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제국의 미래 - 삼성전자, 인텔 그리고 새로운 승자들이 온다
정인성 지음 / 이레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삼성전자가 코스피의 2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하이닉스가 5%죠. 둘이 합치면 25% 입니다. 그러니 코스피 지수가 반도체 지수라 불리는 것이, 다소의 과장을 포함할지언정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니 반도체에 대한 이해는 대한민국의 투자자로서 직접 투자의 여부를 떠나 필수일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를 보유한 투자자들도 반도체에 대한 이해도는 대게 낮은것이 현실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공부하기에 만만한 분야가 결코 아닙니다. 일단 용어가 생소하죠. 트랜지스터니 D램이니 낸드니 하는 용어들이, 해당 분야에 익숙한 사람이 아니면 상당한 진입장벽이 됩니다. 반면 주식 사기는 너무 쉽죠. HTS에서 클릭 한번이면 살 수 있으니까요. 아마 투자하신 많은 분들이 조금은 희미한 이유를 바탕으로 (잘은 모르지만 일단 4차 산업 혁명하면 반도체가 필수라고도 하고, 어쨌든 얘네 우리나라 대표회사고, 망할것 같지는 않고...) 많이들 투자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부가 부족한 상태에서 투자를 하면 어떤 사건이나 뉴스를 해석할 능력이 떨어지게 되죠. 예를 들어서 메모리 반도체와 시스템 반도체의 차이를 모르는 상황에서 '삼성전자, 시스템 반도체는 인텔에 크게 밀려...'등의 기사를 본다면, '뭐야 삼성이 메모리 최강 아니었어? 괜찮은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좀 더 피부에 와닿는 예로, 최근 중국이 반도체 굴기를 선언했습니다. 10년간 160조원을 투자한다고 합니다. 덜컥 겁이 납니다. 하지만 그 선언의 영향력을 정량적으로 판단하기가 좀 힘듭니다. 이 뉴스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과연 10년간 160조원을 투자하면 중국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를 이길 수 있는가?'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러자면 삼성전자가 어떻게 해서 세계 메모리 시장을 지배하는 위치에 올라섰는지를 알아야 하며, 그 기술을 왜 다른 기업은 극복하지 못하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모든 정보가 공유되면서, 정보 자체의 가치는 점점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반면 이 책에 있는 정보는 공개되었더라도 모두가 활용할 수는 없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내용이 쉽지 않다보니 정보를 소화하는데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기 때문이죠. 이 책은 친절하진 않습니다. 저는 학부때 재료공학을 전공했는데, 그럼에도 읽으면서 쉽지는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이 책을 읽고 소화한다면 '공개되지 않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효과가 생기지 않을까 싶습니다. 게다가 집중해서 읽으면 결코 이해가 안 가는 수준은 아닙니다. 저자분이 나름의 비유를 통해서 최대한 전공자가 아닌 보통 사람의 언어로 풀어내려는 노력이 보입니다. 사실 이 책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서술방식의 문제라기보다는 책이 다루는 내용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오히려 저는 '어려운 내용인건 사실이지만 이보다 쉽게 쓰는건 불가능할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책의 1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어떻게 지금처럼 메모리반도체 분야의 최강자가 되었는지를 설명합니다. 2장에서는 인텔이 어떻게 시스템반도체 분야를 정복했는지 나옵니다. 3장은 최근 반도체업계에서 발생한 독특한 사업형태인 펩리스와 파운드리를 설명합니다. 4장과 5장은 각 기업들의 직면한 과제를 설명하고, 6장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의 가능성에 대해 알려줍니다.

1장에서 5장은 책을 직접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기업의 역사와 기술 등을 다루기 때문에 서평으로 정리하기에는 적절치가 않습니다. 하지만 6장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서는 간단히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저자는 반도체 굴기에 상당히 회의적이고, 저도 책을 읽고나니 반도체 굴기에 대한 걱정은 많이 되지 않습니다. 10년간 160조라고 했는데, 삼성이 이미 1년에 10조 정도는 재투자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삼성이야 이득이 나니 재투자가 되지만, 중국은 이득도 나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투자를 지속하는 것이 만만한 일은 아닐 겁니다. 게다가 중국과 삼성의 기술격차를 생각해보면 원가경쟁력이 최소 4~5배는 밀리는 것으로 나오는데다가, 그렇게 비싼 돈을 주고 만들어도 삼성전자보다 더 효율이 떨어지는 반도체를 만들게 됩니다. 물론 효율 떨어지는 반도체도 상관없는 IoT들이 있긴 있겠지만, 걔네는 마진도 떨어지고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도 매우 작죠. 모든게 예상대로 잘 풀려도 겨우 삼성전자에 비벼볼까 말까 한데, 심지어 요새 중국 자체의 사정도 지속적으로 그런 큰 투자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물음표가 따라옵니다. 책에 따르면,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굴기보다 더 무서운 건, 구글 등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기들이 쓸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 같습니다.

한줄 총평을 해보겠습니다.

'반도체에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필독서다'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