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린의 날개 재인 가가 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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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초기 암세포가 발견되었다면 어떻게 할까. 일단은 놀랠 것이다. 그리곤 당연히 수술로 제거를 할 것이다. 수술할 땐 좀 아프겠지만, 그거 아픈게 무섭다고 수술을 안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개인에겐 이 상식같은 당연한 일이, 사회적으로 커지면 꼭 그렇지도 않다. 사회에서 뭔가 상처라고 할 수 있는 모순을 발견했을때, 상처를 치료하는 대신 그냥 그 상처를 못본척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심지어 그런 태도를 신념으로 삼고, 그런 대응이 어른이 되는 것이라 여기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그런 예로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세월호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위안부 할머니들도 처음에는 나라에서 못본 척 했다. 몇십년이 지난 후에야 그 할머니들의 상처가 공식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지만, 그동안 많은 할머니들의 상처가 덧나고 썩어 문드러졌을 것이라 여긴다. 세월호도 그랬다. 세월호 발생 초기, 일각에서는 자식을 잃은 그들의 상처를 직시하는 대신 그 상처를 왜곡하려고 했다. 그 과정에서 보상금이니 특례입학이니 하는 말들이 나왔을 것으로 생각한다. 상처를 인정하고 치료하는게 싫어, 그냥 그 상처를 못본척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기린의 날개에는 두 어른이 나온다. 두 어른은 모두 어떤 잘못에 관련이 있다. 한 어른은 일단 그 잘못을 덮으려 한다. 한 어른은 댓가를 치르더라도 그 잘못을 직시하려 한다. 제 삼자의 입장에서야 너무 당연히도 후자의 어른이 훌륭한 어른이다. 하지만 전자의 어른이 가진 가치관도 불과 몇년 전까지 우리나라의절반을 대변하는 가치라는 것을 잊어선 안 된다. 전자의 가치관이 가지는 무게가 생각보다 만만찮기에 소설은 긴장감을 놓치지 않고 제법 쫄깃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다른 대표작들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에 비해서는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좀 '뻔하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알기쉬운 문체와 빠른 속도감은 작가의 뛰어난 역량을 바탕으로 훌륭하게 전개된다. 하지만 다른 대표작들이 결말을 알고 나서도 불분명한 선악의 경계로 벙 하는 느낌을 주는 것에 반해, 너무 깔끔한 결말이 오히려 아쉽다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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