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1주년 한정 리커버 특별판) -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는 40가지 눈부신 이야기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지적인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저자 채사장의 신간, 관계에 관한 책이다.

바야흐로 관계의 홍수다. 통신기술과 인터넷의 발달덕에 우리는 24시간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또다른 불행을 야기했다. 우리가 나 자신과 만날 때는 온전히 혼자 있을 때이다. 세계와 늘 연결되어있다 보니 우리는 오히려 우리 자신을 만날 시간을 잃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의 저자는 나와 세계의 관계를 깊게 탐구한다. 나와 타인의 관계, 나와 세계의 관계, 나와 관계를 위한 도구 (자본주의, 언어 등)의 관계, 그리고 나와 죽음의 관계까지. 그리고 그 결론은 자기 자신과의 만남으로 돌아간다.

생에 속에서,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들로 우리의 인생을 수놓는다. 우리는 평소 학생, 직장인, 한국인 등 조직 속에서의 나의 위치 속에서 주변인으로 세상을 살아간다. 그래서 사랑은 특별하다. 사랑은 나를 주변인에서 꺼내어, 그녀와의 세계 속에서 주인공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끝나버린 사랑도 슬픈 것은 아니다. 사랑이 끝나도 흔적은 남고, 내 눈은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지나간 사랑은 성숙의 다른 이름이다.


한편 책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작은지도 알 수 있다. 내가 보는 세상과 색맹이 보는 세상은 다르다. 당연히 인간과 개가, 그리고 고양이가 보는 세상도 다를 것이다. 박쥐가 보는 세상은 어떨까. 해파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의 모습은 단지 우리가 인간의 감각기관으로 인식한 세계의 모습일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리는 때로 폭력이다. 어떤 진리는 자기자신 이외의 다른 진리들을 모두 오류라고 규정한다. 그런 진리를 맹신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진리를 타자에게 강요한다. 세계 하나도 온전히 인식할수 없는 한계에 갇힌 주제에, 대체 무슨 진리를 깨달아 강요한단 말인가. 책에 인상깊은 내용이 있다. 별 모양의 지식을 얻으려면, 별 모양의 지식을 공부해서는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별모양의 지식을 얻으려면 원모양의 지식, 사각형모양의 지식, 삼각형모양의 지식을 공부하고, 자신이 머리속에서 조합해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편협하지 않은 폭넓은 사고의 중요성을 느낀다.

책에는 우리를 꾸짖는 무언가가 있다. 우리가 타인의 일상 속(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에서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내 무언가를 잊기 위해서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무엇이 그렇게 잊고 싶을까. 가까이는 갑갑한 내 현실을 잊고 싶을 것이다. 좀더 멀리 가보면 막막한 내 미래를 잊고 싶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멀리 가보면 내가 잊고 싶은 것은 언젠가 다가올 끝, 즉 죽음일 것이다. 저자 채사장은 바로 이 죽음을 직시하고 살아갈 것을 우리에게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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