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별 같은 눈을 감고 치마폭을 무릅쓰고 - 심청전 열네살에 다시보는 우리고전 1
고영 지음, 이윤엽 그림 / 북멘토(도서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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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세 아들을 위해 심청전을 찾다가 이 책을 골랐다. ‘열네살에 다시 보는 우리고전’이란 기획이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이 읽기 쉽게 낱말 풀이도 실었고, <이야기 너머> 라는 꼭지로 책 내용과 관련된 이야기를 좀 더 깊이 곁다리로 들려주는 형식도 마음에 들었다.  몰랐던 사실들을 조근조근 들려준다. 그 중에 중종실록에 실제로 맹인잔치를 대궐에서 열었다는 대목을 보고 놀라웠다. 이윤엽씨의 판화 작품이 삽화로 들어있는데  그 작품들도 좋다. 앞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면 더 좋아진다. 인터넷에 떠도는 심청전 페러디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도 좋았는데, 개그감 충만한 15세 머슴애에게는 원본보다 페러디가 더 강렬했다는 부작용이 있긴 했다.

   이 책은 심청을 단지 효성이 지극한 소녀의 이야기로 서술하지 않는다.

  누추한 현실에 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서는 사람. 눈물겨운 실패에도 굳센 의지를 보이는 사람.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슬픔과 함께 감동을 느끼게 마련입니다. 심청의 삶에서도 비장미가 두드러집니다. 일상생활 속 심청은 동냥이나 허드렛일로 먹고사는 시각장애인의 딸에 지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심청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 모진 운명과 한판 대결을 벌입니다.

                                                                                                                -여는 글-

  여는 글을 읽으면서 글쓴이는 심청을 영웅으로 설명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영웅은 일상적인 삶의 세계에서 초자연적인 경이의 세계로 떠나고 여기에서 엄청난 세력과 만나고, 결국은 결정적인 승리를 거두고, 영웅은 이 신비스러운 모험에서 동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힘을 얻어 현실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다.”

                                                                         - 조셉 캠벨, 「천의 얼굴을 가진 영웅」-

   우리가 즐거움과 감동을 느끼는 많은 스토리처럼 심청의 이야기도 그러하다는 깨달음은 .... 뜻밖이었다. 그리고 그 이유의 팔할은 내가 심청에 대해 한 번도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뺑덕」이란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심청을 읽을 생각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심청을 생각하다 보니 바리데기도 떠오른다. 닮았다. 무수히 많은 얼개가 비슷한 이야기를 듣고, 전하고 읽으며 우리가 감동을 받는 것은, 초라해 보이는 내 삶에서도 무언가 고귀한 것을 찾고자 함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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