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의 거짓말 - 2000년대 초기 문학 환경에 대한 집중 조명
정문순 지음 / 작가와비평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정문순 평론가의 글들을 한데 모아 엮은 평론집이다. 2000년대 초에 작성된 오래된 평론이지만, 글 하나하나에 담긴 문제의식은 현재도 여전히 유효함을 확인할 수 있다. 80년, 90년을 거쳐오며 출판계의 담론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흐름을 짚어볼 수 있고, 작가들이 시류에 어떻게 대응해왔는지도 알 수 있다. 여성문학과 빈곤문학, 그리고 체제에 굴복하여 빚어진 작가들의 인식의 문제점들을 맹렬하게 꼬집는다. 매출 증대가 목적이니만큼, 대중의 요구도 어느정도 수용해야겠지만, 그러한 한계적 틀이 형성된 데에는 대형 출판사 및 언론이 한 몫 했다는 점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그들이 실시하는 신춘문예 당선작의 자격유무까지 세심히 따져가며 문제점들을 짚어본다. 또한 이러한 지배적 체제를 그대로 받아들여 문학 속에 녹여낸 작가들의 보수주의, 패배주의 등도 여러 작가들의 사례를 들며 논리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 모든 내용은 10년도 더 전에 쓰여진 글들이다. 하지만 현재 출판계 상황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이런 의식 있는 평론가의 호소를 여전히 문단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평론집의 문제제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더구나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문단의 반응을 보면, 그들의 안일함과 기만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알 수 있다.

저자의 평론을 보며 크게 깨달은 바가 있다. 저자는 소설과 시들의 행간을 읽어내며 작가의 심리, 의도를 꽤 설득력 있게 도출하고 있다. 그것이 저자의 상세한 지식과 철저한 논리성에 바탕을 두기에 더더욱 신뢰가 가며, 의미 있게 다가온다. 소설 본연의 재미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건 단지 반쪽짜리 독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았다. 각 소설과 시들의  문구에 담긴 깊이 있는 의도들을 파헤쳐주는 저자의 설명은 우리에게 문제인식은 물론, 읽는 즐거움과 진정한 독서의 자세를 전해준다.

물론 우리는 평론가가 아니다. 하지만, 진정 독자라면, 그러한 문제제기도 나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출판계가 대중성에 지나치게 치우치는 경향, 작가도 본인의 의도대로 자유롭게 쓰는 것이 아니라 대형 언론, 출판사의 입맛에 맞추고 있는 현실은, 읽는 주체인 독자들 또한 쉽게 책임을 회피하기가 힘들 것 같다.

이 한국문학의 거짓말이라는 책은, 출판계의 업체, 저자, 독자 모두 각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는 효력 있는 논조와 호소력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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