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아서 더 강한 기업, 스즈키
스즈키 오사무 지음, 김소운 옮김 / 리더스북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저자인 오사무 회장이 사장에 취임하던 1977년, 새로운 배기가스 규제에 대응한 신형엔진 개발실패를 딛고 알토를 출시하던 그 때부터 지금까지 스즈키의 주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책을 읽는 내내 스즈키의 주가 차트가 궁금했다. 5년 이상의 차트를 구할 수 없어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증권투자자들이 꿈에 그리는 그런 모습을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위대한 성장을 하는 기업을 발굴하여 장기 보유하는 것, 불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가치 있는 꿈이다.
 스즈키의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시점은 스즈키의 경차시장 점유율을 1위로 끌어올린 알토의 개발, 일본의 한 중소기업이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과 협력하게 된 GM과의 제휴, 그리고 글로벌 노선의 초석이 된 인도와의 만남이다. 오사무 회장은 특별한 어떤 통찰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 때의 순간에 최선을 다한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사실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주류의 시각과 다른 곳을 보았다는 것이다. 알토를 출시하던 당시 일본은 버블이 꺼지기 전의 고도성장기에 있었고 체면을 중시하던 일본문화 맞물려 경차시장은 거의 소멸지경이였다. 경쟁자들이 경차 시장에서 철수 하던 이 때, 생활의 편리를 위한 세컨드 카의 니즈에 맞춘 저가의 알토 출시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오일쇼크로 인해 소형차 생산이 필요했던 GM과 스즈키의 제휴를 두고 스즈키가 GM에 통째로 삼켜질것이라 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었을것이다. 이에 대해 오사무 회장은 "GM이 고래라면 작은 모기와 같은 스즈키이지만 작은 모기라면 유사시에 하늘높이 날아올라 도망칠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다. 정말 멋진 말이지 않는가? 스즈키는 GM과의 제휴를 통해 자동차 개발력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었고 일본의 작은 자동차 기업에서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06년 버블의 끝자락에서 위기를 맞은 GM이 보유하고 있던 스즈키의 주식을 전량 현금으로 인수했다. 고래는 모기를 삼키지 못했고, 고래는 파도에 휩쓸렸으나 모기는 날아 올랐다.
 인도 시장 진출 역시, 당시 일본 자동차 기업들은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만 눈이 쏠려 있었고, 보급형 국민차 생산을 원하는 인도는 안중에도 없었다. 모두가 바라보고 있는 시장이 아닌 우리가 1등이 될 수 있는 시장에 진출하자는 생각과 노력이 스즈키를 인도시장의 최강자로 만들었다. 전체 시장에서 경차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시장에서 스즈키는 2008년 까지 시장점유율 50%를 달성할 수 있었다. 이제는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인도시장의 성장에 눈을 돌려 이미 앞다투어 인도로 진출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세상은 승자독식의 세계이다. 이미 강자들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곳에 새로이 비집고 들어가려 하면 약자가 될 수 밖에 없다. 강자들이 바라보지 않는 것을 보아야만 비로소 약자가 아닌 강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경영에 관한 여러 이야기 중에 인상적인 것들을 이야기 해보자. 스즈키는 제조 기업 답게 캐쉬 플로우 안에서의 꾸준한 설비 투자를 가장 강조한다. 특징적인 것은 설비투자금은 3년 안에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스즈키 같은 작은 기업은 10년안에 느긋하게 본전을 뽑으면 된다는 말을 하고 있는 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3년 상환의 원칙은 3년 안에 투자금 상환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없으면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경차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아마 효율 일것이다. 여기서 효율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나야 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차 기업인 스즈키에게 가장 중요한 경영 가치는 역시 '최저의 총비용' 일 것이다. 스즈키의 모든 것은 '작게, 적게, 가볍게, 짧게, 그리고 아름답게로 대변된다. 부품마다 1그램 1엔씩의 원가절감 노력이나, 모든 자원을 100% 이용 하려고 하는 기업 문화를 이끌어 내는 것은 모든 경영자들이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실천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 회장씩이나 되어서 '1원' 아끼자는 말을 하는 것은 막상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스즈키의 기업 문화가 2009년 경기 침체기에서 일본 자동차 기업중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유지하는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일 것이다.
 '타타자동차'의 '나노'와 같은 초저가 자동차의 출현, '도요타'의 '프리우스' 와 같은 하이브리드 카의 성장은 경차 기업인 스즈키의 입지를 좁게 만든다. 지금 스즈키는 폭스바겐과의 제휴를 통해 다시금 성장을 모색하고 있다. 과연 그들은 무엇을 보고 있을까.. "삼나무는 눈의 무게에 부러지지만 대나무는 부러지지 않는다. 멈추지 않되 천천히, 대나무처럼 성장의 마디가 있는 기업이 위기에 강하다"라고 강조하던 오사무 회장의 말처럼 지금의 위기는 스즈키에게 성장의 마디일까 아니면 성장의 한계일까... 경차시장이 극도로 작은 국내에서 스즈키 자동차를 볼 일은 아마 없겠지만, 지켜볼만한 재미있는 기업을 하나 알게 되었다.. 
 책과는 관계 없는 느낌이지만 한 기업의 독점에 가까운 과점을 하고 있는 시장의 자동차 소비자로써 다양한 기업들이 경쟁하고 있는 일본의 자동차 소비자들이 부럽다. 그리고 중국을 필두로 하는 브릭스 국가들의 성장과 발전에 세상이 주목하고 목을 매고 있는 지금, 일본경제는 추락하고 있고 스즈키를 비롯하여 일본 자동차 회사들의 주가는 아직 2007년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 있는 상황이다. 일본 기업들의 역량이 문제라기 보다는 엔화 강세로 인한 영향이 크다고 볼 때 일본 기업들에 좋은 기회가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새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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