책의 저자인 고전평론가 고미숙씨는 청년백수에게 ‘노동 해방, 중독 탈출, 망상 타파’라는 제안을 하면서 조선시대 백조의 원조인 연암 박지원에게서 배울 점을 찾는다. 책에는 ‘노동, 관계, 여행, 배움’의 주제로 연암 박지원이 어떤 방식으로 살았는지를 살핀다. 연암은 이 시대로 말하면 금수저로 태어났지만 청빈한 삶을 택했고 부의 유혹으로부터 해방될 줄 알았던 인물이다. 요즘의 청년들은 대부분 백수라서 우울하지만 청년 연암도 우울해서 백수가 되었다. 백수라서 우울한 것과 우울해서 백수가 된 것은 비슷한 것 같지만 다른 의미다. 돈이 많은 금수저들이 반드시 행복할 것 같지만 돈이 삶을 압도하는 일상을 살기에 몹시 불안하고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연암이 금수저의 삶을 벗어난 것도 바로 이러한 점 때문이 아닐까라고 생각된다. 그는 <양반전>을 통해서 조선시대 금수저가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여기에는 양반의 허세와 방탄과 농단의 모습이 묘사되어 있다. 연암은 청년기에 잘못된 금수저의 삶을 간파하고 부와 권력보다는 돈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와 진정한 행복을 추구했던 것이다. 오늘날에도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하고 금수저가 존재하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조선시대의 박지원의 삶에서 배울 수 있었다. 이렇게 책에는 청년 시기의 연암과 요즘 청년들을 비추면서 연암으로부터 삶의 지혜와 배울 점을 일깨워주고 있다.
기꺼이 백수의 삶을 택했던 행복한 백수인 박지원의 삶을 돌아보면서 세속에 물들지 않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았던 모습들이 인상 깊게 남았다. 연암처럼 돈에 얽매이지 않고 틀에 박힌 노동에서 벗어나고 관계가 바탕이 되고 경계 없는 공부를 하는 행복한 백수가 되고픈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