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만치 혼자서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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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 자체가 김훈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다. 고독이라는 우리말에는 필연적으로 그 안에 어떤 감정이 느껴지기 마련인데 어떤 단어였는지는 잊어버렸지만 독일어로 어떤 단어는 단지 '홀로 있음'이라는 개념만 들어 있어서 그런 개념어가 좋다고 김훈 작가가 말했던 것 같기도. 


비판을 받으면 받는대로 그것을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으면서 그의 스타일대로 그렇게 우직하게 꾸역꾸역 써나가는 모습이 이 작품에서도 보인다. 꾸역꾸역이라 해서 특별히 부정적인 어감을 넣은 것은 아니다. 단지 그런 인상을 그간 읽은 그의 작품들에서 항상 느꼈기 때문에 잘 어울리는 수식어라 여겨서다.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자의 고통은 윤리적"이라는 신형철 평론가의 말이 참 인상적이다. "나는 정의로운 자들과 결별하였다"고 <칼의 노래> 서문에서 김훈 작가는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의 작품을 비판할 때 거의 항상 등장하는 여성혐오에 있어 이 작품도 자유롭지는 못할 것 같다. 본인이 실제로 그런 관점이나 생각을 전혀 가지고 있지도 않고 애써 바꿀 생각도 없는데 정의롭다는 이유 하나로 그를 몰아붙인다면 그 또한 어떤 면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점에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아니라 "무엇이 정의인가"가 더 맞다고 본다는 김훈 작가의 말은 새삼 인상적이다. 이 둘의 차이를 인지하고 인정한다면 그의 작품들을 비판할 때 더욱 수긍이 가는 비판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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