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미국에서는 대선이 있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는 일관적인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도날드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었다. 여론조사는 왜 틀렸을까? 미국인들은 왜 여론조사에 클린턴이라고 답변해 놓고서는 트럼프를 찍었을까? 

사회과학자들은 인간을 알아내기 위해 긴 세월에 걸쳐 노력해왔다. 그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설문조사'였다. 하지만 설문조사를 통해 인간을 알아내려면 한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그건 답변자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간이 설문조사에서 (물론 일상에서도) 거짓말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설문조사 속 인간은 실제 인간보다 인종차별적이지 않고, 투표에 적극적이며, 모교에 기부를 하는 경향이 있다. 여론조사가 트럼프를 지목하지 않았던 이유는 트럼프가 노골적으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그 말에 '내심' 환호했으나, 그 환호는 철저하게 자신만 알고 끝났다. 심지어 익명으로 진행되는 여론조사에서마저도 말이다. 이런 설문조사의 오류는 그 조사가 사적인 영역일수록 더 심하다. 대부분 설문조사의 목적은 사적인 영역의 탐구임을 고려하면 이는 심각한 문제다. 설문조사로 낸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여성들은 1년간 콘돔을 11억개 사용한다. 반면 미국의 남성은 1년간 콘돔을 16억개 사용한다. 대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까? 정답은 둘 다다. 실제 미국의 콘돔 사용량은 1년에 6억개다. 즉, 여성은 설문조사에서 자신의 섹스를 실제보다 2배 부풀렸다. 남자는 3배다. 어떤 남자가 술자리에서 자기가 했던 섹스에 대해 말하고 있는가? 그냥 무시하면 된다. 어차피 거짓말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인간이 유일하게 솔직해지는 공간이 있다. 그건 바로 '인터넷'이다. 오바마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역사적인 날, 구글에서 '최초의 흑인 대통령'보다 더 높은 검색빈도를 보인 것은 '깜둥이 대통령 (negro president)'였다. 그리고 그 날은 백인 우월주의 사이트의 가입자수가 평소의 10배를 기록한 날이기도 하다. TV에서 '오바마의 당선과 인종차별의 종식'을 외치던 그 순간, 구글은 정반대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상의 진실은 TV보다는 구글에 가까웠다. 그 진실은 8년의 세월을 기다려 트럼프를 당선시켰다.

구글 검색은 우리의 통념과 반대되는 몇몇 진실들을 알려준다. 예를 들어 SNS에서 남편과 연결되는 키워드는 '일'과 '요리'이다. SNS로 세상을 들여다본다면, 세상의 남편은 죄다 '일'을 열심히 하고, 남는 시간에는 가족을 위해 '요리'를 해준다. 반면, 구글에서 '제 남편이 ...에요'에서 ...를 완성하는 자동 검색어 완성은 1위가 '섹스를 안 해요'이다. 2위는 '바람난 것 같아요'이다. SNS는 달콤하지만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인터넷은 남자 중 게이의 비율에 관해서도 실마리를 제공한다. 사실 게이의 비율은 많은 성의학자의 관심사였다. 이들은 각종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비율이 약 2%가 아닐까 하는 추정을 해왔다. 하지만 인터넷이 알려주는 정답은 보다 수많은 사람을 바탕으로 하며, 심지어 더 직관적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포르노 사이트 접속자인 남자 중 게이 포르노를 검색하는 사람의 비율을 확인해보면 된다. 결과는 게이가 약 5% 정도로 추정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물론 이는 양성애자나 이성애자 중 취미로 게이 포르노를 보는 사람을 걸러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적어도 게이의 비율이 5%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또 다른 단서는 페이스북이다. 통계에 따르면, 어떤 도시에서 남자이면서도 남자를 좋아한다고 표시한 비율은 그 도시의 동성애 찬성자 비율이 20% 늘 때마다 1.5배 증가한다 (실제 게이가 증가한다기보다는, 그만큼 자신의 성 정체성을 더 솔직히 드러낸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만약 도시의 동성애 찬성자 비율이 100%인 가상의 도시를 생각해보면, 남자이면서 남자를 좋아한다고 표시하는 비율은 5%가 된다. 

구글 트렌드로서 대표되는 빅 데이터는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보다 때로는 참혹하고 때로는 직관에 어긋나는 결과들을 알려준다. ...를 죽이고 싶은데 정상인가요 에서 빈칸을 채우는 가장 높은 빈도는 '가족'이다. 인기있는 폭력적인 영화가 개봉하면 오히려 범죄율이 줄어든다 (추정컨데, 그런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영화를 보느라 술자리를 가지지 않게 되고, 줄어든 음주 비율로 인해 폭력사태가 적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원인이 맞든 맞지 않든, 확실한 건 폭력적인 영화는 오히려 범죄를 줄인다는 것이다). 내가 가진 통념이 얼마나 불확실한가에 대한 실마리를 잡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번쯤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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